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46.01%·정청래 44.53%·송영길 9.47%…1인1표 첫 전대에 대통령 권위·당원주권·현역 조직 겹쳐, ‘누구를 위한 대표인가’로 번진 당권 경쟁

 

 

[KtN 박준식기자]3086표. 8월 9일까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순회경선에서 김민석 후보와 정청래 후보를 가른 표다. 김민석은 9만5821표로 46.01%, 정청래는 9만2735표로 44.53%, 송영길은 1만9715표로 9.47%를 기록했다. 호남과 서울·경기에 약 110만명의 권리당원이 남아 있고,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도 최종 결과에 반영된다. 현재 숫자는 김민석의 선두를 말해줄 뿐 승자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득표 차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선거가 진행될수록 앞줄로 나온 정치 언어다. ‘완벽한 당정일치’, ‘명청대전’, ‘반명’, ‘배신’, ‘의리’, ‘분열주의’가 정책과 당 운영 방향을 밀어내고 있다. 8월 5일 TV토론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의 개혁 방식과 유시민 작가 발언에 대한 태도를 공격했고, 정청래 후보는 김민석 후보의 과거 정치적 선택을 들어 “배신해본 사람은 또 배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맞섰다.

정당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집권여당 대표를 선출하면서 지방선거 결과와 정부 운영, 다음 총선 전략을 놓고 충돌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민주당 정치문화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경쟁의 강도가 아니라 경쟁의 기준에 있다. 같은 대통령의 성공을 말하는 후보들이 서로 다른 정책보다 상대의 대통령 충성도와 정치적 의리를 검증하기 시작하면서 당대표 선거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친명 대 친청’이라는 비대칭

현재 전당대회를 설명하는 언론의 대표적인 분류는 ‘친명 대 친청’이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박선원·서미화·김용 후보 등을 친명, 최민희·한민수 후보 등을 친청으로 구분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8월 9일 현재 최고위원 당선권을 놓고 어느 진영이 5석 가운데 3석 이상을 확보하느냐는 계산까지 붙었다.

그러나 ‘친명 대 친청’은 대칭적인 이름이 아니다. 한쪽에는 현직 대통령 이재명의 이름을 붙이고 다른 한쪽에는 당대표 후보 정청래의 이름을 붙인다. 김민석 후보와 가까운 세력은 대통령의 정치적 계보에 놓이고, 정청래 후보와 가까운 세력은 대통령과 별개로 형성된 독자계파처럼 읽힌다. 실제 언론 가운데는 현재 충돌을 ‘친석·친청’으로 표현한 곳도 있다.

8월 9일까지 공개된 정치적 입장을 놓고 보면 ‘친석 대 친청’이 실제 경선 구도에는 더 가깝다.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연합과 정청래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연합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친석’과 ‘친청’을 고정된 계파명으로 확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양쪽을 후보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청래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과 결별하거나 이재명 정부에 맞서는 정치노선을 내놓은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재명 정부 성공과 총선 승리, 대통령과의 협력을 공개적으로 강조해왔다. 김민석 후보는 ‘완벽한 당정일치’를 내걸었고 송영길 후보 역시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을 대표 자격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했다. 민주당도 순회경선에 들어가면서 세 후보의 경쟁이 궁극적으로 ‘이재명 정부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향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세 후보 모두 대통령의 성공을 말하는데 한쪽만 ‘친명’이 된다. 여기서부터 정치문화의 문제가 시작된다.

김민석 지지 진영이 친명으로 자리 잡으면 정청래 지지 진영은 자동으로 ‘친명이 아닌 쪽’에 놓인다. 친청이라는 이름을 거쳐 조금만 더 밀리면 반명이라는 표현까지 가능해진다. 후보의 경제정책이나 정당 운영능력이 아니라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정치적 좌표가 된다.

