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의 크기와 색채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의 인식…2026년 식생활 연구에서 건강한 음식 선택 효과는 제한적, 식탁 디자인보다 중요한 영양 균형

[KtN 전성진기자]영국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Victoria Beckham)이 유럽 생활용품 기업 웨스트윙(Westwing)과 협업한 첫 다이닝 컬렉션을 10월 12일 출시했다. 도자기 접시와 커트러리, 유리잔, 테이블 리넨, 화병 등을 구성한 생활용품 컬렉션이다. 흰색과 은색에 짙은 녹색을 더하고, 의류와 액세서리에 사용했던 체인 문양과 금속 장식을 식탁용품에 적용했다.

도자기 접시의 테두리에는 반복적인 문양을 넣고, 금속 커트러리에는 망치로 두드린 듯한 질감을 더했다. 19세기 영국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에서 가져온 장식적 특징도 반영했다. 패션 디자이너의 미적 취향을 식탁으로 확장한 제품들이다.

흰색 도자기와 은색 금속을 조합한 식탁에서는 음식의 색채와 식기의 형태가 동시에 강조된다. 작은 식재료를 넓은 접시에 배치하거나 도자기와 유리의 질감을 살리는 방식도 활용했다. 식탁을 구성하는 물건의 비례와 색채를 세밀하게 조정한 연출이다.

식사량과 건강을 둘러싼 연구에서는 접시의 크기와 음식의 제공량, 식기의 색채가 오래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다. 작은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상대적으로 많은 양처럼 느껴져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식기의 색상이 건강한 음식 선택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됐다.

2026년 학술지 'Food Quality and Preference' 제144권에 수록된 연구에서는 접시의 크기와 색상을 바꾸는 방법이 전체적인 음식 제공량 선택과 건강한 음식 선택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의 샤야 미탈(Shaya Mittal), 에바 켐프스(Eva Kemps), 이반카 프리처드(Ivanka Prichard)가 수행한 연구다. 여성 대학생 232명이 온라인 메뉴에 제시된 음식을 선택했고, 연구진은 작은 접시와 큰 접시, 빨간색과 초록색 접시를 조합해 음식 선택의 변화를 살폈다.

주메뉴와 곁들임 음식, 디저트 가운데 각각 한 가지를 고르고 분량을 선택하도록 한 결과, 작은 접시를 사용한 집단에서 전체적인 제공량 선택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빨간색과 초록색 접시 사이에서도 건강한 식품을 선택한 비율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메뉴에서는 차이가 관찰됐다. 작은 접시에서 곁들임 음식의 적은 분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건강한 디저트는 초록색보다 빨간색 접시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평소 식사량을 제한하는 성향에 따라서도 주메뉴의 선택에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개별 메뉴에서 나타난 경향은 전체적인 음식 선택 결과를 바꿀 만큼 일관되지는 않았다.

참가자들은 실제 음식을 먹는 대신 온라인 메뉴의 사진을 보고 선택했다. 식사 중의 섭취량과 포만감, 장기간의 건강 변화는 연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음식이 보이는 방식과 실제로 먹는 행동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다.

빅토리아 베컴과 웨스트윙이 협업한 다이닝 컬렉션. 흰색 도자기와 은색 커트러리, 유리와 테이블 리넨을 조합했다.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빅토리아 베컴과 웨스트윙이 협업한 다이닝 컬렉션. 흰색 도자기와 은색 커트러리, 유리와 테이블 리넨을 조합했다.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웨스트윙과 빅토리아 베컴이 선보인 접시에는 중앙의 넓은 바탕과 장식적인 테두리가 함께 사용됐다. 체인 형태의 무늬는 접시의 가장자리를 따라 반복되고, 음식이 놓이는 중앙 부분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처리했다.

접시의 테두리는 음식을 담는 면적을 구분하는 구조이면서 음식의 크기를 판단하는 시각적 기준으로도 작용한다. 접시의 지름이 같더라도 테두리의 폭과 색에 따라 중앙에 놓인 음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달라진다.

2014년 5월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제38권에 게재된 연구는 접시 테두리의 폭과 색상이 음식의 양을 인식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서로 다른 접시 디자인과 음식의 분량을 조합한 사진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다.

넓은 테두리를 가진 접시에 담긴 음식은 테두리가 매우 좁은 접시에 담긴 동일한 음식보다 지름이 약 5%, 면적은 약 10% 크게 인식됐다. 테두리에 색을 넣은 경우에는 색을 넣지 않은 접시에 비해 음식의 면적이 약 3% 크게 인식됐다.

접시의 주변 형태에 따라 중앙에 놓인 대상의 크기를 다르게 느끼는 델뵈프 착시(Delboeuf illusion)가 음식의 양을 판단하는 데에도 작용한 결과다.

