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협업에서 브라 티·마네킹 티 공개… 속옷의 형태와 신체 이미지를 그래픽으로 재구성
바케라의 트롱프뢰유와 슈프림의 정치적 스티커 문화 결합, 복식의 성별 구분과 일상복의 변화
[KtN 박인경기자]흰색 티셔츠 가슴 부분에 검은색 브래지어가 놓였다. 어깨끈과 컵의 윤곽, 안전핀을 연상시키는 장식까지 더해졌지만 실제로 속옷을 겹쳐 입은 것은 아니다. 검은색 그래픽이 평범한 반팔 티셔츠를 속옷과 겉옷이 겹친 듯한 형태로 바꿨다. 또 다른 티셔츠의 등에는 슈프림 로고 스티커가 붙은 마네킹 이미지가 등장했다. 신체를 감싸는 옷과 신체를 표현하는 이미지가 한 벌의 티셔츠에서 만났다.
슈프림(Supreme)과 바케라(Vaquera)의 2026 FW 협업 컬렉션에 포함된 '브라 티(Bra Tee)'와 '마네킹 티(Mannequin Tee)'다. 두 제품은 모두 반팔 티셔츠의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그래픽을 통해 다른 옷을 입은 듯한 착각을 만들거나 인체의 형상을 장식으로 활용했다. 브라 티는 흰색과 검은색, 분홍색으로 구성됐으며 마네킹 티는 카무플라주와 빨간색, 흰색, 검은색으로 선보였다.
속옷의 형태를 겉옷으로 옮기는 작업은 바케라가 지속적으로 다뤄 온 디자인 가운데 하나다. 2013년 뉴욕에서 출발한 바케라는 패트릭 디카프리오(Patric DiCaprio)와 브린 타우벤시(Bryn Taubensee)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복식의 규칙을 변형해 왔다. 속옷을 과장된 크기로 제작하거나 스웨트셔츠와 결합하고, 남성복과 여성복에서 익숙한 형태를 다른 위치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2021 FW 컬렉션에서도 브래지어와 스웨트셔츠를 결합한 의류, 슬립 드레스와 속옷의 구조를 변형한 디자인이 등장했다. 브래지어를 일반적인 상의의 크기와 비례로 확대하는 작업도 이어졌다. 몸을 가리기 위해 안쪽에 입는 옷을 바깥으로 드러내거나 하나의 의복에 다른 의복의 형태를 결합한 것이다.
슈프림과의 협업에서는 복잡한 의복 구조를 반팔 티셔츠의 그래픽으로 옮겼다. 실제 브래지어를 덧대지 않고도 비슷한 외관을 구현할 수 있도록 프린트를 활용했다. 바케라가 발전시켜 온 복식의 변형을 슈프림의 일상적인 티셔츠에 적용한 구성이다.
흰색 티셔츠에는 검은색 브래지어를 닮은 그래픽이 가슴을 가로질러 배치됐다. 어깨에서 내려오는 끈과 컵의 윤곽이 이어지며, 검은색 선 사이에는 금속 장식을 연상시키는 작은 형태가 반복된다. 티셔츠는 몸에 밀착하지 않는 여유로운 형태이고, 하의에는 무릎 부근까지 내려오는 블루 데님 쇼츠를 조합했다.
브래지어는 통상 신체를 지지하고 감싸기 위한 속옷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착용에서는 다른 의류 아래에 놓이지만, 브라 티에서는 속옷의 윤곽이 상의 바깥쪽에 드러난다. 실제 의복의 겹침이 아니라 프린트로 완성한 외관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레이어링과 차이가 있다.
속옷을 겉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은 현대 패션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코르셋과 브래지어의 구조를 외부에 노출하거나 속옷의 일부를 재킷과 드레스의 장식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여러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 나타났다. 몸을 감추는 의류가 몸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안과 밖을 구분하던 복식의 관습도 달라졌다.
