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무대·조명·제작, 왜 아직도 관행에 매여 있나
지방 소멸시대 '축제'가 답이다
축게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벏률안 제정을 위한 대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윤덕(국토부 장관)/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윤덕(국토부 장관)/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여름밤의 불꽃과 가을거리의 풍물은 관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그러나 그 불꽃을 쏘아 올리고, 무대를 지탱하며, 불빛을 연출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축제가 끝나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한국은 해마다 2,000여 개의 지역축제를 연다. 하지만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법의 보호 밖에서 일해왔다. 국회에서 열린 ‘축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토론회가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의 공백과 관행의 무게가 이 산업을 어떻게 짓눌러왔는지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① 법의 빈자리: 산업인가, 서비스인가

한국에는 축제·행사산업을 규율하는 독립 법률이 없다. 관광진흥법, 농어촌특별법, 국제행사법 등 개별 법령이 각기 다른 축제를 다루지만, 기획·무대·조명·제작을 포괄하는 통합 틀은 부재하다. 이 틈새에서 ‘이벤트’라는 모호한 용어가 쓰이며, 발주와 계약은 관행에 의존한다.

대행료·관리비 불인정: 공공입찰에서는 기획사의 창의적 노동이 ‘서비스 비용’으로 축소된다.

재대행 구조: 지방자치단체 → 대형업체 → 지역 하청으로 이어지는 ‘마더사 체인’이 구조화됐다.

저작권 부재: 무대 연출·콘텐츠 IP는 행사 종료와 함께 공중에 흩어진다.

이 공백은 단순 행정 편의가 아니라 현장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진다. 감독·스태프 인건비는 소모품 취급을 받고, 계약서에는 표준단가조차 명시되지 않는다. 축제가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지빙소멸 시대, 축제가 답이다.' 축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 대토론회에 참석한 좌측부터  광주대학교 안태기 교수, 사)한국이벤트산업협회 이영민 회장과 조정환 연구원장/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빙소멸 시대, 축제가 답이다.' 축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 대토론회에 참석한 좌측부터  광주대학교 안태기 교수, 사)한국이벤트산업협회 이영민 회장과 조정환 연구원장/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② 타협의 선택: ‘축제·행사’라는 이름

이 같은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법제화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벤트’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넓기 때문이다. 결혼식부터 국제 박람회까지 아우르는 범위를 어디까지 제도화할 것인가가 난관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현장은 타협을 제안했다. ‘이벤트’가 아닌 ‘축제·행사’로 범위를 좁히자는 것이다. 지역축제·공공행사라는 한정된 영역에 먼저 법적 틀을 세우자는 것이다.

표준품셈과 단가 체계: 건설업·한옥산업처럼 표준 단가를 명문화.

공정계약 조항: 발주·대행·하청 과정에서 재대행을 금지하고 계약구조를 단순화.

보험·재난조항: 기후위기·감염병·안전사고를 대응할 법적 장치 마련.

법률은 축제의 창의성을 가두는 틀이 아니라, 산업적 기반을 지탱하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③ 현장의 증언: “이건 직업이 아니라 버티기”

“행사는 늘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로 끝나요. 하지만 우리 스태프들은 행사비 정산이 몇 달 늦어지는 게 일상입니다.”

“경력 10년이 넘어도 기획료라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아요. 결국 ‘단가 후려치기’ 경쟁에서 버티는 게 일입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축제의 화려함과 현장의 열악함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는 단순 노동조건 문제가 아니다. 인력 유출 → 기획력 저하 → 축제의 균질화 → 지역경제 파급 축소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 대 토론회 '지역소멸시대 '축제'가 답이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고려대학교 안남일 교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축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 대 토론회 '지역소멸시대 '축제'가 답이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고려대학교 안남일 교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④ 해외 사례: 교육-자격-고용의 선순환

영국과 캐나다는 이미 축제산업을 ‘전문직군’으로 인정한다.

영국: 공연·이벤트 관련 모듈형 학위 과정이 대학에 개설되어 있고, 자격증이 고용과 직결된다.

캐나다: 지역 축제 기획자는 ‘Certified Event Professional’이라는 공인 자격을 취득해야 주요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교육-자격-고용이 연계된 선순환 구조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산업의 품질 보증 장치다. 한국도 축제법 제정이 이런 연결고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⑤ 비용과 편익: 축제청이 필요한 이유

일각에서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법률은 또 하나의 규제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제화는 규제가 아니라 산업화의 전제조건이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가설은 명확하다.

비용: 법 제정을 위한 행정 인프라, 표준품셈 연구, 보험료 지원 등.

편익: 불공정 계약 감소, 청년 인력 유입, 지역경제 파급 확대, 재난 대응 비용 절감.

실제로 캐나다 퀘벡주는 ‘페스티벌 오피스(축제청)’을 두고 연간 200여 개 지역축제를 관리한다. 이로 인해 5년간 청년 종사자 증가율이 20%를 넘었고, 축제 관련 산업 부가가치도 두 자릿수 성장했다. 한국도 전담 컨트롤타워 없이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2025년 8월2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빙소멸 시대, 축제가 답이다.' 축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 대토론회는 (사)한국이벤트산업협회, 한국마이스이벤트산업협동조합, 한국이벤트협회, 한국축제포럼, 한국축제콘텐츠협회, 한국방송문화기술산업협회, 한국마이스협회, 호남이벤트협회, 한국이벤트학회 등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8월2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빙소멸 시대, 축제가 답이다.' 축제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 대토론회는 (사)한국이벤트산업협회, 한국마이스이벤트산업협동조합, 한국이벤트협회, 한국축제포럼, 한국축제콘텐츠협회, 한국방송문화기술산업협회, 한국마이스협회, 호남이벤트협회, 한국이벤트학회 등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3일의 잔치를 365일의 산업으로”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지방소멸의 시대에 공동체를 회복하는 장치이자, 공연·관광·숙박·교통·소매를 묶는 융합산업의 허브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법의 공백 속에 관행으로만 굴러왔다.

“행사는 끝나도 사람은 남는다”는 말처럼, 이제는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표준품셈과 공정계약, 보험과 데이터, 교육과 고용이 최소한의 안전망 없이는 ‘삼일의 잔치’가 지역을 바꾸는 힘으로 성장할 수 없다.

법제화는 축제산업의 졸업식이 아니라 입학식이다. 이제 한국도 ‘행사산업’을 ‘미래산업’으로 부를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