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2027년 본예산부터 시·군 보조사업 도비 보조율 '최대 30%' 통보…청년기본소득 분담 구조 7대3에서 3대7로 역전
재정자립도 32%대 고양시, 민선 9기 재개 공약에 제동…변 의원 "시비 부담 90억 원대" 추산, 공개 자료 기준으로는 70억 원 안팎
[KtN 임우경기자] 경기도가 2027년 본예산 편성을 앞두고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부담을 원칙적으로 30%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대표 청년정책인 청년기본소득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기존에 도가 70%를 부담하던 사업에서 시·군의 몫이 70%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경기도의회 고양상담소에서 열린 변재석 경기도의원과 안미경 고양시 일자리정책과장의 면담은 단순한 지역 현안 협의가 아니었다. 광역자치단체의 세수 감소가 기초자치단체의 복지·청년정책으로 이전되는 과정, 그리고 그 부담이 청년 개인의 수혜 여부까지 좌우할 수 있는 지방재정 구조의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고양시가 마주한 숫자: 30%와 70%의 역전
경기도의 재원 분담 방침이 적용되면 고양시의 청년기본소득 시비 부담은 90억 원대까지 커질 수 있다. 현재의 도비 70%, 시비 30% 구조가 도비 30%, 시비 70%로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만 24세 청년을 약 1만 명, 연간 사업비를 약 99억 원으로 계산하면 시비 70%는 약 69억 원이다. ‘90억 원대’와는 차이가 있다. 소급 지급 대상, 실제 대상 인원, 지급 시기 또는 별도 행정비용이 포함됐는지는 공개된 설명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 숫자의 산출 방식은 논쟁의 주변 정보가 아니라, 고양시가 2027년 예산에서 얼마를 확보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근거다.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 경기도민에게 연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2019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된 뒤 대표 청년정책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사업의 명칭과 지급 기준이 도 단위로 통일돼 있다고 해서 실제 수혜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군의 재정 참여가 전제되는 구조인 만큼, 매칭 비율이 바뀌면 정책의 보편성도 함께 흔들린다.
안 과장은 면담에서 시비 부담 증가뿐 아니라 기존 대상자에 대한 소급 지급 과정의 행정 혼선과 제도 운영의 불확실성을 설명했다. 2026년 미지급분과 2027년 신규 지급분에 서로 다른 재원 분담 기준이 적용될 경우, 회계 처리와 대상자 안내, 지방의회 예산 심의가 한꺼번에 복잡해질 수 있다. 변 의원은 시·군이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재정 여건도 정책 설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로 공감의 뜻을 밝혔다.
경기도의 새 원칙: ‘기준보조율 30%’가 의미하는 것
경기도는 9월 3일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재로 31개 시·군 부단체장이 참여한 ‘2027년 본예산 편성 방향 및 재정위기 대응 방안’ 영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도비 보조율이 30%를 넘는 시·군 보조사업에는 기준보조율 30%를 적용하겠다는 방향이 전달됐다. 법적 의무 부담 근거가 없는 국고보조사업의 도비 매칭도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칙의 적용 대상은 도내 시·군 보조사업 961개 가운데 421개, 약 43.8%에 이를 수 있다. 총사업비 10억 원을 도비와 시·군비가 각각 5억 원씩 부담하던 사업이라면, 이후에는 도비 3억 원과 시·군비 7억 원의 구조가 될 수 있다. 재정 조정이 시·군에 미치는 충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변화다.
청년기본소득은 이 조정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사업 중 하나다. 경기도가 시·군의 사업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70%를 부담해 온 정책이기 때문이다. 2027년부터는 도 30%, 시 70% 구조로 바뀌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경기도는 모든 사업에 기계적으로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기보다, 사업별 협의와 차등 보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협의 가능성’만으로 시·군의 예산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방정부는 도의 본예산 확정 이전에 자체 예산안을 편성하고 지방의회 심의를 준비해야 한다. 최종 분담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비를 편성해야 한다면, 재정 여력이 약한 시·군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지급 축소, 시행 보류, 또는 사업 이탈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세수 절벽의 전가: 취득세 감소와 ‘자율 예산’의 축소
경기도가 보조율을 조정하려는 직접 배경은 세입 감소다. 도가 9월 3일 공개한 자료에서는 도 세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2022년 11조 원에서 2026년 8조 원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제시됐다. 부동산 거래 위축이 취득세 감소로 이어지고, 그 여파가 도 단위 자체사업과 시·군 보조사업 조정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경기도는 조정교부금 등 법정경비 부담 비중이 높고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여서,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의 폭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김성중 부지사는 당시 회의에서 어려운 재정 현실을 시·군과 공유하고 해법을 함께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재정 압박은 이미 2026년 예산에서 드러났다. 경기도는 약 3천억 원의 세수 결손을 추산했고, 8월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서 1천300여 개 사업을 재검토해 기존 예산 5천465억 원을 감액했다. 청년기본소득 4분기 예산 163억 원도 이 감액 추경에 반영됐다.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9월 4일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 심사에서 재정 여건이 충분하다면 보조를 더 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재정 여력이 급격히 줄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단지 한 사업의 우선순위 조정 문제가 아니다. 광역정부의 세입이 줄어들 때, 법정 의무지출보다 조정이 쉬운 시·군 매칭사업이 먼저 압박을 받는 지방재정의 작동 방식이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다.
