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3.0, 베트남②]Z세대가 바꾼 콘텐츠 지도, 한류 소비에서 창작으로 이동한 세대
[KtN 전성진기자]베트남의 콘텐츠 소비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심에는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가 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며, 콘텐츠를 단순히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확산시키는 주체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베트남콘텐츠산업동향 18호」에 따르면, 베트남의 Z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며,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평가된다.
Z세대는 소비보다 ‘참여’를 중시한다. 베트남 주요 SNS 이용자 중 70% 이상이 동영상 제작 기능을 활용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한국 콘텐츠를 참고하거나 패러디 영상 형태로 2차 창작물을 제작한다. TikTok, YouTube, Facebook Reels 등 짧은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장면, K팝 안무, 웹툰 캐릭터를 재구성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관이 베트남의 일상 문화와 융합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OTT 이용 패턴에서도 세대 간 차이가 뚜렷하다. 베트남 20대 이용자 중 68%가 주 3회 이상 OTT 플랫폼을 이용하며, 그중 45%가 한국 콘텐츠를 주 시청 대상으로 꼽았다. 선호 장르는 로맨스, 청춘, 스릴러 순으로 나타났다. Z세대는 전체 콘텐츠 이용 시간의 60%를 모바일로 소비하며,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신작을 발견하는 비중이 높다. 과거처럼 방송 시간표에 맞춰 시청하지 않고, 플랫폼 중심으로 취향을 분류해 선택하는 구조로 이동했다.
웹툰과 웹소설의 소비 증가도 주목된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WebComics 등 주요 플랫폼의 이용자 중 70% 이상이 10~20대로 집계됐다. 한국식 감정선과 서사 구조가 현지 독자에게 익숙해지면서, 베트남 로컬 작가가 유사한 포맷으로 신작을 발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웹툰은 드라마·영화로 확장되는 IP 산업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으며, 젊은 창작자의 데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도 Z세대의 영향력은 크다. 베트남 게이머의 평균 연령은 24세이며,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70%가 Z세대다. 한국산 게임은 그래픽·스토리·운영 시스템에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e스포츠 분야에서 한국 게임사가 주최하는 리그가 인기를 얻으며, 베트남 내 게임 소비 문화가 ‘경기 관람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Z세대는 단순 플레이어가 아니라 커뮤니티 운영자, 콘텐츠 스트리머, 해설자로 참여하며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들의 소비 성향은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Z세대는 콘텐츠 구매에 있어 가격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스트리밍 구독, 굿즈, 팬 커뮤니티 등 비물질적 가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조사협회(VCA)가 2024년 말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Z세대의 63%는 “좋아하는 콘텐츠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소비”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시청자에서 ‘참여자’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콘텐츠 소비와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베트남 내 창작 생태계도 변하고 있다. TikTok 크리에이터, 유튜버, 웹툰 작가, 인디 게임 개발자 등 개인 단위 창작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콘텐츠의 서사 구조를 차용하거나, 한국 제작사와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시장에 진입한다. 베트남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협회(VCN)는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창작 교육의 표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변화는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미친다. 첫째, Z세대는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기존 방송·출판 중심의 수직 구조가 해체되고, 개인 창작자가 직접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분산형 구조로 바뀌었다. 둘째, 콘텐츠 기획의 방식이 달라졌다. 베트남 제작사들은 Z세대의 선호를 실시간 데이터로 분석해 트렌드를 예측하고, 단기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한다. 셋째, 브랜드와 기업은 Z세대를 핵심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K콘텐츠 기반의 협업 광고, 공동 캠페인, 디지털 팬 커뮤니티 활용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참여형 한류’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과거 한류가 대중문화 소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지금의 한류는 창작과 참여를 결합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Z세대는 한국 콘텐츠를 모방하거나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매개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류 3.0 세대형 구조’로 정의한다. 베트남 사회학자 응우옌 민흐 안은 “Z세대의 콘텐츠 소비는 문화의 수입이 아니라 문화의 재구성”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의 포맷을 기반으로 한 현지 창작이 증가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공통된 문화 언어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류의 새로운 확장 방향은 결국 세대의 이동과 맞물려 있다. Z세대는 문화의 수용자이자 생산자이며, 이들의 활동이 콘텐츠 산업의 지속성을 뒷받침한다.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구조는 세대 교체를 동력으로 삼아 ‘공동 창작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일 국가 중심의 문화 수출 모델을 넘어, 아시아 전역의 산업 협력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는 이제 기술, 세대, 문화가 교차하는 산업이 되었다. Z세대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베트남의 콘텐츠 생태계는 한류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보여준다.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5년 내 베트남은 동남아 콘텐츠 산업의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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