바케라의 브라 티는 실제 속옷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그것을 입는 위치를 시각적으로 뒤집었다. 브래지어를 별도로 착용하지 않아도 겉으로는 두 벌의 옷이 겹친 듯한 구성이 만들어진다. 몸에 밀착하는 속옷의 윤곽을 넉넉한 티셔츠에 옮겼다는 점에서도 실제 착용과 표현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넉넉한 흰색 티셔츠와 데님 쇼츠는 미국의 일상복에서 익숙한 조합이다. 여유로운 티셔츠가 허리와 골반의 윤곽을 가리고, 긴 쇼츠는 허벅지의 일부를 감싼다. 편안한 캐주얼웨어를 바탕으로 가슴 부분의 프린트에만 강한 표현을 남겼다.
브라 그래픽은 얼굴보다 가슴 주변에 시선을 모은다. 어깨가 좁고 상체가 비교적 작은 사람은 티셔츠의 넓은 어깨선과 가로로 펼쳐진 그래픽을 활용해 상체에 시각적인 부피를 더할 수 있다. 가슴과 어깨가 발달한 사람은 그래픽의 폭과 티셔츠의 실제 여유를 함께 살펴야 한다. 몸판이 지나치게 당겨지면 프린트의 윤곽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님 쇼츠가 무릎 가까이 내려오면 다리가 드러나는 길이는 줄어든다. 키가 아담한 사람은 쇼츠의 밑단과 신발의 높이를 조절해 하체의 비례를 정리할 수 있다. 반대로 다리가 길고 하체가 가는 사람은 넉넉한 쇼츠로 허벅지 주변에 부피를 더할 수 있다. 티셔츠의 그래픽과 별개로 실제 옷의 길이가 전체적인 어울림을 좌우한다.
흰색 브라 티 아래에는 검은색 긴소매 상의가 놓였다. 반팔 티셔츠의 소매 아래로 검은색 원단이 이어지고, 하의에는 짙은 워싱 데님 팬츠를 착용했다.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상체에 집중되면서 브래지어 그래픽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진다.
속옷을 연상시키는 프린트와 실제 겹쳐 입은 긴소매 상의가 함께 사용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브래지어의 형태는 인쇄된 이미지로 존재하지만 검은색 긴소매 상의는 실제로 몸을 감싼다. 겉으로 드러나는 검은색이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된 것이다.
트롱프뢰유(trompe-l'œil)는 프랑스어로 눈속임을 뜻한다. 회화에서 실제 사물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표현에서 출발했으며, 패션에서는 프린트와 소재 가공을 이용해 다른 의복을 착용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활용된다.
브라 티에서는 평평한 티셔츠의 원단에 속옷의 입체적인 구조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배치했다. 실제로 브래지어를 겹쳐 입었을 때 발생하는 끈의 장력과 컵의 부피, 소재가 겹치는 부분은 프린트로 표현됐다. 옷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다른 의복의 형태를 나타낸 셈이다.
검은색 긴소매 상의는 이러한 착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실제로 두 벌의 상의를 겹쳐 입은 가운데 티셔츠 전면에는 또 다른 의복이 인쇄돼 있다. 몸을 감싸는 원단의 층과 눈으로 인식되는 의복의 층이 일치하지 않는다.
스케이트웨어와 록 음악, 펑크 문화에서 익숙한 긴소매 상의와 반팔 티셔츠의 조합은 비교적 단순한 착용법이다. 흰색 티셔츠와 검은색 이너웨어, 짙은 데님은 색상이 제한돼 있어 강한 프린트가 들어가더라도 전체적인 옷차림을 정리하기 쉽다.
평소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활용하기 좋은 구성이지만, 티셔츠의 가슴 부분에 시선이 집중되는 스타일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브라 그래픽은 단순한 문양보다 속옷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기 때문에 착용자의 취향과 생활환경도 선택에 영향을 준다.
흰색 브라 티는 라운드 네크라인과 짧은 소매, 직선적으로 내려오는 몸판을 갖췄다. 가슴 부근에는 검은색 브래지어의 형태가 가로로 펼쳐져 있고, 중앙과 양옆에는 안전핀을 닮은 세부 그래픽이 놓였다.
