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격자 지붕과 공중정원 결합…닫힌 경기장에서 기후 대응형 공공 공간으로 옮겨가는 스포츠 건축

Populous Unveils the World's Largest Football Stadium for the 2030 World Cup. 사진=Populou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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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민정기자]모로코 카사블랑카 북쪽 벤슬리마네에 들어서는 ‘그랑 스타드 하산 2세(Grand Stade Hassan II)’는 11만5000석 규모로 계획됐다. 완공되면 세계 최대 축구 경기장급 시설이 된다. 포퓰러스(Populous)와 파리·카사블랑카 기반 건축사무소 우알랄루+최(Oualalou + Choi)가 설계를 맡았으며, 모로코가 스페인·포르투갈과 공동 개최하는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11만5000이라는 숫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경기장 전체를 덮은 흰색 지붕이다. 높낮이가 다른 여러 봉우리가 완만한 곡면으로 이어지고, 가장자리는 관중석 바깥의 광장과 녹지까지 길게 내려온다. 일정한 타원형 지붕을 관중석 위에 얹던 기존 경기장과 달리 지붕 자체가 건축의 윤곽과 보행 공간, 그늘의 범위를 함께 결정한다.

외벽에서 지붕으로 옮겨간 경기장의 얼굴

20세기 대형 경기장은 거대한 관중석을 단단한 외벽으로 감싼 독립 건축물에 가까웠다. 관람객은 외부 광장을 지나 출입구와 복도를 통과한 뒤에야 경기장 내부를 만났다. 그랑 스타드 하산 2세는 관중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경기장 경험이 시작되도록 외부 공간을 지붕 아래로 끌어들였다.

알루미늄 격자로 만든 지붕은 하나의 매끈한 표면이 아니다. 가느다란 부재가 반복되면서 햇빛을 걸러내고, 지붕 아래에서는 바깥 풍경과 하늘이 부분적으로 드러난다. 멀리서는 천이 늘어진 듯한 부드러운 실루엣을 만들지만 가까이에서는 투과성과 깊이를 지닌 구조체로 바뀐다.

격자 구조는 초대형 경기장이 빠지기 쉬운 육중한 인상도 줄인다. 관중석과 부대시설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강조하지 않고, 밝은 지붕이 숲과 건물을 느슨하게 연결한다. 조형적 상징과 차양 장치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같은 구조 안에 묶은 설계다.

지붕을 받치는 32개의 계단 구조는 경기장 둘레의 출입구로 이어진다. 계단 상부에는 지상 28m 높이의 정원이 조성되고, 지면에도 식물원이 배치된다. 계단과 구조 기둥, 입장 동선, 조경을 각각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입체적인 진입 체계로 구성했다.

Populous Unveils the World's Largest Football Stadium for the 2030 World Cup. 사진=Populou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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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아래에는 보행 광장과 식재 공간, 생활체육 시설이 함께 놓인다. 관중은 콘크리트 포장과 닫힌 복도를 연속해서 통과하는 대신 정원과 열린 계단, 넓은 광장을 거쳐 관중석으로 이동한다. 경기장 바깥을 경기 전후에만 사용하는 대기 구역으로 두지 않고 일상적인 운동과 산책, 휴식을 수용하는 공공 공간으로 바꾼 구성이다.

전통 문양 대신 ‘사람이 모이는 방식’ 차용

설계의 출발점은 모로코의 전통적인 사회·문화 집회인 무셈(moussem)이다. 무셈은 여러 지역에서 종교 의례와 축제, 시장, 공동체 행사가 함께 열리는 집회를 가리킨다. 천막은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르는 중심 공간으로 사용된다.

그랑 스타드 하산 2세는 전통 문양을 외벽에 반복하거나 특정 색채를 장식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천막 아래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구조를 경기장 전체로 확대했다. 지붕은 관중석뿐 아니라 광장과 정원, 이동 통로까지 덮고, 여러 방향에서 접근하는 관중을 하나의 넓은 그늘 아래 받아들인다.

최근 지역성을 내세운 대형 건축물 가운데 상당수는 전통 건축의 윤곽이나 표면 문양을 확대해 상징적인 외관을 만든다. 그랑 스타드 하산 2세는 형태를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천막의 기능을 다시 구성했다. 햇빛을 줄이는 지붕, 다수가 모이는 광장, 열린 가장자리, 녹지가 놓인 이동 공간이 무셈의 집회 방식을 현대적인 스포츠 시설로 옮긴다.

지붕의 봉우리가 모두 같은 높이로 반복되지 않는 점도 모로코의 지형과 천막 군락을 연상시킨다. 하나의 거대한 돔보다 여러 천막이 이어진 듯한 윤곽을 만들면서 11만5000석의 규모를 여러 층위로 나눈다. 국가적 상징성을 확보하면서도 단일한 기념비로 굳어지는 것을 피한 설계다.

