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고모리 프로방스 빌리지 8.25부터 8.30까지
권용섭 지도강사 “짧은 기간에 이 정도 완성도 높은 그림 보기 드물어요”

전시회 개막을 자축하는 동호인들이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영식 기자)
전시회 개막을 자축하는 동호인들이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영식 기자)

[KtN 조영식기자] 최근 60·70대 ‘젊은 노년층’을 중심으로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래와 악기 등 음악 활동을 비롯해 바둑·장기 같은 두뇌활동, 지루박·자이브 등 웰빙댄스, 목공·공예 같은 손작업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제 노년의 취미는 단순히 여가를 보내는 수단을 넘어 새로운 삶의 활력과 자신감을 찾는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그림을 배우고 즐기는 동호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림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라는 과거의 인식과 달리,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생활예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일상의 걱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색과 선으로 나타내면서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 장의 그림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높이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이런 가운데 포천시 고모리 예술인마을 프로방스 빌리지에서 25일 작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은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전시회에는 안호정, 여영난, 오미숙, 이옥동, 임정운, 정경순, 정경임, 최경인, 권기옥, 권숙희, 김민정, 김신정, 김혜주, 박인영, 박태식 씨 등 16명의 그림 입문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불과 2개월 동안 13차례 수업을 받으며 그림의 기본을 배우고 익힌 뒤, 각자 5점씩을 소박하게 전시했다.

파주에서 포천을 오가며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오미숙씨 (사진=조영식 기자)
파주에서 포천을 오가며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오미숙씨 (사진=조영식 기자)

전시장에 걸린 작품에는 아직 전문 화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완벽한 기교와는 다른, 초보 화가들만이 가진 솔직함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사람마다 표현하는 색과 구도가 달랐고, 각자의 경험과 감성이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호인들은 서로의 그림을 바라보며 “이 그림은 이런 느낌이 좋다”, “이 부분은 참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독도화가’로 잘 알려진 권용섭 화가로부터 그림을 그리는 마음가짐을 비롯해 구도 잡기, 화폭에서의 덧셈과 뺄셈 등 그림의 기본을 배웠다.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화폭에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각자 자신만의 세계를 조금씩 만들어갔다.

동호인들을 지도한 권용섭 화가는 이들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는데, “무작위로 신청받은 수강생들이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배운 그림의 완성도가 아주 높아 전문 화가들도 놀랄 정도”라며 “그림을 잘 그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신의 심상을 정성껏 표현하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서울의 유명 갤러리나 인사동에 작품을 걸어도 될 만큼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지도 화가의 이 같은 칭찬에 동호인들은 오히려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작품을 완성하고 처음으로 전시장에 자신의 그림을 내건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동호인 대표 최경인 씨는 “거침없이 붓이 가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에 그림 표현 욕구가 꿈틀대고 있음을 느꼈다”며 “정성으로 지도해 주신 권용섭 화가님께 무한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포천까지 오가며 그림을 배웠다는 오미숙 씨는 그림과 함께 다시 찾은 젊은 날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그림 욕구를 보게 되었다는 최경인 씨 (사진=조영식 기자)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그림 욕구를 보게 되었다는 최경인 씨 (사진=조영식 기자)

오 씨는 “고등학교 시절 미술반에서 활동한 이후 그림을 접었었는데, 60대에 다시 붓을 잡게 되어 마음의 고향에서 유영하는 느낌”이라며 “그림은 마음을 그리는 심상의 예술이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아주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가 특별한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나 작가의 경력에 있지 않다. 평생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고, 불과 두 달 만에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선이 조금 삐뚤어도, 색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도, 구도가 서툴러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자신만의 그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오히려 초보자에게는 완벽함보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더 값질 수 있다.

‘그림은 말로 다 하지 못한 삶을 시각화해 기록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인생의 많은 계절을 지나온 노년에게 그림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마음을 표현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새롭게 꿈꾸게 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

붓을 처음 잡은 60·70대 동호인들에게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그림 발표회가 아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한 작은 출발점이자, 인생 후반기에 다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의 무대​다.

어쩌면 이날 전시장에 걸린 80점의 그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완성도가 가장 높은 그림이 아니라, 오랜 세월 뒤 다시 붓을 잡고 자신의 마음을 화폭에 담아낸 그들의 용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용기는 말한다.

“인생에는 늦은 시작이 없다. 붓을 드는 순간,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다시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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