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가죽부터 부드러운 광택, 일본 풍경을 담은 펜슬 스커트까지…장식 줄이고 질감으로 변화를 만든 SS27

[KtN 임우경기자]검정은 매끈하게 빛났고 회색은 주름을 남겼다. 밝은 드레스는 몸을 따라 부드럽게 내려왔고, 펜슬 스커트에는 풍경 이미지와 거친 질감이 들어갔다. 시몬 벨로티(Simone Bellotti)의 Jil Sander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은 색과 장식을 크게 늘리지 않은 대신 원단의 두께와 광택, 주름을 달리했다. 검정과 회색, 크림처럼 절제된 색을 유지하면서도 같은 단색이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를 갖도록 한 것이다.

수트에서는 허리와 여밈을 비틀고 드레스에서는 몸과 천 사이의 공간을 넓혔다면, 소재에서는 빛을 받는 방식과 손에 잡힐 듯한 질감이 변화를 만들었다. 매끈한 가죽과 부드러운 직물, 주름이 남은 재킷과 이미지가 들어간 스커트가 한 컬렉션 안에 놓이면서 Jil Sander의 미니멀웨어도 색과 형태만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Jil Sander SS27 Puts a Wrinkle In Its Minimalism. 사진=Filippo Fio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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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상의와 무릎 길이 하의는 색보다 광택이 먼저 들어온다. 빛을 거의 흡수하는 매트한 검정 수트와 달리 매끈한 소재가 조명에 반응하면서 팔과 허리, 다리 주변의 굴곡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장식은 많지 않지만 광택 자체가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검정은 소재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지는 색이다. 울이나 매트한 수트 원단에서는 선과 재단이 먼저 읽히지만, 가죽처럼 빛을 반사하는 소재에서는 몸의 움직임과 표면의 굴곡이 더 쉽게 드러난다. 같은 블랙을 사용하면서도 소재를 바꾸는 것만으로 옷의 성격이 달라진다.

광택이 강한 소재는 몸에 붙는 정도도 중요하다. 넉넉한 재킷에서는 빛이 넓은 면에서 끊어지고, 몸을 따라가는 하의에서는 움직임에 따라 밝고 어두운 부분이 빠르게 바뀐다. 벨로티는 색을 추가하기보다 이런 차이를 이용해 단색 착장의 밀도를 조절했다.

Jil Sander SS27 Puts a Wrinkle In Its Minimalism. 사진=Filippo Fio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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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가죽 아우터는 부드러운 직물과 다른 외곽을 만든다. 어깨에서 팔, 몸통으로 이어지는 선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소재 자체가 형태를 유지한다. 긴 팬츠와 맞물리면서 상체에는 단단한 질감, 하체에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움직임이 남는다.

가죽을 장식적으로 다루기보다 검정 재킷의 연장선에 놓은 것도 눈에 띈다. 금속 장식이나 강한 컬러를 덧붙이지 않아 소재의 두께와 광택이 직접 드러난다. 미니멀한 옷에서 장식을 줄일수록 원단의 차이는 더 크게 읽힌다.

검정 수트와 검정 가죽을 같은 범주로 묶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색은 같아도 한쪽은 원단의 유연함과 재단으로 형태를 만들고, 다른 쪽은 소재 자체의 힘으로 외곽을 유지한다. 단색을 반복하면서 소재의 물성을 바꾸는 방식이 컬렉션의 변화를 넓혔다.

Jil Sander가 이번 시즌 꺼낸 ‘불완전함’도 소재와 연결된다. 구겨진 재킷과 허리에 모인 주름은 다림질되지 않은 옷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원단이 접히고 당겨지는 상태를 디자인 안에 남긴 결과다. 매끈하게 정리된 미니멀웨어와 달리 천의 흔적 자체가 옷의 일부가 됐다.

SS27을 앞둔 소재 개발에서도 가벼운 직물과 새로운 질감, 다양한 혼방 소재가 주요 방향으로 거론돼 왔다. 형태를 과도하게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원단 자체에서 차이를 만드는 접근이 Jil Sander의 선택과도 맞닿는다. (WWD)

다만 질감이 많아졌다고 해서 장식적인 컬렉션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벨로티는 대부분의 옷에서 컬러 수를 제한하고 액세서리도 크게 늘리지 않았다. 주름과 광택, 소재의 두께가 장식의 자리를 대신하는 쪽에 가깝다.