Populous Unveils the World's Largest Football Stadium for the 2030 World Cup. 사진=Populou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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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과 공원의 경계를 낮춘 다층 조경

공중정원과 지상 식물원은 경기장 주변을 꾸미는 부속 조경과 성격이 다르다. 지면에서 시작한 식재 공간이 계단과 상부 플랫폼으로 이어지면서 관중의 이동 경로에 직접 들어온다. 조경이 건물 외곽에 머물지 않고 구조와 동선을 나누는 건축 요소로 사용된다.

경기장 외곽에서는 지붕이 낮게 내려오고, 관중석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진다. 낮은 지붕 아래에는 그늘진 광장과 정원이 놓이고, 높은 부분은 대규모 관중을 수용하는 진입 공간을 만든다. 실내와 실외를 벽 하나로 구분하지 않고 지붕 높이와 식재 밀도, 빛의 양을 달리해 점진적으로 전환한다.

도심의 공원과 상업시설을 경기장에 결합하는 흐름은 대형 스포츠 시설의 이용 시간을 늘리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축구 경기는 한정된 날짜와 시간에 열리지만 광장과 정원, 운동시설은 비경기일에도 사용할 수 있다. 월드컵을 위해 건설한 초대형 시설을 대회 이후에도 운영하려면 경기장 바깥 공간이 일상적인 방문 목적을 제공해야 한다.

100㏊ 규모로 계획된 ‘모로코 스포츠 시티(Morocco Sport City)’에는 주 경기장과 함께 육상경기장, 수영시설, 컨벤션센터, 상업시설, 호텔, 공원 등이 배치될 예정이다. 주 경기장 하나를 독립적으로 세우기보다 스포츠와 여가, 상업 기능을 결합한 광역 거점으로 개발하는 구상이다.

Populous Unveils the World's Largest Football Stadium for the 2030 World Cup. 사진=Populou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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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시점의 배치에서는 주 경기장을 중심으로 도로와 보행축이 여러 방향으로 뻗는다. 주변 시설은 주 경기장보다 낮게 계획됐으며, 곡선형 지붕과 녹화 공간을 사용해 중앙의 천막 구조와 연결된다. 건축물 여러 동을 한 부지에 나열하기보다 지붕과 조경의 형태를 반복해 하나의 스포츠 지구로 묶었다.

다만 넓은 주차장과 차량 도로가 부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11만5000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시설에서는 지붕과 정원만으로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경기 종료 뒤 관중을 분산할 대중교통, 보행 거리, 차량 정체, 폭염기의 외부 체류 환경이 실제 이용 경험을 결정한다.

초대형 수용력을 압축한 관중석

외부 공간이 수평으로 넓게 펼쳐지는 것과 달리 관중석은 가파르고 조밀하게 올라간다. 양쪽 골대 뒤에는 각각 2만9500명을 수용하는 3단 관중석이 들어선다. 11만5000석이라는 규모 속에서도 관중과 경기장의 거리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좌석을 수직으로 압축한 구성이다.

경기장 측면에는 5개 층에 걸쳐 1만2000명 규모의 VVIP·VIP·호스피탈리티·박스 좌석이 배치된다. 골대 뒤 관중석에는 일반 관람객과 응원 인원을 집중시키고, 측면에는 프리미엄 관람과 상업 운영을 위한 시설을 쌓아 올렸다. 관중석 설계가 시야와 응원 분위기뿐 아니라 경기장 수익 구조까지 함께 다루는 흐름을 반영한다.

초대형 경기장의 규모를 유지하려면 월드컵 이후의 사용처도 필요하다. 경기장은 모로코 대표팀과 카사블랑카를 연고로 하는 라자 클럽 애슬레틱(Raja Club Athletic), 위다드 애슬레틱 클럽(Wydad Athletic Club)의 홈구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제대회와 정규 리그, 공연과 대형 행사를 함께 수용하는 운영 구조가 전제돼 있다.

녹색 이미지에서 환경 성능으로

알루미늄 격자와 공중정원, 지상 식물원은 강한 햇빛과 고온에 대응하는 건축적 인상을 만든다. 넓은 지붕이 관중의 이동 구역까지 그늘로 덮고, 완전히 닫히지 않은 가장자리는 외부 공기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붕 규모가 커질수록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양과 구조 하중도 늘어난다. 공중정원에는 토양과 식재를 지탱할 구조, 관수와 배수, 지속적인 유지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일사 차단율과 자연환기량, 재생 알루미늄 비율, 빗물 회수와 조경용수 재이용 방식은 아직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 조경 면적이나 녹색 이미지보다 재료와 에너지, 물의 생애주기 성능이 완공 이후의 환경 평가를 좌우한다.

그랑 스타드 하산 2세는 초대형 경기장의 정면을 외벽이 아닌 지붕으로 바꿨다. 전통 천막은 장식적 모티프가 아니라 11만5000석과 광장, 정원, 보행로를 묶는 구조로 확대됐다. 경기장 안팎을 가르던 벽도 낮아지고, 관중의 이동 공간에는 다층 조경과 생활체육 시설이 들어왔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천막형 지붕의 실제 차양과 환기 성능, 공중정원의 관리 방식, 대규모 관중 수송 계획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2030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광장과 정원, 체육시설에 이용자가 이어질 수 있는지가 경기장을 둘러싼 스포츠 도시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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