안전핀은 원래 원단을 임시로 고정하거나 수선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그러나 펑크 패션에서는 옷의 찢어진 부분을 연결하거나 액세서리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1970년대 영국 펑크 문화에서는 안전핀과 지퍼, 체인처럼 일상적인 금속 부자재가 의복의 장식으로 사용됐다.
바케라는 브래지어의 윤곽에 안전핀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더해 속옷의 섬세한 형태와 펑크의 거친 장식을 결합했다. 부드러운 원단과 금속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를 함께 배치하면서 평범한 속옷의 구조를 다른 분위기로 바꿨다.
브래지어의 형태를 프린트로 재현한 제품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래픽의 위치다. 가슴의 실제 높이와 프린트의 컵이 놓인 위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착용자의 신체 비례에 따라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진다. 티셔츠의 크기가 커지면 그래픽이 가슴 아래로 내려갈 수 있고, 지나치게 작은 치수를 선택하면 그림이 몸통에서 당겨질 수 있다.
체형이 마른 사람은 여유로운 티셔츠를 활용해 몸통과 원단 사이에 공간을 남길 수 있다. 가슴과 복부의 부피가 큰 사람은 프린트가 가슴 부분에서 과도하게 당겨지지 않도록 실제 몸판의 여유를 확인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래픽이 의복의 중심에 놓여 있어 작은 치수 차이도 전체적인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성의 속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지만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을 여성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다. 티셔츠의 구조는 기본적인 반팔 상의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속옷의 형태를 인쇄했다는 사실이 특정한 성별의 신체를 전제하지도 않는다. 착용자의 체형과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류다.
흰색 티셔츠의 등판은 거의 단색으로 유지됐다. 목 아래에 작은 붉은색 표식이 놓였을 뿐 커다란 그래픽은 없다. 앞면의 속옷 프린트와 달리 뒷부분에서는 어깨와 소매, 몸판의 기본적인 구조가 두드러진다.
앞부분에 강한 그래픽을 집중시키고 뒷부분을 단순하게 처리하면 몸의 방향에 따라 의복의 인상이 달라진다. 가슴의 브래지어 프린트는 직접적인 표현을 갖지만 등판은 평범한 흰색 티셔츠의 형태에 가깝다.
바케라가 복식의 관습을 뒤집는 방식은 반드시 원단을 해체하거나 재단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에 한정되지 않는다. 익숙한 옷의 특정한 위치에 다른 의미를 가진 이미지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의복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
반팔 티셔츠는 특정한 직업이나 성별에 제한되지 않고 널리 사용되는 의류다. 흰색 티셔츠 자체는 단정한 캐주얼웨어에도 활용할 수 있지만 가슴에 브래지어를 인쇄하는 순간 몸과 속옷에 관한 사회적 관습이 디자인의 일부가 된다.
속옷을 감추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환경과 속옷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자유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환경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같은 티셔츠라도 착용하는 장소와 주변의 문화적 분위기에 따라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검은색 브라 티는 흰색 제품과 같은 계열의 프린트를 사용하면서 바탕과 그래픽의 명암 관계를 바꿨다. 어두운 티셔츠 위로 밝은 속옷의 윤곽이 드러나며, 컵과 어깨끈을 연상시키는 선이 가슴 부분에 집중된다.
검은색은 펑크와 록 음악, 스트리트웨어에서 오래 사용돼 온 색이다. 어두운 바탕 위에 밝은 그래픽을 배치하면 원단의 면적보다 프린트의 윤곽이 강조될 수 있다. 브래지어의 형태를 사용한 디자인도 검은색 몸판에서는 흰색 제품과 다른 인상을 만든다.
안전핀을 닮은 장식과 속옷의 형태가 결합하면서 검은색 티셔츠는 펑크 스타일의 요소를 강하게 드러낸다. 찢어진 데님이나 검은색 가죽 재킷, 무거운 부츠처럼 거친 질감을 가진 의류와 조합하면 이러한 특징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반대로 차분한 회색 팬츠나 짙은 슬랙스를 선택하면 상체의 프린트만 강조하는 구성도 가능하다. 검은색을 중심으로 옷차림을 정리하되 가슴 부분에 한 가지 강한 그래픽을 남기는 방식이다.