‘친명’은 단순한 계파 명칭을 넘어 당내 정통성을 배분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

‘반명’ 프레임, 정치적 이견을 충성의 문제로 바꾸다

김어준은 6월 25일 방송에서 바로 이런 구분을 문제 삼았다. 정치인이 스스로 대통령과 더 가깝다고 주장하는 것과 언론이 한쪽을 친명, 다른 쪽을 반명 또는 친청으로 분류해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다르다는 취지였다. 현직 이재명 대통령이 있는 집권 민주당에서 정청래를 반명으로 분류하는 상황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반명’ 프레임을 언론만 만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당권 경쟁에서도 직접 사용됐다. 김민석 후보는 유시민 작가의 이재명 대통령 비판에 정청래 후보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다. 7월 24일에는 정청래 후보를 향해 ‘이재명의 길’과 ‘유시민의 길’ 가운데 어느 쪽을 옹호하는지 모르겠다면 지도부를 맡을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놨다.

유시민 작가의 원래 문제 제기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내용이 아니었다. 6월 26일 공개된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보수층까지 외연을 넓히는 과정과 기존 지지층의 관계를 ‘증축’과 ‘재건축’으로 비유했다. 기존 지지 기반 위에 외연을 넓히기를 기대했지만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 자체를 다시 짜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었다. 유시민 개인의 정치적 평가지만 대통령의 외연 확대와 핵심 지지층 관리가 양립할 수 있는지를 제기한 발언이었다.

전당대회에서는 질문이 달라졌다. 유시민의 분석이 타당한지, 정부가 기존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에서 어떤 정치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하기보다 경쟁 후보가 대통령 비판에 즉각 반박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정책적 판단이 충성도 판정으로 이동한 것이다.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면서 정부의 일부 정책과 정치전략을 비판할 수도 있다. 대통령을 비판한 사람의 주장 가운데 일부에 동의할 수도 있다. 집권당이라면 정부의 잘못을 먼저 발견해 수정하도록 만드는 역할도 맡는다. 대통령과 다른 판단을 밝히는 순간 ‘반명’ 가능성이 붙는 문화가 굳어지면 집권당 내부에서 비판의 비용은 빠르게 높아진다.

대통령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언제나 대통령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인지도 별개의 문제다.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먼저 경고하는 정당과 모든 판단을 대통령에게 맞추는 정당 가운데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충분히 논쟁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해당 논쟁보다 누가 더 대통령에게 충실한지를 먼저 따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김민석과 ‘명심’…총리 평가와 당대표 지지는 같은 말이 아니다

김민석 후보에게 대통령과의 관계는 분명한 정치적 자산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30일 김민석 총리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정부 성과에 김 총리의 역할이 컸다고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대통령과 총리로 국정을 함께 운영한 경험도 다른 후보가 갖지 못한 이력이다.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의 국정수행을 높게 평가했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로 김민석 후보를 원한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8월 9일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명심’은 정치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대통령의 과거 평가, 총리 경력, 정부와의 관계,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을 결합해 정치권과 언론이 대통령의 의중을 추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침묵 속에서도 후보들은 대통령과의 거리를 경쟁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집권당 정치가 대통령 개인의 권위를 중심으로 재편될 위험이 따른다. 한국의 대통령과 여당 관계를 분석한 신현기·허석재의 연구는 사회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유력 대선 후보 중심으로 정당이 재편돼 온 한국 정치에서 정당의 대리인으로 출발한 대통령이 오히려 정당을 지배하는 관계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대통령제화한 정당’이다.

김민석 후보의 ‘완벽한 당정일치’는 이런 맥락에서 양면성을 갖는다.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의 정책 조정이 빨라지고 국정 추진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무총리 경험을 가진 대표가 정부의 행정과 정책 결정 과정을 잘 이해한다는 것도 현실적인 강점이다.

‘당정일치’가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당’으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집권당 대표는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고, 정부가 놓친 문제를 찾아내며, 국회와 당원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당대표가 대통령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정당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정치적 완충장치를 잃게 된다.

김민석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치문화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대목은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할 때 다른 말을 할 수 있는가다.