접시의 크기와 장식은 음식의 상대적인 크기를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측정한 연구와 음식이 얼마나 많아 보이는지 조사한 연구는 관찰 대상이 다르다. 접시를 바라볼 때 나타나는 시각적인 차이가 식사를 마친 뒤의 총섭취량까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식사에서는 처음 담은 음식의 양과 추가로 덜어 먹는 분량, 개인의 배고픔과 음식의 종류가 함께 작용한다. 접시의 시각적 효과를 이해하는 일은 식탁 디자인의 기능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려면 실제 음식의 양과 영양적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체인 문양을 적용한 도자기 접시와 금속 커트러리로 구성한 테이블 세팅.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체인 문양을 적용한 도자기 접시와 금속 커트러리로 구성한 테이블 세팅.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음식의 제공량을 늘리면 실제 섭취량도 증가하는 경향은 여러 연구에서 관찰됐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분량과 포장식품의 크기, 한 번에 먹도록 제공되는 양 등이 소비자의 섭취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15년 국제 연구기관 코크란(Cochrane)은 음식과 음료의 제공량, 포장 및 식기의 크기를 조절한 무작위 대조시험 72건을 종합했다. 음식 섭취량을 비교한 분석에는 58개 연구, 6603명의 자료가 포함됐다.

큰 제공량과 포장, 식기에 노출된 집단에서는 음식 소비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평균적인 효과는 작거나 중간 수준이었다. 식사의 분량을 결정하는 데 음식이 제공되는 환경이 관여한다는 결과다.

연구에 포함된 실험 가운데 상당수는 음식 자체의 제공량을 달리했다. 같은 음식을 많이 제공하는 상황과 크기가 다른 접시에 동일한 분량을 담는 상황에서는 섭취 행동에 작용하는 조건도 달라진다.

영국 리버풀대학교 연구진은 2014년 접시와 그릇의 크기만 조절한 실험들을 따로 분석했다. 국제학술지 'Obesity Reviews' 제15권에 발표된 연구로, 논문 8편에 포함된 실험 9건을 종합했다.

큰 식기와 작은 식기를 사용한 집단의 섭취량 차이는 전체적으로 작았다. 실험마다 결과의 차이도 컸다. 음식의 제공량을 조절한 연구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된 변화가 식기의 크기만 바꾼 실험에서는 같은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2019년 발표된 실제 점심 식사 실험에서도 작은 접시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성인 134명이 크기가 다른 접시에 음식을 직접 덜어 먹도록 한 결과, 큰 접시를 사용한 집단은 평균 644.1㎉, 작은 접시를 사용한 집단은 평균 624.9㎉를 섭취했다.

두 집단의 평균 차이는 19.2㎉였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접시 크기만으로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가 안정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식사량을 관리할 때에는 그릇의 크기와 함께 음식의 실제 분량을 고려해야 한다. 작은 접시에 여러 번 음식을 덜어 먹는 사람과 큰 접시에 필요한 분량만 담는 사람의 총섭취량은 다를 수 있다. 음식의 종류와 열량, 곁들임 음식의 구성도 한 끼의 섭취량을 결정한다.

흰색 타원형 접시에 붉은색 식재료를 배치한 웨스트윙·빅토리아 베컴 컬렉션.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흰색 타원형 접시에 붉은색 식재료를 배치한 웨스트윙·빅토리아 베컴 컬렉션.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고급 식기와 레스토랑의 플레이팅에서는 접시의 여백을 활용하는 일이 흔하다. 음식의 색채와 형태를 강조하고 식기의 문양과 굴곡을 함께 드러내기 위해 분량과 배치를 조정한다.

웨스트윙과 빅토리아 베컴의 컬렉션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사용됐다. 도자기의 밝은 표면과 식재료의 색채를 대비시키고, 여백을 활용해 그릇의 형태를 강조했다. 식기를 하나의 디자인 제품으로 소개하는 데 적합한 구성이다.

음식의 양을 시각적으로 절제하는 방식은 실제 식단의 영양적 구성과 구별된다. 식사가 제공하는 에너지와 영양소는 음식의 종류와 실제 섭취량, 조리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2026년 1월 26일 갱신된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 식단 지침은 충분성, 균형, 절제, 다양성을 네 가지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며, 과도한 당류와 나트륨·지방 섭취를 조절하고, 여러 종류의 영양가 높은 식품을 고르게 먹는 방식이다.

WHO는 10세를 넘는 아동과 성인에게 하루 최소 400g의 채소와 과일, 25g의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식이섬유 섭취를 권고한다. 곡류와 콩류, 채소와 과일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 필요한 영양소를 확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 미만으로 제한하고, 유리당 섭취량은 총에너지의 10% 미만으로 관리하도록 권고한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을 적절히 섭취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인의 연령과 활동량,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식사 구성은 달라진다.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돼야 하고, 고령자는 신체 상태와 활동량에 맞춰 단백질과 여러 필수 영양소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

적게 먹는 식사를 건강한 식사와 동일하게 받아들이면 필요한 영양소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 체중 관리에서도 열량 조절과 함께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플레이팅은 식탁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에 관한 디자인이다. 건강한 식단은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음식의 양을 고려해 구성하는 식생활의 영역이다. 일상적인 식사에서는 두 요소를 함께 고려할 수 있지만 각각의 효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르다.