어깨가 넓거나 상체가 발달한 사람은 프린트의 가로 방향이 상체의 폭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어깨가 좁은 사람은 적당한 여유가 있는 티셔츠와 밝은 그래픽을 활용해 상체에 시각적인 부피를 더할 수 있다. 실제 어울림은 그래픽만이 아니라 소매 길이와 어깨선, 밑단이 놓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검은색 브라 티는 강한 색상을 즐기지 않더라도 독특한 그래픽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전체적인 색상은 제한하면서 속옷의 형태와 안전핀 장식으로 표현을 더하는 구성이다.
분홍색 브라 티는 흰색과 검은색 제품보다 색채의 존재감이 크다. 선명한 분홍색 몸판 위로 검은색 속옷의 윤곽이 놓여 있으며, 가슴의 프린트와 상의 전체의 색상이 동시에 강조된다.
분홍색은 현대 남성복과 여성복 모두에서 사용되는 색상이다. 과거 특정한 성별과 연결되는 관습이 있었지만 색상 자체가 착용자의 성별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셔츠와 니트, 스포츠웨어와 정장에서도 다양한 명도의 분홍색이 사용되고 있다.
바케라는 이러한 색채 관습과 속옷의 형태를 한꺼번에 다뤘다. 분홍색 티셔츠에 브래지어의 구조를 인쇄해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이미지와 연결돼 온 요소를 반복했지만 제품의 기본적인 형태는 일반적인 반팔 티셔츠로 유지했다.
남성복에서 분홍색을 사용하는 방식은 이미 다양하다. 옅은 핑크 셔츠를 네이비 수트와 조합하거나, 강한 분홍색 티셔츠를 짙은 데님과 함께 입는 방식도 가능하다. 같은 분홍색이라도 밝기와 채도, 함께 사용하는 색상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든다.
채도가 높은 분홍색은 얼굴 가까이에서 강한 색채를 형성한다. 머리카락과 눈썹의 색이 짙고 얼굴의 명암 대비가 뚜렷한 사람은 선명한 색상을 활용하기 쉽지만, 부드러운 명암이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분홍색의 면적이 지나치게 강조될 수 있다. 검은색 아우터를 겹쳐 입거나 짙은 팬츠와 연결하면 색상이 차지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
분홍색 티셔츠에 검은색 브래지어 그래픽을 더한 구성은 단정한 옷차림보다 펑크와 실험적인 스트리트웨어를 즐기는 사람에게 자연스럽다. 다만 선명한 색상과 속옷의 형태가 동시에 강조되는 만큼 어느 하나만 선택한 옷보다 표현의 강도가 높다.
슈프림과 바케라는 브라 티에서 몸의 형태를 직접 바꾸지 않으면서 신체를 감싸는 의복의 관습을 흔들었다. 속옷처럼 보이는 그래픽을 티셔츠에 적용하고, 색상을 달리해 전통적으로 성별과 연결돼 온 이미지의 위치를 바꿨다.
마네킹 티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신체를 다뤘다. 사람의 몸을 모방한 마네킹과 슈프림의 스티커를 결합하고, 의류의 뒷면에 큰 이미지로 배치했다. 브라 티가 속옷의 형태를 겉옷에 옮겼다면 마네킹 티는 사람의 형상을 상품의 그래픽으로 사용한 것이다.
카무플라주 티셔츠의 뒷면에는 인물 형상의 이미지와 문자가 겹쳐져 있다. 녹색과 갈색, 검은색의 위장무늬 위에 붉은색 계열의 그래픽이 더해지고, 아래쪽에는 'VAQUERA SUPREME'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바탕 자체에 문양이 있는 원단 위로 큰 프린트를 추가한 구성이다.
마네킹은 의류를 제작하거나 진열할 때 사람의 몸을 대신하는 도구다. 신체의 크기와 비례를 일정하게 재현해 옷의 형태를 유지하거나 착용된 모습을 전달하는 데 사용된다. 사람의 몸을 모방하지만 실제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을 갖지는 않는다.
