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작품’으로 읽는 문장, 평론을 대중의 말로 바꾸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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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의 이름은 K-팝의 성장 과정과 함께 기억된다. 김영대는 노래를 평가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다. 김영대가 해온 일은 K-팝이라는 복합적인 문화 현상을 말로 풀어내고, 이해 가능한 구조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음악을 둘러싼 감정과 산업, 세대와 기술을 연결하는 설명의 언어를 꾸준히 축적해 온 인물이었다.

김영대의 평론을 관통하는 출발점은 분명했다. 음악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아이돌 음악을 유행 상품이나 팬 문화의 산물로 축소하지 않고, 동시대 대중음악이 도달한 하나의 형식으로 받아들였다. 이 태도는 단순한 관용이 아니라 분석의 전제였다. 김영대에게 아이돌 음악은 설명이 필요한 대상이었고, 이해되어야 할 문화였다.

 

음악을 ‘노래’가 아니라 ‘형식’으로 읽다

김영대의 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음악을 바라보는 단위다. 김영대는 곡만 따로 떼어 놓지 않았다. 멜로디와 리듬, 편곡과 사운드 디자인, 안무와 무대 연출, 영상과 콘셉트를 하나의 결과물로 다뤘다. 아이돌 음악을 공연을 전제로 한 음악, 다시 말해 ‘무대에서 완성되는 형식’으로 규정했다.

이 접근은 K-팝을 서구 팝의 변주나 혼합물로 보는 시선을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의 집합이 아니라, 기획과 연습, 연출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팀 단위 창작물로 아이돌을 설명했다. 김영대의 평론에서 아이돌은 장르 이전에 형식이었다. 형식이 정교해질수록 음악의 완성도와 감정 전달 방식도 함께 고도화된다는 점을 꾸준히 짚어냈다.

이런 관점은 아이돌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를 바꿨다. 보컬의 우열이나 음역대 경쟁 대신, 곡과 무대가 어떤 감정을 설계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가 주요한 분석 대상이 됐다. 김영대는 아이돌을 ‘잘 추는 존재’나 ‘잘 꾸며진 이미지’로 부르지 않았다. 퍼포밍 아티스트라는 표현을 통해, 음악과 몸짓이 결합된 창작 주체로 정의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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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을 설명하지 않으면 음악도 설명되지 않는다

김영대의 평론이 설득력을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산업에 대한 이해였다.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제작 구조를 외면하지 않았다. 기획사 시스템, 연습생 제도, 데뷔 이후의 활동 구조, 팬덤의 형성과 유지 방식, 글로벌 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함께 다뤘다. 김영대는 특정 가수의 성공을 개인의 재능으로만 환원하지 않았다. 그 재능이 발휘될 수 있었던 조건과 선택을 짚어냈다.

아이돌 음악이 높은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김영대는 경쟁 구조를 언급했다. 작은 내수 시장, 치열한 데뷔 경쟁, 빠른 소진 속도는 기획사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살아남는 구조가 K-팝을 고도화시켰다는 설명이었다. 김영대의 시선은 성공을 찬양하기보다, 성공이 요구한 비용과 압박을 함께 바라봤다.

팬덤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였다. 김영대는 팬을 맹목적인 지지자로 묘사하지 않았다. 팬덤을 고관여 소비자 집단으로 읽었다. 음반 구매, 공연 관람, 온라인 활동은 감정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산업을 지탱하는 동력이었다. 김영대는 팬덤을 설명할 때 감정과 구조를 분리하지 않았다. 정서적 유대가 어떻게 경제적 지속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차분하게 풀어냈다.

 

학술 언어를 대중의 문장으로 바꾸다

김영대의 문장은 친절했다. 음악인류학을 전공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었지만, 이론을 앞세우지 않았다. 전문 용어로 독자를 압도하기보다, 왜 지금 이런 음악이 나왔는지를 묻고 답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김영대의 글은 어렵지 않았지만 단순하지도 않았다. 논리의 단계가 분명했고, 근거가 빠지지 않았다.

이 문체는 평론의 독자를 넓혔다. 음악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독자도 김영대의 글을 따라갈 수 있었다. 동시에 업계 종사자에게는 현상을 정리하는 참고 자료가 됐다. 김영대는 감정을 자극하는 문장을 만들기보다, 이해를 돕는 문장을 만들었다. 과장이나 단정 대신 설명을 택한 태도는 평론가라는 직함에 대한 신뢰를 쌓아 올렸다.

김영대의 글에서 질문형 문장이 드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단을 독자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관찰과 분석을 통해 도달한 결론을 책임 있게 제시했다. 이 방식은 팬과 비평가, 업계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였다. 감정적 찬반 대신, 각자의 위치에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했다.

 

문화면을 넘어 사회로 확장된 음악 이야기

김영대의 언어는 음악 지면을 넘어 확장됐다. 방송과 강연, 시사 프로그램에서 김영대는 음악을 사회적 맥락 안에 놓았다. 아이돌의 노랫말에서 세대의 감정을 읽어냈고, 산업 구조 변화에서 노동과 자본의 문제를 언급했다. 음악은 오락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를 이해하는 창이 됐다.

시사 공간에서 음악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영대는 음악을 통해 사회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아이돌 음악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취향 싸움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문화 소비 방식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음악 비평은 공적 담론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김영대가 만든 기준

김영대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특정 가수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K-팝을 읽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음악과 퍼포먼스, 산업과 팬덤을 함께 바라보는 시선은 이후 많은 기사와 해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팬이 음악을 설명할 때, 기자가 현상을 정리할 때, 업계가 변화를 해석할 때 김영대의 언어는 참고점으로 호출됐다.

김영대는 스타가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스타를 이해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K-팝이 커질수록 설명은 더 필요해졌다. 그 설명을 가장 성실하게 담당해 온 이름이 김영대였다. 문화는 저절로 이해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기록과 언어를 통해 비로소 구조를 드러낸다. 김영대가 남긴 문장들은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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