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3.0, 베트남①] 한류, 베트남에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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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전성진기자]베트남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년 베트남콘텐츠산업동향 18호」에 따르면 2024년 베트남 콘텐츠 시장 규모는 1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다. 성장세는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시장 확장의 주요 요인으로는 OTT 이용자 증가, 현지 제작 인프라 확대, 외국 콘텐츠 유통 규제 완화 등이 꼽힌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다. 드라마, 음악, 게임, 웹툰 등 한국 콘텐츠는 베트남 주요 플랫폼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K드라마와 K팝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적 문화 소비 영역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베트남에서 현지화되어 재생산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CJ ENM은 베트남 방송사 Vie Channel과 협력해 합작 드라마를 제작했고, 네이버웹툰은 현지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해 모바일 게임 운영과 결제 시스템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구조는 콘텐츠 산업의 생산·유통·소비가 단일 국가 중심에서 다국가 협력 체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OTT 플랫폼 경쟁이 시장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의 OTT 이용자는 약 5,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Netflix, iQIYI, Viu 등 글로벌 OTT는 한국 콘텐츠를 주요 전략 콘텐츠로 편성하고 있으며, FPT Play와 VieON 등 로컬 OTT도 한국 제작사와 합작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OTT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류 콘텐츠는 플랫폼 간 구독자 확보 경쟁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웹툰 산업은 성장 초기 단계를 지나 산업 구조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이 베트남 시장을 선도하며, 한국식 서사 구조가 현지 창작자 교육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용자는 200만 명 이상으로,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 등 IP 확장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현지 창작자 참여가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의 플랫폼 중심 모델이 콘텐츠 협력형 구조로 바뀌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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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은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특히 높다. 베트남 모바일 게임 시장의 약 30%를 한국산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기업은 현지 개발사와 협력해 공동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현지화 번역과 결제 서비스 개선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높이고 있다. e스포츠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0% 이상으로, 한국 기업은 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동남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협력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문화산업을 GDP의 1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외국 콘텐츠 유통 규제 완화, 현지 제작 인력 양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주요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KOCCA 펀드를 통해 한-베 공동 제작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현지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확장은 산업 구조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 효과도 동반한다. 현지 제작이 증가하면서 청년층 중심의 고용이 확대되고, 제작 기술과 기획 역량이 향상되고 있다. 한국식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방송사와 제작사가 늘어나면서 콘텐츠 품질과 제작 효율이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한류의 3단계 진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1단계가 방송 콘텐츠 중심의 수출형 한류, 2단계가 소비재·브랜드 중심의 확산형 한류였다면, 현재는 공동 제작과 현지화를 기반으로 한 협력형 한류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한류는 더 이상 단일 국가 중심의 문화 흐름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간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산업적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사례는 한류가 수출 중심 모델에서 협력 중심 모델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는 한국에서 제작돼 단순히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재해석되고 새롭게 제작되어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산업적 자립성을 높이고, 동남아 콘텐츠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의 현재는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보다 협력의 구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콘텐츠 협력은 수출과 소비를 넘어 공동 창작, 공동 성장의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 변화는 콘텐츠 산업의 국제 협력 모델로서 향후 아시아 시장 전반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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