마네킹을 티셔츠의 그래픽으로 사용하면 의복을 입히는 도구가 다시 의복의 장식이 된다. 원래는 옷의 형태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던 물건이 옷 위에 인쇄된 이미지로 등장하는 것이다.
슈프림과 바케라는 마네킹의 몸에 로고 스티커를 붙인 이미지를 활용했다. 슈프림의 붉은색 박스 로고와 기존의 스티커 문화가 인체의 형상 위에 배치됐다. 브랜드의 상징을 일정한 위치에 정돈해 붙이는 방식보다 여러 스티커가 신체의 일부를 가리거나 강조하는 구성이 눈에 띈다.
카무플라주는 본래 주변 환경과 섞여 물체의 윤곽을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문양이다. 그러나 마네킹 티에서는 위장무늬 위에 커다란 인물 이미지를 추가했다. 물체의 윤곽을 흐리는 패턴과 인물의 형상을 드러내는 프린트가 한 벌의 옷에 공존한다.
카무플라주 티셔츠를 검은색 팬츠와 조합하면 복잡한 무늬가 상체에 집중된다. 바지통이 넓고 신발의 부피가 큰 경우에는 상체와 하체 모두에 여유로운 스트리트웨어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무늬가 많은 옷을 선호하는 사람은 카무플라주와 그래픽을 함께 활용할 수 있지만, 단정한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강한 문양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카무플라주 마네킹 티에는 군복에서 익숙한 색상과 대중문화의 그래픽이 함께 사용됐다. 녹색과 갈색, 검은색의 불규칙한 무늬 위로 인물 이미지와 붉은색 장식이 놓여 있어 원단과 프린트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분산시킨다.
슈프림은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도시의 스티커 문화에서 출발한 시각적 요소를 브랜드의 디자인에 활용해 왔다. 스티커는 거리의 표면에 부착할 수 있는 작은 인쇄물로, 이름과 이미지, 문구를 빠르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같은 로고라도 광고판과 의류, 스티커에 사용될 때 전달 방식이 달라진다.
마네킹 티에서는 스티커를 붙인 인체 형상이 의복의 프린트가 됐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몸에 스티커를 붙인 것이 아니라 마네킹을 통해 인체와 브랜드의 상징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마네킹은 특정한 개인의 신원을 갖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의류 제작과 매장 진열을 위한 표준화된 몸의 형태이기 때문에 얼굴과 신체의 세부적인 특징이 실제 사람보다 제한적이다. 그런 마네킹에 여러 개의 슈프림 스티커를 붙이면 인체의 윤곽보다 상품과 로고가 먼저 드러나게 된다.
로고가 신체를 덮는 구성은 몸과 브랜드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의복을 입는 사람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상황과 브랜드의 상징이 몸의 일부를 가리는 상황이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해석이 곧 두 브랜드가 소비사회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제작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구성은 마네킹과 로고 스티커, 문구를 결합한 그래픽이다.
빨간색 마네킹 티는 상체 전체에 선명한 색을 사용했다. 밝은 스포츠 쇼츠와 조합해 상의와 하의의 색상 차이가 크고, 신발에도 밝은 색을 더해 전체적으로 강한 대비를 만들었다.
반팔 티셔츠와 농구 반바지는 스포츠웨어와 스트리트웨어에서 익숙한 조합이다. 몸통과 소매는 여유롭게 내려오고, 쇼츠는 무릎 부근에서 끝나 다리의 일부를 드러낸다. 의복의 형태 자체는 편안한 일상복에 가깝다.
빨간색은 얼굴과 상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색상이다. 머리카락과 눈썹의 색이 짙고 명암 대비가 뚜렷한 사람은 강한 색상을 활용하기 쉽지만, 얼굴의 색채가 부드러운 사람에게는 상의의 붉은색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상의의 크기와 목 주변의 여유도 중요하다. 넥라인이 지나치게 높거나 몸통이 크게 부풀면 얼굴 가까이에 강한 색상의 면적이 넓어진다. 안쪽에 밝은 상의를 겹치거나 하의의 색을 차분하게 유지하면 전체적인 대비를 조절할 수 있다.
