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빈 사교계 초상, 노이에 갤러리 이력과 소유권 분쟁 뒤 재등장한 작품의 가격 구조

Gustav Klimt, Bildnis Gertrud Loew (Gertha Felsőványi), 1902.  사진=Sotheby’s
Gustav Klimt, Bildnis Gertrud Loew (Gertha Felsőványi), 1902.  사진=Sotheby’s

[KtN 임민정기자]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1902년작 ‘Bildnis Gertrud Loew (Gertha Felsőványi)’가 런던 소더비 루이스 컬렉션 세일에서 수수료 포함 3620만 파운드, 4790만 달러에 낙찰됐다. 추정가는 2000만~3000만 파운드였다. 구매자는 아시아 개인 컬렉터로 확인됐다. 모딜리아니의 누드가 루이스 컬렉션 최고가를 만들었다면, 클림트의 여성 초상은 고가 경매에서 작품의 출처와 전시 이력, 시장 재등장 서사가 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압축했다.

밝은 배경 앞에 선 여성은 흰색에 가까운 긴 의상을 입고 정면을 향한다. 붉은 갈색 머리는 위로 정리돼 있고, 두 손은 몸 앞에서 낮게 모여 있다. 세로로 긴 인물의 자세, 옅은 보랏빛과 흰색이 겹친 의상, 배경에 남은 희미한 장식적 선은 클림트 초상의 장식성을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낸다. 금빛 장식이 강하게 밀려오는 후기 클림트의 이미지와 달리, 이 작품은 색을 낮추고 인물의 윤곽과 분위기로 초상의 힘을 세운다.

‘Bildnis Gertrud Loew (Gertha Felsőványi)’는 빈 사교계 인물 게르타 펠쇠바니의 초상이다. 작품은 한때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걸렸던 이력을 갖고 있다. 노이에 갤러리는 레너드 A. 로더(Leonard A. Lauder)가 세운 사립미술관으로, 클림트와 오스트리아·독일 모더니즘을 다뤄온 기관이다. 고가 경매에서 이런 전시 이력은 단순한 과거 기록이 아니다. 작품이 어떤 기관과 문맥 안에서 읽혀왔는지, 공개 검증을 어떤 방식으로 거쳤는지가 가격의 근거로 작동한다.

루이스 컬렉션 안에서 이 초상이 차지한 위치도 분명했다. 조 루이스는 클림트 재단과 펠쇠바니 후손 사이의 소유권 분쟁 뒤 작품이 시장에 다시 나왔을 때 이 작품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유권 문제가 정리된 뒤 시장에 복귀한 클림트 초상이라는 점은 경매장에 강한 설명력을 줬다. 고가 작품은 아름다운 이미지라는 이유만으로 수천만 달러 가격을 만들지 않는다. 소유 이력, 법적 정리, 전시 기록, 작품이 다시 시장에 나오는 빈도가 함께 가격을 만든다.

이번 낙찰가는 그 구조를 숫자로 드러냈다. 추정가 2000만~3000만 파운드였던 작품은 3620만 파운드까지 올라갔다. 달러 기준으로는 4790만 달러다. 루이스 컬렉션 전체에서 모딜리아니 누드 다음 축에 놓일 수 있는 금액이다. 경매장은 클림트라는 이름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1902년 초상화, 빈 모더니즘, 노이에 갤러리 이력, 소유권 분쟁 뒤 재등장한 작품이라는 조건을 함께 팔았다.

클림트 초상 시장은 작품 수 자체가 많지 않다. 주요 작품 상당수는 미술관과 장기 소장처에 묶여 있고, 경매장에 나오는 작품은 제한적이다. 특히 인물의 전신을 세운 초상은 장식성과 사회적 초상화의 성격을 함께 갖는다. 루이스 컬렉션의 이 작품은 강한 금색 장식보다 창백한 배경과 긴 의상, 인물의 자세로 분위기를 만든다. 장식의 화려함보다 초상의 희소성과 출처가 앞에 선 작품이다.

구매자가 아시아 개인 컬렉터로 확인된 점도 이번 세일의 중요한 대목이다. 국적과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정 국가 컬렉터의 움직임으로 좁혀 쓰기는 어렵다. 다만 서구 모던 회화의 최상위 작품이 여전히 아시아 자금의 구매 대상이라는 점은 확인된다. 런던 경매장은 뉴욕과 홍콩 사이에서 위상 변화를 겪어왔지만, 클림트 초상처럼 출처와 희소성이 갖춰진 작품은 지역을 넘어 구매자를 불러냈다.

모딜리아니와 클림트의 가격 구조는 다르다. 모딜리아니 누드는 작가의 대표적 주제, 1917~18년 제작 시기, 장기 보유 이력으로 최고가를 만들었다. 클림트 초상은 인물 초상의 희소성, 빈 모더니즘의 미술사적 위치, 노이에 갤러리 이력, 소유권 분쟁 뒤 정리된 출처가 가격의 핵심이 됐다. 같은 루이스 컬렉션 안에서도 구매자는 작품마다 다른 이유로 가격을 지불했다.

루이스 컬렉션 세일이 미술시장 전체의 회복을 뜻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번 결과는 모든 고가 작품의 가격이 함께 오르는 흐름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작품에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에 가깝다. 작가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작품이 어느 시기에 제작됐고, 누가 소장했으며, 어떤 기관에서 공개됐고, 어떤 법적·시장적 과정을 거쳐 다시 나왔는지가 가격의 일부가 된다.

한국 미술시장에 남는 대목도 낙찰가 자체보다 가격을 뒷받침한 기록의 층위다. 해외 컬렉터가 한국 작가의 작품을 고가로 받아들이려면 작품 가격보다 먼저 검증 가능한 기록이 필요하다. 전시 이력, 기관 소장, 문헌화, 출처 정리, 보존 상태, 컬렉션 안에서의 위치가 축적돼야 장기 가격이 만들어진다. 클림트 초상의 4790만 달러는 화려한 이미지의 값이 아니라 기록과 신뢰가 붙은 작품의 값이었다.

‘Bildnis Gertrud Loew (Gertha Felsőványi)’의 4790만 달러 낙찰은 클림트 초상이 지닌 미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가격을 만든 것은 1902년 빈 모더니즘 초상이라는 미술사적 위치, 노이에 갤러리 이력, 소유권 분쟁 뒤 정리된 출처, 루이스 컬렉션이라는 단일 소장품 세일의 집중도였다. 런던 경매장의 구매자는 한 점의 초상을 산 동시에, 작품이 지나온 시간과 시장에서 다시 설명될 수 있는 기록을 함께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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