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장 공동체 수련 문화’로 신청서 제출…북한은 12월 샤먼 심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절차도 병행

[KtN 박준식기자]대한민국 정부가 지난 3월 31일 국가유산청을 통해 유네스코 본부에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 문화(Dojang Community Training Culture in Korea)’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북한이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 무술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신청서를 낸 데 이어 남북이 태권도를 각각 유네스코 심사 절차에 올렸다.

한국 신청서는 태권도 경기가 아닌 도장 수련 문화를 등재 대상으로 삼았다. 사범과 수련생이 도장에서 예절과 존중, 절제와 배려를 배우고, 먼저 익힌 기술과 수련 규범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생활문화와 교육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대회와 올림픽 종목으로 알려진 태권도를 일상에서 이어지는 공동체 문화로 설명한 것이다.

도장에서는 품새와 겨루기, 기본동작을 반복해 익히는 과정과 함께 인사법과 수련 질서가 전해진다. 사범은 기술을 지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련생의 태도와 공동체 생활을 가르친다. 수련생은 오랜 훈련을 거쳐 후배를 돕거나 지도자로 성장한다. 한국 신청서가 ‘도장 공동체’를 앞세운 배경에는 태권도 기술과 교육문화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전승돼 왔다는 판단이 담겼다.

최재춘 추진단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재춘 추진단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북한은 ‘전통 무술 태권도’를 신청 명칭으로 선택했다. 한국이 도장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수련과 교육을 내세웠다면 북한은 전통무술로서의 태권도를 앞에 놓았다. 남북의 신청 명칭과 설명 방식은 다르지만, 한반도에서 형성되고 이어진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린다는 방향은 맞닿아 있다.

북한 신청서는 오는 12월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 신청서는 유네스코 심사 절차를 거쳐 2028년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은 예상하고 있다.

심사 시점은 북한이 앞서 있지만 남북 공동등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는 남북이 제출한 신청서를 최종 심사 과정에서 하나의 공동유산으로 묶는 방안과, 북한이 먼저 등재된 뒤 한국이 참여 범위를 넓히는 확장등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8년 11월,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열린 제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남북이 각각 제출한 씨름 신청서를 병합해 전례 없는 공동등재를 결정했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18년 11월,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열린 제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남북이 각각 제출한 씨름 신청서를 병합해 전례 없는 공동등재를 결정했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18년 남북 공동등재가 이뤄진 씨름이 참고 대상이다. 당시 남북은 씨름을 각각 신청한 뒤 심사 과정에서 공동등재로 방향을 바꿨다. 태권도 역시 남북의 신청 내용과 심사 일정, 협의 결과에 따라 공동등재 또는 확장등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북한 심의가 먼저 예정돼 있어 실제 진행 방향은 12월 샤먼 회의 결과 이후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네스코 등재와 별도로 국내에서는 태권도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태권도는 2024년부터 국가유산청의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국가 차원의 지정이 이뤄질 경우 태권도의 역사와 전승 방식, 수련 공동체에 대한 조사와 보호 정책도 구체화할 수 있다.

지역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가 2016년 ‘전북 겨루기 태권도’를 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전북 겨루기 태권도는 지역에서 먼저 마련된 태권도 무형유산 보호 기반이다. 전북도는 무주 태권도원과 연계해 태권도의 전승과 보존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최재춘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장, 윤웅석 국기원장, 허민 국가유산청장, 오영복 전북도겨루기태권도보존회 대표, 정문용 대한태권도협회 사무총장이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국가유산청 차담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왼쪽부터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최재춘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장, 윤웅석 국기원장, 허민 국가유산청장, 오영복 전북도겨루기태권도보존회 대표, 정문용 대한태권도협회 사무총장이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국가유산청 차담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가무형유산 지정 논의에서는 태권도의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할지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권도 안에는 도장 수련과 생활체육, 겨루기와 품새, 시범과 격파, 국제경기와 지역 전승문화가 함께 존재한다. 한국의 유네스코 신청서는 여러 영역 가운데 도장을 공통된 수련 공간이자 전승 기반으로 제시했다.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는 공동체성과 교육성, 정신문화, 보편성, 역사성으로 정리된다. 사범과 수련생이 함께 생활하는 도장에서는 기술과 함께 예절, 인내, 절제, 배려가 전해진다. 수련 연령과 국적이 달라도 인사와 반복 훈련, 승급 심사와 지도자 교육을 통해 일정한 수련문화가 이어진다.

정부의 신청서 제출에 앞서 민간에서는 연구와 정책 제안, 홍보 활동이 이어졌다.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은 지난 6년간 정책 콘퍼런스와 토론회를 열고, 태권도대회 현장에서 등재 지지 활동을 진행했다. 전북 겨루기 태권도 보존회 창립과 남북 태권도 등재 추진 경과보고, 정책 토론회도 활동 범위에 포함됐다.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왼쪽)과 최재춘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장/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왼쪽)과 최재춘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장/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추진단은 유네스코 등재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국에서 벌이고 있다. 관계 기관과의 협력, 국제사회 홍보와 문화외교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경기 성적과 국제대회 개최를 중심으로 알려진 태권도의 역사에 도장 수련과 공동체 교육이라는 문화적 내용을 더하려는 움직임이다.

최재춘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단장은 태권도를 공동체와 인성교육, 평화의 가치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국가무형유산 지정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신청서에 대한 심의 결과는 오는 12월 샤먼 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신청서 심사와 국가무형유산 지정 검토, 남북 공동등재 또는 확장등재 협의도 이후 일정에 따라 이어진다. 추진단은 100만인 서명운동과 국내외 홍보 활동을 계속하며 2028년으로 예상한 한국 신청서의 최종 심사에 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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