스포츠 쇼츠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면 하체의 세로 비례가 짧아 보일 수 있다. 키가 아담한 사람은 쇼츠의 길이를 줄이거나 양말과 신발의 색상 차이를 조절하는 방식이 어울린다. 허벅지가 발달한 사람은 쇼츠의 폭에 충분한 여유를 확보하면 움직임과 착용감이 한층 자연스러워진다.
브라 티와 마네킹 티가 모두 기본적인 티셔츠 구조를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케라가 기존 컬렉션에서 선보인 과장된 복식과 달리 이번 협업에서는 티셔츠에 인쇄된 이미지가 디자인의 중심이 된다. 옷을 만드는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게 유지하면서 그래픽의 주제를 바꾼 것이다.
빨간색 티셔츠의 뒷면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사각형 이미지가 세로로 배치됐다. 인물 형상과 붉은색 장식이 겹쳐져 있고, 아래쪽에는 바케라와 슈프림의 이름이 굵은 글씨로 들어갔다. 옷의 바탕색과 이미지 안의 붉은색이 연결되면서 그래픽이 몸통을 넓게 차지한다.
티셔츠의 뒷부분에 큰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식은 슈프림의 그래픽 문화에서 익숙하다. 앞부분에는 작은 로고나 단순한 장식을 사용하고, 등판에 큰 문구와 그림을 넣어 옷의 방향에 따라 다른 인상을 만드는 구성이다.
마네킹 티에서는 등판의 이미지가 중심이 된다. 브라 티가 가슴에 속옷의 형태를 배치했다면 마네킹 티는 몸의 뒤쪽에 다른 인체 형상을 올려놓았다. 착용자의 실제 몸과 프린트에 등장하는 몸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겹친다.
마네킹의 이미지에는 슈프림의 과거 스티커도 포함돼 있다. 2005년의 'Fuck Bush' 스티커가 하복부 쪽에 놓이고, 붉은색 박스 로고 스티커가 인체의 여러 부분에 배치됐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George W. Bush)를 겨냥한 거친 정치적 문구를 과거의 스티커에서 가져온 구성이다.
슈프림은 1990년대부터 스케이트보드와 거리의 문화를 바탕으로 강한 문구와 이미지를 활용해 왔다. 정치적 인물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표현도 브랜드가 사용해 온 거리의 그래픽 가운데 하나다. 마네킹 티는 이러한 과거의 스티커를 새로운 협업 상품의 이미지에 포함시켰다.
2005년의 정치적 문구가 2026년 티셔츠에 다시 등장하면서 당시의 사회적 맥락과 현재의 소비 환경도 달라졌다. 원래의 스티커가 특정 정치인을 겨냥했다는 사실과 이를 새로운 그래픽의 일부로 사용하는 일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사용된 반항적인 표현이 현재에는 브랜드의 시각적 유산으로 다시 활용되는 것이다.
빨간색 마네킹 티는 선명한 바탕색과 큰 인물 이미지가 결합된 제품이다. 상의 전체의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프린트의 크기까지 더해지면 상체에 시선이 집중된다.
등판의 큰 그래픽은 어깨와 등, 허리까지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티셔츠의 치수가 커지면 이미지가 신체의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작은 치수를 선택하면 프린트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상체가 길고 어깨가 넓은 사람은 큰 그래픽 티셔츠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 키가 아담한 사람은 티셔츠의 밑단이 골반 아래로 많이 내려오지 않도록 조절하는 편이 하체의 비례를 유지하기 쉽다.
빨간색 티셔츠에는 짙은 데님이나 검은색 팬츠를 조합하면 강한 상의의 색상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다. 반대로 스포츠 쇼츠와 선명한 신발을 함께 사용하면 스트리트웨어의 색채와 부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옷차림이 된다.
