[KtN 기획⑦] “축제·이벤트 산업, 지방 소멸 대응의 제도적 해법 될 수 있나”
[KtN 임우경, 박준식기자]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축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으며,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방 소멸과 지역경제 침체라는 구조적 위기를 문화·관광 산업과 연결해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경기 고양시병)은 행사에서 축사를 맡아, 축제산업을 지방 소멸 대응의 전략적 수단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축제를 단순한 여흥이나 소비형 이벤트가 아닌, 지역을 살리고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플랫폼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 제정,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
이기헌 의원은 먼저 국회 입법 과정의 현실을 짚었다. “사실 국회에서 이렇게 축제·이벤트 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발언으로 축사를 시작했다. 축제와 이벤트가 국가적 법제 논의의 대상으로 다뤄지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이 의원은 “존경하는 김윤덕 의원께서 법안을 준비해 주셔서 오늘 논의 자리가 마련됐다”며, 이 법이 단순히 특정 업계를 위한 지원책이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책임을 분명히 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으로서, 또 일산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이 법률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한 의례적 발언을 넘어 정치적 약속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지방 소멸 위기와 축제산업
이 의원의 발언은 지방 소멸 문제에 집중됐다. 한국은 2025년 들어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미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고, 지방 소멸은 통계적 전망이 아니라 현실화된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방 소멸이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화적 콘텐츠가 풍부한 지자체일수록 역설적으로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실의 모순을 짚었다. 이어, 이러한 지역에서 축제와 이벤트 산업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외부 인구 유입과 청년 인재 유동을 촉진하는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축제산업의 현황과 제도적 공백
현재 축제·이벤트 산업은 이미 일정 규모를 갖추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5천 개 이상의 기업과 6만 명 안팎의 종사자가 활동하며, 연간 시장 규모는 10조 원에 달한다. 보령머드축제, 화천산천어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등은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독립적인 법적 지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산업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 중심의 경직된 운영, 불공정 계약, 전문 인력 부족, 안전 관리 공백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의 안전 수요는 급증했지만, 체계적 기준은 여전히 미비하다.
이 의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축제산업을 국가 정책 속에 분명히 자리매김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축제와 이벤트, 지역 가리지 않는다”
발언 중 인상적인 대목은 축제의 범용성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 의원은 “축제와 이벤트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도시든 농촌이든, 적절히 설계된 축제는 주민 참여와 외부 방문객 유입을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문화 향유권 확대를 넘어 지역경제 순환과 청년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천산천어축제는 겨울철 비수기 강원도 농촌 지역을 전국적인 관광지로 전환시켰고, 보령머드축제는 체류형 관광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며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이 의원이 강조한 법적 기반은 바로 이러한 성과를 안정적 구조로 이어가기 위한 장치다.
기대와 위험, 동시에 존재
법이 제정된다면 여러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지역 브랜드 가치 강화, 청년층 고용 확대, 글로벌 교류 확장은 분명 기대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위험 요인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기업 참여가 충분하지 않으면 지방정부 예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대규모 행사에서 교통 혼잡, 쓰레기, 환경 훼손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주민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축제가 단기적 이벤트에 머물 수 있다.
이 의원 역시 “이 법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며,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적 의미와 향후 과제
이기헌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맥락에서도 의미가 크다. 축제산업 법제화는 지역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지만, 동시에 국가 균형 발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지방 소멸 대응이라는 거대 의제 속에서 축제를 하나의 정책 도구로 끌어올린 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 제정 이후에도 현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민 참여 모델, 안전 관리 기준, 공정 계약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도적 장치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기반으로
이번 국회 토론회는 축제·이벤트 산업을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이기헌 의원은 “이 법을 통해 많은 축제와 이벤트 산업이 발전하고, 지방 소멸이 일정 부분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축제가 남겨야 할 것은 하루의 불꽃놀이가 아니다. 지역을 지탱할 지속 가능한 산업적 기반과 공동체의 힘이다. 법 제정 논의는 그 출발점이며, 향후 성패는 제도의 실효성과 주민 참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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