정청래와 1인1표…당원주권이 계파정치를 끝냈나

정청래 후보의 정치적 기반에는 당원주권이 놓여 있다. 민주당은 2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1로 맞추는 당헌 개정안을 확정했다. 중앙위원 590명 가운데 515명이 투표했고 312명이 찬성했다. 대의원 한 명의 표가 권리당원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갖던 구조가 이번 전당대회부터 사라졌다.

당대표 본경선은 권리당원과 전국대의원 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를 합산한다. 당대표 후보에게는 1·2·3순위를 적는 선호투표제가 적용되고, 1순위 과반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 지지자의 다음 선택이 최종 승부에 반영된다.

1인1표는 분명한 제도적 변화다. 당원 한 사람의 투표 가치를 같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당내 대표성은 확대됐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투표제도의 민주화와 정치문화의 민주화가 같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1인1표제를 추진할 당시에는 대의원과 계파 보스의 영향력이 줄고 의원들이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정당을 기대했다. 6개월 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후보의 정책보다 친명 몇 명, 친청 몇 명이 더 많이 거론된다. 8월 9일까지 최민희 후보가 누적 선두에 올라 있고 박선원·한민수·서미화·김용 후보가 당선권을 형성하면서 어느 진영이 최고위원회 과반을 확보하느냐가 주요 관심사가 됐다.

계파가 사라졌다기보다 계파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중진 의원, 지역위원장, 대의원 조직이 계파정치의 중심이었다. 1인1표 시대에는 정치인과 대규모 적극당원이 온라인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 국회의원 조직과 정치팬덤이 결합하면 과거와 다른 형태의 계파정치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당원주권의 수준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이겼는지로 판단할 수 없다. 정청래 후보는 8월 5일 김어준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1순위 득표에서 앞섰다가 선호투표 재분배로 패하는 경우에도 결과에 승복하고 지지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합의된 규칙으로 치른 선거인 만큼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바로 그 태도가 당원주권의 중요한 기준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만 당원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청래 후보에게도 다른 위험이 있다. 김민석 후보의 과거 탈당을 ‘배신’과 ‘의리’의 언어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정치인의 과거 선택은 검증할 수 있지만 ‘배신자’라는 표현은 정책 비판과 성격이 다르다. 정책이 다른 사람은 설득의 대상이지만 배신자로 규정된 사람은 공동체에 남을 자격부터 의심받는다.

김민석 쪽의 ‘반명’과 정청래 쪽의 ‘배신’은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정치문화의 위험을 품는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당원을 경쟁자가 아니라 충성도가 부족한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과 당심 사이…김민석 우위 보도가 만드는 착시

8월 3~4일 KSOI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는 김민석 28.1%, 정청래 27.6%로 0.5%포인트 차였다. 표본오차 안의 접전이다. 민주당 지지층만 놓으면 김민석 51.1%, 정청래 31.4%로 격차가 19.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7%였다.

8월 9일까지 실제 권리당원 누적 결과는 김민석 46.01%, 정청래 44.53%다.

두 숫자가 다르다고 어느 한쪽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일반 유권자와 당비를 내고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은 같은 집단이 아니다. 아직 호남과 수도권이라는 대규모 권리당원 투표도 남아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두 집단을 분리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김민석 51.1%’라는 숫자를 ‘당심’으로 받아들이면 김민석 후보가 실제 당원 선거에서도 20%포인트 가까이 앞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먼저 개표된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1.48%포인트 차다.

언론 전체가 김민석 후보를 밀고 있다고 단정하려면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전당대회 기간 주요 신문과 방송의 기사량, 제목, 사진, 취재원, 긍정·부정 표현, ‘친명·친청·반명·명심’ 사용 빈도를 같은 기준으로 조사해야 한다.

다만 계파 명칭과 대통령 의중을 중심으로 뉴스를 구성하는 방식이 김민석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치적 서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친명 대 친청’이라는 표현부터 대통령의 이름을 한 진영에 배정한다. 전직 총리와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은 기사로 포착하기 쉽지만 전국에 흩어진 권리당원들이 왜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지는 훨씬 취재하기 어렵다.

엘리트 정치인의 움직임이 당원의 움직임보다 뉴스에서 크게 보이는 구조다.

