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구조와 제도적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축제로
축제 산업의 보이지 않는 장벽
지방 소멸시대 '축제'가 답이다
축게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벏률안 제정을 위한 대 토론회
[KtN 박준식기자]지역 축제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행사 규모가 커질수록 기획·운영 주체를 선정하는 입찰 과정이 핵심이 되는데, 현재 구조는 불투명하고 정치적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4년 기준 국내 지역축제는 1,170여 개에 달하지만, 축제 예산 집행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 재대행 구조, 정치적 입김, 전문성 부족 등이 반복되고 있다. 축제 산업을 ‘관광·문화 산업’이 아니라 ‘행정적 이벤트’ 수준에 묶어 두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① 불투명한 입찰 구조
현재 다수의 지역 축제는 공개입찰을 통해 대행사를 선정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실질적 경쟁보다는 사전 조율이나 재대행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방송사나 언론사가 직접 입찰에 참여하거나, 대기업 계열사가 하청을 주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축제 대행사의 상당수가 표준 대행 수수료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음향·조명·무대 등 전문 인력의 노동 역시 여전히 소모품 단가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획력과 전문성 강화보다는 낮은 단가 경쟁에 내몰리고, 결과적으로 행사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지자체 축제의 입찰 과정에서는 기획력보다 가격이 우선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으며, 평가 기준 또한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② 정치적 변수와 축제의 단명
축제 산업의 또 다른 문제는 정치적 교체에 따른 방향 전환이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해당 축제가 폐지되거나 명칭이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특정 인사와의 관계에 따라 대행사 구도가 바뀌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축제가 산업적 자산으로 축적되기보다는 정권 교체형 이벤트로 소모된다.
수도권 A구의 한 축제는 10년간 이어졌으나 구청장 교체 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콘텐츠와 인력 네트워크가 단절됐다. 축제를 단순 행사로 보는 행정적 관점이 지속되는 한 산업적 성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③ 전문성 부족과 인력 구조의 불안정
입찰 구조는 전문 인력 양성과도 직결된다. 현재 축제 기획사나 대행사 종사자들은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 있으며, 공공입찰의 낮은 단가 책정으로 인해 전문 인력이 장기적으로 머무르기 어렵다.
영국과 캐나다는 축제 전문학과 졸업생의 50~90%가 관련 업계로 진출할 만큼 체계적 고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오래 했기 때문에 전문가”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교육 도입 논의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안정적 고용과 법적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④ 제도적 보완 과제
입찰 구조와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표준 대행료 책정: 건설·전기 분야처럼 표준품셈을 도입해 음향·조명·기획 인건비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전문 평가위원회 상설화: 지자체 산하에 독립적인 평가위원회를 두어, 가격 중심이 아닌 기획력과 지속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재대행 구조 차단: 언론사·대기업 계열사의 참여를 제한하고, 청년·중소 기획사의 직접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법적 근거 마련: 축제 산업을 관광·문화 산업의 일부로 명시해, 공공 입찰 규정을 넘어서는 별도의 법적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축제 산업을 단순한 ‘행정 행사’가 아니라 독립적 문화산업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때 입찰의 공정성과 산업의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⑤ 해외 사례
캐나다 퀘벡은 ‘축제청(Festival Office)’을 설치해 입찰, 예산, 인력 양성을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축제 산업이 지역 고용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는 예술축제를 별도의 법인과 신탁 제도를 통해 운영해 정치적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아오모리의 네부타 축제는 지역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며, 입찰 방식보다 공동 기획 체계로 운영된다.
이러한 해외 운영 방식은 공통적으로 투명성, 독립성, 장기적 관리 체계가 안정적인 축제 생태계의 핵심 조건임을 보여준다.
투명성이 곧 경쟁력
국내 지역축제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입찰 구조의 불투명성과 정치적 변수, 전문성 부족이라는 삼중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축제를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면 입찰 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 표준화된 대행료, 독립적인 평가 시스템, 법적 근거 마련은 축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도구로서 축제를 바라본다면, 이제 단기적 성과 중심의 구조를 넘어 투명성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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