흰색 도자기 접시와 은색 커트러리, 유리잔으로 구성한 다이닝 컬렉션의 식탁.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흰색 도자기 접시와 은색 커트러리, 유리잔으로 구성한 다이닝 컬렉션의 식탁.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그릇의 크기와 종류는 식문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사용된다. 서양식 식탁에서는 식사 순서에 맞춰 접시를 교체하거나 한 접시에 주메뉴와 곁들임 음식을 함께 담는다. 한국의 가정식에서는 밥과 국, 반찬을 여러 그릇에 나눠 담아 먹는 일이 일반적이다.

한국식 식사에서 한 끼의 영양을 평가할 때에는 밥과 국, 여러 반찬의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곡류와 채소, 생선과 육류, 달걀·두부·콩류를 어떤 비율로 구성했는지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반찬의 종류가 많아지면 다양한 식재료를 섭취할 기회가 생긴다. 조리 과정에서 사용하는 소금과 장류, 기름과 설탕의 양도 함께 살펴야 한다. 국과 찌개, 절임식품의 섭취량은 나트륨 관리와 관계가 깊다.

식기의 크기를 식사량 조절에 활용할 때에도 음식의 종류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담는 큰 접시와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담는 큰 접시는 영양적 결과가 같지 않다.

2014년 학술지 'Appetite'에 발표된 뷔페 실험에서는 접시 크기가 음식의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참가자 83명에게 모형 음식 55종 가운데 한 끼 식사를 선택하도록 하고 지름 27cm와 32cm 접시를 사용했다.

전체 열량에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큰 접시를 사용한 집단은 채소를 더 많이 선택했다. 접시의 크기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른 선택을 유도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실제 섭취가 아닌 모형 음식을 이용한 실험이었으며, 접시의 크기와 열량 선택 사이의 관계도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한 끼 식사를 구성하는 데에는 접시의 크기보다 음식의 종류별 분량이 중요하다. 곡류와 단백질 식품, 채소를 적절하게 나눠 담고 조리 과정에서 과도한 나트륨과 당류, 지방을 줄이는 방법이 영양 균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투명한 유리 접시에 작은 식재료를 담아 유리의 질감과 곡선형 가장자리를 강조한 구성.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투명한 유리 접시에 작은 식재료를 담아 유리의 질감과 곡선형 가장자리를 강조한 구성. 사진=Westwing/Rosie Harriet Ellis

식탁을 구성하는 재료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흰색 도자기는 음식의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바탕이 되고, 투명한 유리는 주변의 빛과 테이블보의 색을 함께 받아들인다. 식기의 두께와 가장자리, 표면 장식은 실제 음식을 담고 사용할 때의 경험에도 관여한다.

생활용품의 디자인에서는 시각적 완성도와 함께 사용 편의성이 중요하다. 음식의 종류에 적합한 크기와 깊이, 손에 잡히는 무게, 세척과 보관의 편리함은 가정에서 식기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과정에 영향을 준다.

웨스트윙과 빅토리아 베컴의 협업은 식탁을 꾸미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구성했다. 체인 문양을 적용한 도자기와 금속의 표면 장식, 굴곡 있는 유리 제품은 식탁의 색채와 형태를 통일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건강에 관한 평가에서는 음식의 제공량과 식품군의 구성, 섭취하는 영양소가 중심이 된다. 식기의 색과 크기가 음식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실험에서는 시각적 인식의 변화가 관찰됐으나 실제 섭취량과 건강한 식품 선택에서는 연구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2026년 플린더스대학교 연구는 온라인 메뉴에서 접시의 크기와 색상을 바꿨을 때 전체적인 음식 선택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2015년 코크란의 종합분석은 제공량과 포장·식기 크기가 소비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고, 접시 크기만을 분석한 별도의 연구에서는 효과가 작거나 일정하지 않았다.

같은 식기를 사용하더라도 음식의 제공량과 종류, 개인의 영양적 필요에 따라 한 끼의 내용은 달라진다. 다양한 식품을 적절하게 구성하고 하루 전체의 영양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건강한 식생활의 기본으로 남는다.

빅토리아 베컴의 첫 다이닝 컬렉션은 패션 디자인의 장식과 색채를 생활용품에 적용했다. 흰색 접시의 문양과 은색 커트러리, 유리의 곡선은 식탁을 구성하는 물건의 미적 특징이다. 매일의 식사에서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실제로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양, 조리 방식, 장기간 유지하는 식단의 구성에 있다.

저작권자 © KtN (K trendy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