정청래 후보도 8월 5일 김어준과의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와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김민석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민석 후보의 46.01%를 조직표라고 규정하거나 정청래 후보의 44.53%를 전부 자발적 당심이라고 단정할 객관적 자료는 없다.

김민석의 46.01%도 실제 당원이 던진 표이고 정청래의 44.53%도 실제 당원이 던진 표다.

어느 한쪽을 가짜 당심으로 만드는 순간 분석은 정치적 주장으로 바뀐다.

지방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두 달 뒤 다시 권력투쟁에 들어간 이유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4곳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경기와 인천은 물론 부산·울산·강원 등에서도 승리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이겼다.

12대4라는 숫자만 보면 집권여당의 승리다.

그런데 전당대회에서는 서울 패배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가 정청래 지도부 책임론의 근거로 등장했다. 김민석 후보는 대통령과 정부의 높은 정치적 자산을 당 지지와 선거 성과로 충분히 연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송영길 후보도 지방선거 결과를 향후 총선의 위험신호로 해석했다.

선거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전국 12곳 승리에 무게를 둘 수도 있고 서울 패배와 일부 재보궐선거 결과를 더 무겁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당이 두 달 만에 지도부 정당성을 놓고 전면전에 들어간 배경을 지방선거 성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8년 총선이 뒤에 있다.

이번 지도부는 이재명 정부 중반기의 당 운영과 총선 준비를 맡게 된다. 당 지도부는 공천제도와 조직 정비, 후보 발굴, 지역전략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현역 의원에게 당대표 선거는 당의 노선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도 연결될 수 있다.

1인1표 도입으로 대의원 조직의 표 가치는 사라졌지만 현역 의원들의 이해관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권리당원에게 직접 접근하고 최고위원 후보와 정치적 연대를 만들며 대규모 당원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1인1표가 계파정치를 끝낸 것이 아니라 계파정치의 시장을 바꿨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김민석·정청래·송영길, 세 사람이 말하는 서로 다른 대표

김민석 후보가 그리고 있는 대표는 ‘집권당 대표’에 가깝다.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을 당이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정책과 입법, 선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완벽한 당정일치’라는 말도 해당 구상을 압축한다.

김민석 후보의 강점은 국정 경험이다. 총리로서 대통령과 정부를 운영한 경험은 당과 정부 사이의 정책조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과 당의 일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집권당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 김민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다면 당정일치가 ‘효율적인 협력’에 머무는지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당’으로 넘어가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청래 후보가 그리고 있는 대표는 ‘당원 정당의 대표’에 가깝다. 1인1표와 전당원투표를 통해 권리당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당원의 선택을 당 운영의 중심에 놓으려 한다.

정청래 후보의 강점은 당원의 직접적인 정치적 정당성이다. 반대로 가장 적극적인 당원의 목소리를 전체 당심과 동일시하거나 ‘배신’과 ‘의리’를 기준으로 내부의 다른 의견을 가르기 시작하면 당원주권은 다수파 정치로 좁아질 수 있다. 정청래 대표 체제가 다시 들어선다면 자신을 찍지 않은 당원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송영길 후보는 경험과 총선 경쟁력을 내세우지만 대통령과 당의 관계에서는 두 후보와 완전히 다른 제3의 틀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과 대통령을 외롭게 두지 않는 집권당을 강조해왔다.

다만 9.47%의 표는 선호투표제 때문에 최종 승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어느 후보도 1순위 과반에 도달하지 못하면 송영길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당원의 다음 선택이 김민석·정청래 두 후보 사이에 배분된다.

송영길 후보에게 던져진 표가 당대표를 직접 만들지 못해도 당대표가 누구인지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당대표의 대표성, ‘누구를 위한 대표인가’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무거운 질문은 결국 ‘누구를 위한 대표인가’에 닿는다.

민주당 대표는 당원이 선출한다. 그러나 집권당 대표의 책임은 자신을 찍은 당원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대통령은 전국 유권자가 선출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유권자로부터 권한을 받았다. 당대표는 당원의 선택을 받는다. 집권여당에는 서로 다른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권력이 동시에 존재한다.