Jil Sander SS27 Puts a Wrinkle In Its Minimalism. 사진=Filippo Fio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Jil Sander SS27 Puts a Wrinkle In Its Minimalism. 사진=Filippo Fio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몸을 따라 내려오는 스커트에는 일본 풍경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넓게 들어갔다. 상의에도 여러 색이 섞였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비교적 단순하다. 장식을 따로 붙이기보다 직물 자체에 이미지와 질감을 넣어 표면의 정보량을 늘렸다.

펜슬 스커트라는 익숙한 형식과 풍경 이미지의 조합은 다른 착장보다 변화가 직접적이다. 실루엣은 몸의 세로선을 따라 비교적 단정하게 내려가지만 직물에는 색과 무늬가 넓게 퍼져 있다. 형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소재 안에서 시선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Jil Sander의 미니멀리즘에서 프린트나 이미지가 전면에 나서는 옷은 단색 수트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상의와 스커트의 형태 자체는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다. 이미지가 이미 충분한 장식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루엣에서는 상대적으로 절제를 유지한 것으로 읽힌다.

이런 조합은 최근 미니멀웨어가 단순히 무채색과 무장식으로만 유지되지 않는 변화를 짚게 한다. 기본적인 재킷과 펜슬 스커트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직물의 이미지나 질감으로 차이를 만드는 방식이다. 미니멀한 형태와 강한 소재가 동시에 놓이면서 옷의 정보가 실루엣 한쪽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Jil Sander SS27 Puts a Wrinkle In Its Minimalism. 사진=Filippo Fio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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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도는 회색 드레스는 광택과 주름이 함께 움직인다. 소재가 몸에 붙었다가 떨어지고, 걸을 때 생긴 접힘마다 빛이 다르게 반사된다. 검정 가죽의 단단한 광택과 달리 얇고 부드러운 직물이 만들어내는 빛이다.

같은 광택이라도 소재가 단단한지 부드러운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가죽에서는 빛이 옷의 외곽을 또렷하게 만들지만 얇은 직물에서는 주름을 따라 밝고 어두운 부분이 계속 바뀐다. 드레스의 색보다 천이 움직이는 방식이 먼저 들어오는 이유다.

팔과 몸통 주변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주름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원단을 팽팽하게 당겨 신체의 윤곽을 명확하게 드러내기보다 걸을 때 생기는 접힘을 그대로 남겼다. 벨로티가 수트에서 의도적으로 넣은 구김이 드레스에서는 훨씬 부드러운 형태로 바뀐 셈이다.

가벼운 소재는 큰 실루엣과도 연결됐다. 앞서 등장한 넓은 드레스가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것도 얇은 직물 덕분이다. 부피가 크더라도 소재가 몸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면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다. 큰 볼륨과 가벼운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재킷의 단단한 구조와 대비를 만든다.

Jil Sander SS27의 소재 변화는 화려한 장식으로 방향을 돌린 것과는 거리가 있다. 검정 가죽은 형태를 단단하게 잡고, 부드러운 광택 소재는 움직임에 따라 주름을 만들며, 풍경 이미지가 들어간 펜슬 스커트는 단순한 실루엣 안에 시각적 정보를 집중시켰다. 같은 단색에서도 매트함과 광택, 두께와 유연성이 달라지면서 옷의 인상이 갈렸다.

소재가 강해질수록 실제 착용에서는 체형과 비율의 영향도 커진다. 광택이 있는 소재는 빛을 받아 몸의 굴곡을 강조할 수 있고, 두꺼운 가죽은 신체보다 큰 외곽을 만들 수 있다. 이미지가 넓게 들어간 스커트는 단색보다 하체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런웨이의 질감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소재가 차지하는 면적을 조절하는 편이 현실적인 이유다.

벨로티가 선택한 방법은 새로운 소재의 종류를 과시하는 데 있지 않았다. 검정과 회색, 크림과 옅은 블루처럼 익숙한 색을 남겨두고 가죽의 광택, 천의 주름, 직물에 들어간 이미지와 부드러운 움직임을 달리했다. 장식이 적은 옷에서는 작은 소재 차이가 곧 디자인의 차이가 된다.

Jil Sander의 미니멀리즘은 이번 시즌에도 단색과 간결한 형태를 버리지 않았다. 대신 매끈해야 한다는 조건은 조금 약해졌다. 구김이 남은 재킷, 빛을 반사하는 검정 가죽, 움직일 때마다 표정이 달라지는 회색 드레스가 같은 옷장 안에 들어왔다. SS27에서 달라진 부분은 미니멀리즘의 색보다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