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설작가 「감정의 시냅스 Synapse of Emotion #2」
언어 이전의 감정
[KtN 박준식기자]우리는 종종 말보다 빠른 소통을 경험한다. 눈빛 하나, 호흡의 미묘한 떨림, 혹은 몸짓의 작은 흔들림이 말보다 선명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순간이 있다. 홍설작가의 작품 「감정의 시냅스(Synapse of Emotion) #2」는 바로 그 ‘언어 이전의 교감’을 시각화한다.
이 거대한 화면 속 두 유기체는 마치 심장처럼, 혹은 살아 있는 세포처럼 진동한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섬세한 실핏줄 같은 선들은 신경계의 시냅스를 닮아 감정을 흐르게 한다. 작품은 감정이 어떻게 두 존재를 연결하는지, 그리고 관계가 어떤 진동 위에서 성립하는지를 탐구한다.
화면 속 구조: 두 개의 생명체, 하나의 흐름
화면 좌우에는 대칭적으로 배치된 두 개의 유기체가 자리한다. 주름진 표면은 촉각적으로 울렁거리며, 마치 생물학적 세포막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각 층은 반복적이지만 미묘한 차이를 지니고 있어, 실제 심장의 수축과 이완을 연상시킨다.
중앙을 가르는 공간에는 붉은 선들이 얽혀 있다. 그것은 신경세포의 축삭돌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혈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선들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마치 전류가 흐르듯, 보이지 않는 감정이 두 개체 사이를 오간다.
이 구조는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관계의 은유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마주할 때, 그 사이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감정의 결이 흐른다. 작품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순간을 포착한다.
색채와 감각: 붉음의 리듬
작품 전체는 붉은색 계열이 지배한다. 핑크와 딥레드, 흰빛이 겹겹이 쌓이며, 감정의 온도와 강도를 드러낸다. 붉음은 심장의 색이며 동시에 감정의 색이다. 사랑과 분노, 열정과 상처 모두가 붉은 빛으로 표현된다.
주름의 깊이에 따라 어둡고 밝은 붉음이 교차하며, 이는 마치 심장 박동이나 파동처럼 리듬을 만들어낸다. 중앙의 선들이 뻗어 나가며 붉음의 긴장을 확장시키는 순간, 화면은 정적인 회화라기보다 생명체의 일부처럼 보인다. 관람자는 그 앞에서 단순히 ‘그림을 본다’는 경험을 넘어, 감정의 진동을 체감한다.
철학적 층위: 감정은 언어보다 먼저 온다
이 작품은 감정을 ‘언어 이전의 현상’으로 다룬다. 감정은 말로 설명되기 전에 이미 형태와 리듬으로 존재한다. 이는 현상학적 관점과도 맞닿는다. 우리는 세계를 먼저 몸으로 경험하고, 감각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
두 개의 유기체는 결국 두 존재를 상징한다. 그 사이를 흐르는 선들은 언어가 아닌 감정의 연결을 가리킨다. 관계는 언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눈빛과 떨림, 맥박과 호흡의 미세한 동기화에서 관계는 이미 성립한다. 「감정의 시냅스」는 바로 그 순간을 가시화한다.
동시대 미술과의 교차점
이 작품은 동시대 미술의 여러 흐름과 교차한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뇌과학과 신경계의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홍설은 이를 과학적 사실주의가 아닌 회화적 상상력으로 전환한다.
팬데믹 이후 미술은 관계의 단절과 연결을 탐구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 두 개체는 서로 분리되어 있으나, 동시에 감정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거리 속의 연결’이라는 동시대적 정서를 반영한다.
반복되는 곡선과 생물학적 패턴은 전통적 추상미술의 언어를 계승하면서도, 감정과 관계라는 주제로 새롭게 확장한다.
시각을 넘어 촉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감정을 촉각적 이미지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화면 속 주름은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만져질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관람자는 시각적으로 이미지를 인지하는 동시에, 자신의 몸에서 울리는 진동을 체감한다.
또한 대칭적 구도의 안정성과, 중앙에서 교차하는 선의 긴장이 균형을 이룬다. 이는 감정이 혼란스럽게 뒤엉키는 대신 질서 있는 흐름으로 경험되도록 만든다.
반복의 위험
다만, 주름진 유기체와 시냅스 구조가 홍설의 연작 속에서 반복될 경우, 상징이 과도하게 명료해질 위험이 있다. 감정의 추상적 흐름을 시각화한다는 강점이 있는 동시에, 너무 뚜렷한 문법은 관습화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변주와 실험이 필요하다.
K-ART와의 접속: 감정의 추상, 한국적 정서
한국 현대미술은 오랫동안 절제와 단색의 미학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세대는 감각적이고 유기적인 추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홍설의 「감정의 시냅스」는 바로 이 전환을 보여준다.
작품은 감정을 생물학적 은유와 추상적 리듬으로 풀어내며, 한국 사회 특유의 억눌림과 연결의 갈망을 동시에 담아낸다. 한국적 정서를 출발점으로 하면서도, 세계 어디에서든 공감 가능한 보편성을 확보한다. K-ART의 새로운 흐름이자 국제적 언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관계의 전류를 마주하다
「감정의 시냅스 #2」는 결국 ‘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두 존재가 마주하는 순간, 그 사이에는 무엇이 흐르는가? 언어를 건너뛴 미세한 떨림,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정서의 파동, 그것이 바로 감정이다.
홍설은 감정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형상화하며, 관계의 순간을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경험으로 환원한다. 이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감정과 관계 맺기의 방식을 되돌아본다. 감정은 결국 우리를 연결하는 가장 근원적인 감각이기 때문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