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기장 거쳐 수도권으로, 종주국 권위 앞세웠지만 포화된 오픈대회 시장이 과제
[KtN 임우경기자] 장충체육관이 4일간 세계 태권도인의 무대가 된다. '2026 제7회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가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국기원과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세계태권도연맹(WT)과 아시아태권도연맹(ATU), 대한태권도협회의 승인을 받아 치러진다. 조직위원회는 전 세계 55개국에서 약 5,000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는 조직위 예상치이며, 실제 참가 규모와 국가별 구성은 대회가 임박해야 확인된다.
대회 종목은 겨루기와 공인품새, 자유품새, 위력격파, 태권체조로 짜였다.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출전한다. 단일 경기 중심에서 벗어나 관람성이 높은 종목과 전 연령 참가를 함께 묶은 구성이다. 대회 기간에는 문화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 부대행사도 함께 운영된다.
조직 구성은 권위와 실무를 동시에 겨냥했다. 명예대회장은 세르미앙 응 IOC 부위원장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맡았고, 대회장은 윤웅석 국기원장이 맡는다. 위원장은 최재춘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조직위원장은 이자형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회장이다. 현직 IOC 부위원장과 WT 총재를 명예직에 세운 구성은 이 대회를 국내 동호인 행사가 아닌 국제 스포츠 외교의 장으로 위치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무주에서 부산, 다시 서울로
이번 대회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개최지다. 그동안 전북 무주와 부산 기장에서 이어져 온 대회가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도권 이전은 미디어 접근성과 관람객 동원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무주·기장이 쌓아온 지역 연계 자산과 합숙형 대회의 비용 이점은 일부 내려놓는 맞교환이기도 하다. 서울은 숙박과 교통 단가가 높아 해외 선수단의 참가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대회는 고(故) 김운용 IOC 부위원장의 이름을 내걸었다. 김운용은 국기원 초대 원장이자 세계태권도연맹 창설 총재로,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창립자의 철학과 종주국 정통성을 명분으로 삼은 점은 본질로 회귀하려는 흐름과 맞닿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근본이즘' 키워드와 겹치는 지점이다.
81조 산업 속 국제대회의 자리
대회가 놓인 산업 환경은 우호적이다. 한국 스포츠산업 매출은 81조 원을 넘어섰고, 무술 교육기관을 포함한 서비스업이 성장세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8년까지 시장 규모를 105조 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정부는 태권도와 이스포츠 같은 K-스포츠 종주국 종목을 중심으로 스포츠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스포츠와 공연 등 콘텐츠 융복합 기획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5개국 단위의 인적 이동을 수도권에서 만들어 내고 문화공연을 결합하는 이번 대회의 설계는 이 같은 정책 방향과 결이 같다.
장비 시장의 성장세도 배경에 깔린다. 글로벌 태권도 장비 시장은 2024년 약 137억 달러에서 2033년 265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며, 한국이 15.2%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대회는 도복과 장비, 관광과 숙박 수요를 한자리에서 끌어낼 수 있는 접점이다.
다만 수익 구조는 과제로 남는다. 오픈대회는 통상 참가비와 후원, 공공 지원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4일간 5,000명 규모의 경기장 임차와 심판·진행, 안전과 의전, 부대행사 운영비를 입장 수익만으로 회수하기는 어렵다. 투자 회수가 외부 협찬과 공공 지원에 좌우되는 구조라면, 대회의 지속성은 매년 후원 환경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짚어둘 대목이다.
포화된 오픈대회 시장, 차별성이라는 숙제
국내 태권도 오픈대회 시장은 이미 촘촘하다. 서울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를 비롯해 K-WORLD 전국품새선수권대회, WECA컵 세계행복나눔태권도대회 등 비슷한 성격의 대회가 해마다 열린다. '국제오픈'을 단 대회가 반복되면서 일반 관람객에게는 변별이 쉽지 않다.
김운용컵의 차별점은 인물 서사와 국제 인사 구성이다. 강점이 분명한 만큼, 선수와 학부모의 실제 참가 동기와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다. G1 등급이 부여하는 국제 랭킹 포인트 같은 실익을 전면에 내세우면, 화합이라는 추상적 명분보다 반복 참가를 유도하는 힘이 커질 수 있다. 부대 문화공연과 체험을 경기 외 경험으로 묶은 점은 정서적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 트렌드 코리아 2026의 '필코노미'와 연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재춘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위원장은 “2026 제7회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는 여러 기관과 단체, 그리고 전 세계 태권도인의 협력과 참여 속에서 개최되는 의미 있는 대회”라며, “명예대회장을 맡아주신 세르미앙 응 IOC 부위원장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를 비롯해 많은 분들과 함께 세계 태권도인의 화합과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참가를 희망하는 지도자와 선수는 6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6월 30일 마감은 국내 참가자에게는 여유가 있으나, 비자와 이동 일정을 준비해야 하는 해외 선수단에는 다소 촉박할 수 있다. 55개국 5,000명이라는 예상치가 실제 참가국의 질적 구성으로 채워질지, 수도권 이전이 관람 인구와 미디어 노출로 이어질지는 7월 25일 개막 이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