당대표의 역할은 하나를 골라 나머지를 복종시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만을 위한 대표가 되면 여당의 독립성이 사라진다. 정부 정책을 당이 검증하기보다 대통령실에서 결정한 정책을 국회에서 집행하는 조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적극당원만을 위한 대표가 되면 국민정당의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당내 정치에 높은 관심을 가진 권리당원의 판단과 전체 유권자의 판단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현역 의원을 위한 대표가 되면 공천을 중심으로 한 조직정치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 차기 대권을 위한 대표가 되면 당대표직이 정당을 운영하는 자리가 아니라 개인 정치의 발판으로 변한다.

정치 유튜브와 팬덤만을 바라보는 대표도 같은 한계를 갖는다. 유튜브는 기존 언론이 놓친 정치적 목소리를 빠르게 전달하고 적극당원의 참여를 확대했지만, 강한 지지층의 여론이 당 전체의 여론으로 과대 대표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집권당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한쪽에 가장 충실한 능력이 아니다.

대통령이 잘못 판단할 때 대통령에게 말하고, 당원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움직일 때 당원을 설득하고,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바라보며 줄을 설 때 제어하며, 민주당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에게까지 당의 정책을 설명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당대표는 대통령의 대리인이면서 동시에 대통령의 견제자여야 한다. 당원의 대표이면서 자신을 찍지 않은 당원의 대표여야 한다. 선거에서는 핵심 지지층을 지키면서 민주당 밖의 유권자를 끌어와야 한다.

한 방향만 선택해서는 할 수 없는 자리다.

제도는 민주화됐지만 정치문화는 더 개인화될 수 있다

민주당은 1인1표를 도입했다. 대의원 한 표와 권리당원 한 표의 가치를 같게 만들었다. 과거보다 당원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커졌다.

그 첫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는 다시 누구의 사람인지로 나뉘고 있다.

한쪽은 친명, 다른 쪽은 친청으로 불린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반명과 배신이 오간다. 대통령의 의중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아도 ‘명심’이라는 이름으로 해석된다. 정치인의 독립적인 정책노선보다 어느 지도자에게 가까운지가 먼저 설명된다.

제도적 민주화와 정치의 개인화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1인1표만으로 민주적인 정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표를 행사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와 토론이 있어야 하고, 다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당원도 같은 구성원으로 인정돼야 한다. 승리한 쪽이 패배한 쪽의 정치적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승자를 정하는 제도지만 정당 민주주의는 패자를 없애는 제도가 아니다.

8월 9일 현재 김민석 46.01%, 정청래 44.53%라는 숫자는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상대 지지층이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을 어떻게 부르느냐가 중요하다.

김민석 후보가 당선된 뒤 정청래 지지층을 ‘반명’이나 강성 친청으로 밀어내면 거의 절반의 당원을 정권 성공과 거리가 있는 집단으로 분리하게 된다.

정청래 후보가 당선된 뒤 김민석 지지층을 조직표나 배신 세력으로 취급하면 역시 거의 절반의 당원을 당원주권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결과가 된다.

새 대표의 정치적 수준은 자신에게 투표한 사람을 얼마나 강하게 결집시키는지보다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어디까지 같은 민주당원으로 인정하는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유시민의 ‘증축’이 남긴 민주당의 선택

유시민 작가가 던진 ‘증축과 재건축’은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더 현실적인 문제로 남았다.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자만 바라볼 수 없다. 중도와 보수 성향 유권자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 움직여야 한다. 대통령이 외연을 넓히지 못하면 국정 지지 기반도 좁아진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조금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남아야 한다. 선거에서 후보를 내고 지역조직을 유지하며 핵심 지지층과 시민사회, 새로운 유권자를 계속 연결해야 한다. 대통령의 외연 확대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이 정치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끼면 정당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기존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답은 아니다. 외연 확대를 이유로 기존 지지층을 낡은 세력처럼 취급하는 것 역시 답이 되기 어렵다.