마네킹 티의 그래픽에는 인체와 정치적 스티커, 브랜드 로고가 겹쳐져 있다. 의복의 형태가 단순해도 프린트에 담긴 표현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티셔츠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색상과 체형의 어울림뿐 아니라 사용된 문구와 상징에 대한 개인의 판단도 포함된다.
흰색 마네킹 티는 빨간색 제품보다 인물 이미지와 문자 그래픽의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밝은 바탕 위에 여러 색의 사각형 그래픽이 놓이고, 아래쪽에는 검은색의 굵은 글씨가 이어진다.
흰색 티셔츠는 스트리트웨어뿐 아니라 일반적인 캐주얼웨어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본 의류 가운데 하나다. 색상 자체가 강하지 않아 데님과 스포츠 팬츠, 슬랙스 등 여러 하의와 조합할 수 있다.
그러나 마네킹 티는 단순한 흰색 티셔츠와는 다르다. 등판의 인물 이미지와 정치적 표현, 브랜드 문구가 넓은 면적에 사용됐다. 밝은 바탕색이 의복의 전체적인 인상을 단순하게 만든다고 해서 그래픽의 내용까지 중립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흰색 티셔츠는 얼굴 주변의 색상을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머리카락과 눈썹이 짙은 사람은 얼굴과 상의의 명암 차이가 커질 수 있고, 부드러운 색채가 어울리는 사람은 아이보리나 밝은 회색 아우터를 활용해 대비를 조절할 수 있다.
등판에 큰 이미지가 있는 티셔츠는 재킷이나 셔츠를 겹쳐 입는 방식에 따라서도 인상이 달라진다. 아우터를 착용하면 그래픽의 대부분이 가려지고, 티셔츠만 입으면 문양이 넓게 드러난다. 일상에서 어떤 환경에 착용하는지에 따라 디자인이 드러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옷이다.
슈프림과 바케라의 협업에서는 실험적인 그래픽이 반드시 복잡한 재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기본적인 흰색 티셔츠 위에 인체와 스티커의 이미지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기존 제품과 다른 성격을 만들었다.
검은색 마네킹 티는 어두운 바탕 위에 두 개의 사각형 이미지를 집중시켰다. 프린트 밖의 몸판과 소매는 단순한 검은색으로 유지해 인물과 문자의 위치가 두드러진다.
검은색은 큰 그래픽이 있는 티셔츠를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색상이다. 이미지 안의 붉은색과 밝은 부분은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상의 전체의 바탕색은 제한된다.
검은색 티셔츠에 짙은 데님을 조합하면 상하의의 명암 차이가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넓은 팬츠와 두꺼운 운동화를 더하면 스트리트웨어 특유의 여유로운 형태가 강조되고, 슬림한 팬츠와 가죽 신발을 선택하면 의복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검은색 티셔츠가 모든 체형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은 아니다. 어깨가 지나치게 넓은 옷은 상체를 크게 보이게 할 수 있고, 긴 밑단은 다리의 길이를 상대적으로 짧게 만들 수 있다. 몸판의 여유와 팬츠의 허리선, 신발의 크기를 함께 살펴야 한다.
검은색 마네킹 티는 색상이 강한 빨간색 제품보다 기존의 옷장에 조합하기 쉬울 수 있다. 다만 디자인의 중심인 인물 이미지와 정치적 스티커, 굵은 문구는 그대로 유지된다. 차분한 색상을 선택하는 일과 강한 그래픽을 받아들이는 일은 별개의 판단이다.
슈프림은 1994년 뉴욕에서 출발해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거리의 시각적 언어를 브랜드의 중요한 요소로 발전시켰다. 박스 로고와 스티커, 티셔츠와 후디에 인쇄된 문구는 브랜드를 구별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바케라는 2013년부터 기존 복식의 관습과 고급 패션의 상징을 과장하거나 변형하는 디자인을 이어 왔다.
두 브랜드가 결합한 2026 FW 협업에서는 일반적인 반팔 티셔츠가 실험적인 표현의 바탕이 됐다. 브라 티는 속옷의 형태와 안전핀 장식을 프린트로 재현했고, 마네킹 티는 인체의 형상에 슈프림의 스티커를 결합했다. 한쪽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의복의 겹침을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의복을 보여주는 도구인 마네킹을 상품의 이미지로 바꿨다.
