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리포트] 이병헌, “AI도 내 이름 꼽았다지만… 베니스 남우주연상은 꿈도 안 꿨다”
AI도 예측한 남우주연상 후보
토론토의 첫 공로상·아시아스타 올해의 배우상…영화 ‘승부’로 2025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KtN 신미희기자] “평범한 가장의 전쟁, 이병헌의 눈빛에서 시작됐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9월 24일 드디어 개봉했다. 주연 이병헌은 구직을 위해 벼랑 끝 전쟁에 나선 ‘만수’를 연기하며 또 한 번 강렬한 몰입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베니스·토론토·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이미 전 세계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으며, 한국 대표로 내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에도 선정됐다.
개봉 당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이 제 연기로 상을 기대하셨지만, 저는 전혀 꿈꾸지 않았다”며 겸손한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다섯 번을 봐도 새로운 감정이 보이는 영화”라며 작품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영화제 현장에서 한 스태프가 챗GPT에 “누가 남우주연상을 받을까”라고 묻자, AI가 꼽은 세 명 중 그의 이름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는 “꿈도 꾸지 않았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 평범한 가장의 절벽 위 삶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25년간 제지 회사에 몸 바친 가장 ‘만수’(이병헌)가 하루아침에 해고된 뒤, 재취업을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내와 두 자녀, 반려견까지 지켜야 하는 평범한 삶 속에서 그는 “실직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며 집까지 내놓아야 하는 절망적 상황에 몰린다. 이병헌은 이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과 개인의 존엄을 동시에 담아낸다.
■ 촬영장에서부터 시작된 기다림
개봉 당일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촬영 내내 박찬욱 감독이 후반 작업을 어떻게 완성할지 궁금했다”며 “음악, 색감, 편집까지 모든 게 기대돼 하루빨리 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촬영을 마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는 “시간이 빨리 갔다고 해야 할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섯 차례나 작품을 관람했음에도 “볼 때마다 안 보이던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며 “역시 박 감독님 영화는 반복해서 볼수록 깊어진다”고 말했다.
■ 베니스의 아쉬움, 그리고 웃음
이 작품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이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대했다는 뒷얘기에 대해 이병헌은 담담한 웃음을 띠고 기자들과 마주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박찬욱 감독님이 제 수상을 더 기대하시더라고요. 저는 1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스태프가 챗GPT로 물어봤더니 제 이름이 후보 3인 안에 있다더군요. 기분은 좋았지만 ‘AI가 뭘 알고 꼽았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죠.”
당시 분위기는 분명 긍정적이었다. 로튼토마토 지수는 늘 상위권을 기록했고, 현지 언론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는 “평론가, 기자, AI까지 다 틀렸습니다. 아무도 맞추지 못했죠”라며 쿨하게 웃어 보였다.
만수에서 프론트맨까지, 장르를 넘나들다”
올해 그의 활동 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넓었다. ‘어쩔수가없다’에서는 가족과 집, 재취업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회사원 만수를 연기했고, ‘승부’에서는 바둑의 신 조훈현을 치밀하게 재현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에서는 권력과 인간성을 오가는 프론트맨으로 돌아왔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는 애니메이션 악역 귀마의 목소리를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극장, OTT, 애니메이션, 내레이션까지 아우르며 그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배우”라는 평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박찬욱과의 재회, 그리고 세계 무대
무엇보다 특별한 순간은 박찬욱 감독과의 25년 만의 재회였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어쩔수가없다’로 세계 무대를 두드렸다. 베니스, 토론토, 부산을 잇는 ‘3대 영화제 투어’는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금 드러냈다.
이병헌은 “감독님이 농담처럼 ‘앞으로 베니스는 안 간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렇게 작은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감독님보다 큰 사람이죠”라며 특유의 유머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오스카와 K-컬처의 확장
영화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그는 “후보 선정 여부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만약 올라간다면 그 자체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가 된다면 쌍코피 터지도록 홍보에 뛰어야 한다더라”며 각오를 전했다. 이병헌은 또한 “‘오징어 게임’, K팝,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처럼, ‘어쩔 수가 없다’도 또 다른 흐름을 잇게 될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순간순간의 선택과 운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배우로서, 그리고 만수로서
이번 작품은 ‘다 이루었다’고 여겼던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진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의 취약한 노동 현실을 비춘다. 이병헌은 “처음 볼 때는 내 연기만 보이지만, 반복해서 보니 전체적인 감동이 커졌다”며 관객 역시 그 과정 속에서 함께할 것이라 기대했다. 또 “제가 이 일을 하지 못했다면 만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며, 극 중 인물의 삶을 자기 경험에 겹쳐놓듯 말했다.
“올해는 정말, 다 이뤘다”
베니스에서는 비록 수상이 불발됐지만, 이병헌에게 2025년은 성취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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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감독 김형주)로 배우 이병헌이 2025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병헌의 부일영화상 수상은 올해로 네 번째다. 2년 전인 2023년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그보다 앞서 ‘내부자들’(2016), ‘남산의 부장들’(2020)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토론토에서 받은 상은 단순히 배우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한국 영화 전체가 인정받은 의미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 오늘, 관객의 차례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가 촬영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관객도 고스란히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쩔 수가 없다’는 결국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직과 재기의 서사를 통해 개인의 존엄과 생존의 문제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2025년, 이병헌은 자신이 여전히 ‘현재형 배우’임을 입증했다.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이름은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작품 스펙트럼은 점점 넓어지고, 영향력은 국경을 넘어 확장 중이다.
이병헌의 눈빛과 박찬욱 감독의 연출이 만나 탄생한 이 영화는 오늘(24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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