정당 지도자의 역할은 둘 가운데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두 집단 사이에 정치적 접점을 만드는 데 있다.

유시민의 발언에 동의하는지 여부보다 민주당 내부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해도 ‘반명’이 되지 않는 정치문화가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8월 17일 당대표보다 8월 18일 민주당

8월 15일 호남, 16일 서울·경기 경선 결과가 차례로 공개되고 17일 대전에서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최종 지도부가 결정된다. 당대표 경선에는 1인1표와 선호투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8월 9일까지 숫자로는 김민석이 3086표 앞서 있다. 정청래도 44.53%를 확보했다. 송영길의 9.47%는 선호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움직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호남과 수도권의 대규모 권리당원 투표를 남겨둔 만큼 승자를 단정할 단계가 아니다.

17일에는 한 명이 이긴다.

민주당 정치문화의 상태는 18일부터 더 분명해진다.

새 대표가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을 정상적인 당내 세력으로 인정하는지, 최고위원회가 친석·친청의 지분을 계산하는 조직으로 남는지,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내는 의원에게 다시 반명이라는 이름이 붙는지, 정부가 잘못할 때 여당이 먼저 수정 요구를 할 수 있는지를 보면 된다.

1인1표가 민주당을 바꿨는지도 그때부터 확인된다.

표의 가치를 같게 만든 뒤에도 정치인이 대통령의 이름으로 줄을 세우고 당원이 특정 정치인의 이름으로 갈라진다면 제도는 바뀌었지만 정치문화는 그대로 남는다.

202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무거운 숫자는 3086표가 아니다.

같은 대통령의 성공을 말하는 두 후보가 46.01%와 44.53%로 갈라져 있는데도 한쪽에는 ‘친명’, 다른 쪽에는 ‘친청’이라는 이름이 붙고, 경쟁 과정에서는 다시 ‘반명’과 ‘배신’이라는 말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친명 대 친청’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걷어내면 권력의 구조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김민석을 중심으로 대통령·정부와 당의 강한 결합을 요구하는 정치연합과 정청래를 중심으로 당원주권과 기존 지지 기반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정치연합이 맞서고 있다. 송영길은 두 세력 사이에서 독자 지지를 확보하면서 선호투표의 변수로 남아 있다.

대통령의 권위, 당원의 주권, 현역 의원의 이해관계, 정치팬덤의 동원력, 언론이 만드는 계파 프레임이 한 전당대회 안에 겹쳤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성공을 뒷받침하면서도 대통령 개인의 정당으로 축소되지 않고, 당원의 권한을 확대하면서도 특정 정치인의 지지층만을 위한 정당으로 좁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가 남았다.

당대표 한 사람을 선출하는 문제를 넘어 민주당이 어떤 정당으로 남을지를 가르는 정치문화의 문제다.

구분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8월 9일 누적 득표 46.01%·9만5821표 44.53%·9만2735표 9.47%·1만9715표
현재 위치 3086표 차 선두 초접전 추격 선호투표 변수
대표 구호 완벽한 당정일치 당원주권·1인1표 정부 협력·총선 경쟁력
정치적 중심 대통령·정부와 당의 결합 권리당원과 당의 독자성 경험·독자 지지층
실제 경선 구도 친석 친청 독자세력
대통령과 관계 총리 경험과 국정 호흡 강조 이재명 정부 성공·대선 불출마 강조 ‘이심송심’ 등 협력 강조
상대 공격의 언어 자기 정치·반명·분열 배신·의리·탈당 지도부 책임·당정 엇박자
강점 국정 경험·당정 조정 당원 기반·개혁 연속성 당대표 경험·제3후보 공간
가장 큰 위험 당정일치가 대통령 종속으로 흐를 가능성 당원주권이 특정 지지층 중심 정치로 좁아질 가능성 독자 노선보다 캐스팅보트 역할만 부각될 가능성
당선 뒤 검증 기준 대통령에게 다른 의견도 말할 수 있는가 자신을 찍지 않은 당원도 대표할 수 있는가 지지층을 당내 통합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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