바케라가 오랫동안 다뤄 온 속옷과 겉옷의 경계는 이번 협업에서도 유지됐다. 몸에 착용하는 위치와 의복의 기능을 바꾸는 대신 평범한 티셔츠의 그래픽으로 속옷의 윤곽을 옮겼다. 기존에 선보였던 과장된 브래지어와 복합적인 의복 구조보다 일상적인 형태를 선택한 것이다.
마네킹 티에서도 신체를 다루는 방식은 직접적인 노출보다 이미지의 결합에 가깝다. 마네킹과 스티커를 겹치고 과거의 정치적 문구를 더해 의복의 등판에 여러 상징을 배치했다. 브랜드 로고가 사람의 몸을 모방한 형상 위에서 반복되는 구성이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구분하던 전통적인 기준은 오랫동안 의복의 형태와 착용 위치에 영향을 줬다. 브래지어와 코르셋은 신체를 감싸는 속옷의 영역에 속했고, 티셔츠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 일상복으로 널리 사용됐다. 바케라는 두 종류의 의복을 하나의 이미지로 결합하면서 기존의 구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
속옷을 인쇄한 티셔츠를 남성이 착용하거나 여성과 남성이 같은 마네킹 그래픽을 선택하는 일은 의류의 구조보다 사회적 관습과 관련된다. 티셔츠의 형태 자체가 특정한 성별의 몸에만 맞도록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픽에 사용된 이미지가 전통적인 성별 표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복식의 성별 구분이 약해지는 흐름을 모든 착용자의 취향이 같아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속옷의 형태를 겉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보다 단정한 의류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옷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특정한 스타일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다르다.
이미지 컨설팅에서도 성별보다 실제 의복의 형태와 착용자의 신체 비례, 얼굴 주변의 색상이 중요하다. 브라 티는 가슴에 가로 방향의 그래픽을 집중시키고, 마네킹 티는 등판에 큰 이미지를 배치한다. 두 제품 모두 어깨와 몸통에 어느 정도의 여유를 두는지에 따라 그래픽의 위치와 전체적인 실루엣이 달라진다.
브라 티의 흰색과 검은색, 분홍색은 같은 디자인이라도 서로 다른 색채 효과를 만든다. 마네킹 티 역시 카무플라주와 빨간색, 흰색과 검은색에 따라 문양의 인상이 달라진다. 강한 색상을 선호하는 사람과 무채색 중심의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은 같은 그래픽 가운데서도 다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2026년 패션 협업에서 슈프림과 바케라가 선택한 방식은 의복의 기본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디자인의 의미를 확장하는 데 가깝다. 슈프림의 티셔츠는 익숙한 일상복으로 남았고, 바케라의 트롱프뢰유와 신체 이미지, 슈프림의 과거 스티커 문화가 그래픽에 적용됐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표현을 한 제품에 결합하면서도 실제 착용은 기본적인 반팔 티셔츠의 형태를 유지했다.
브라 티와 마네킹 티에는 속옷과 겉옷, 사람의 몸과 상품의 이미지, 기존 정치적 문구와 현재의 스트리트웨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겹쳐져 있다. 그래픽은 강하지만 실제 의복의 구조는 간결하다. 착용자에게는 어떤 상징을 받아들일 것인지와 자신의 체형에 어떤 길이와 색상이 어울리는지를 함께 선택할 여지가 남는다.
슈프림과 바케라의 2026 FW 협업은 11월 5일 글로벌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11월 7일 선보일 예정이다. 브라 티의 속옷 프린트와 마네킹 티의 스티커 그래픽은 바케라가 지속해 온 복식의 변형을 슈프림의 상품에 적용한 결과다. 성별에 따라 정해진 옷의 위치를 바꾸거나 인체의 형상에 브랜드의 과거 상징을 더하면서, 평범한 티셔츠도 신체와 복식에 관한 문화적 표현을 담는 의류로 바뀌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