고양시가 더 민감한 이유: 재정 여력과 공약 이행의 충돌
고양시의 반응이 특히 민감한 배경에는 재정 여건과 정치적 시간표가 동시에 있다. 고양시의 2026년 재정자립도는 32.44%로 경기도 4개 특례시 가운데 가장 낮다. 보조금 의존도가 높고 보유세 중심의 세입 구조 탓에 경기 활성화가 곧바로 세수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고양시가 스스로 제시해 온 문제의식이다. 통합재정수지는 1천779억 원 적자다.
정치적 맥락도 간단하지 않다. 고양시는 민선 8기 이동환 전 시장 시절인 2025년 예산 부족과 예산 대비 효과 문제를 들어 청년기본소득 지급을 중단했다. 당시 시비 부담은 약 40억 원으로 추산됐다. 2026년 6월 지방선거 뒤 7월 취임한 민경선 시장은 후보 시절 사업 재개를 약속했고, 8월 6일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종합 전략에서 청년기본소득 재개와 고양페이 확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재개 공약은 곧바로 예산의 벽에 부딪혔다. 고양시 만 24세 청년 약 1만 명에게 지급하려면 연간 약 99억 원이 필요하고, 상반기 미지급분까지 소급할 경우 최대 240억 원이 들 수 있다. 고양시는 경기도의 8월 추경에 고양시 몫이 반영되지 않자 4분기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제3회 추경에서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제외했다.
기존 7대3 구조라면 고양시의 부담은 약 30억 원 안팎이어야 하지만, 소급 지급까지 포함한 특정 편성 시점에는 시비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 3대7 구조가 적용될 경우 연간 사업만 보더라도 시비는 약 7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정책 재개를 약속한 시장에게는 공약 이행의 문제이고, 예산 편성권을 가진 시에는 재정 지속성의 문제다. 두 과제가 충돌할 때 지방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제한적이다.
조례의 ‘30% 이상’과 집행의 ‘30% 상한’
이번 논쟁은 숫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조례 해석의 문제다. 경기도의회는 2024년 12월 이재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조례는 지방보조금 사업의 도비 기준보조율을 ‘30% 이상’으로 하는 원칙을 명시했다. 시행규칙상 기준보조율 30%가 관행처럼 굳어 시·군 부담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정이었다.
경기도의 새 방침은 같은 ‘30%’를 다른 방향으로 사용한다. 조례가 최소 보조 기준을 적어 둔 것이라면, 도의 재정 대응은 30%를 사실상의 상한으로 운용하려는 모습에 가깝다. 문언상 ‘30% 이상’에는 30%도 포함되므로 이를 곧바로 조례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입법 취지가 시·군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최소 수준을 일반 원칙으로 삼는 집행은 조례가 의도한 방향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영 의원은 9월 4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조례로 ‘30% 이상’을 명시했음에도 30%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조례 개정의 의미가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정두석 실장은 30% 이상에는 30%도 포함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유필선 의원은 해당 조항이 “30%까지만 지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 30%를 원칙으로 삼자는 뜻이라고 강조하며, 인건비 충당 능력 지수와 재정력 지수를 활용한 차등보조율의 적극 적용을 요구했다. 도는 재정이 취약한 시·군에 대한 차등 보조를 사업별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쟁점은 법률 문장의 해석을 넘어선다. 재정위기 때 조례의 원칙이 재정 절감의 최소선으로 바뀌어도 되는가, 아니면 조례가 정한 취지를 지키기 위해 차등보조라는 안전장치를 실제로 작동시킬 것인가의 선택이다.
누가 무엇을 책임지나: 도·시군·도의회의 서로 다른 계산
경기도는 시·군 재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법인세의 일부를 광역지자체에 배분하는 방안 등을 중앙정부에 제안하며 세입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사업의 도비 분담률을 10%까지 낮추는 안은 확정된 결정이 아니라 협의 중인 사안이다. 도의 기본 방향은 3대7이지만 사업 특성과 시·군 여건에 따라 조정 가능성은 남겨둔 셈이다.
시·군은 일률 적용에 반발한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9월 7일 31개 시장·군수의 의견을 담은 건의문을 추미애 지사 측에 전달하고, 시·군별 재정 여건과 사업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보조율 조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재정 상황이 서로 다른 시·군에 30% 상한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권한은 도가 행사하고 비용과 책임은 시·군에 넘기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도의회에서도 비판은 이어지지만 정치적 언어는 다소 다르다. 국민의힘 방성환 대표의원은 경기도가 시·군 재정을 옥죄는 일을 멈추고 중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변재석 의원은 9월 초 제2회 추경 심사에서 청년 면접수당 감액 등을 두고 재정위기일수록 예산 삭감의 칼날이 취약한 청년에게 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고양시 면담 보도자료에서는 도의 정책결정 자체를 강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시·군 부담에 공감하고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표현을 택했다.
이 차이는 책임의 위치를 묻는다. 도의원은 도정의 예산과 조례를 심사하는 감시자인 동시에 지역구 지방정부의 재정 요구를 전달하는 매개자다. 변 의원은 제11대 도의회에서 고양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했고, 2025년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 개정안의 공동발의자이기도 했다. 2025년 고양시가 지급을 중단해 24세 청년 1만4천28명이 대상에서 빠졌을 당시의 지역구 대응은 공개 기록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면담이 실질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소통 창구’ 역할을 넘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어떤 수정안을 제시하고 어떤 표결과 협상을 이끌 것인지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청년기본소득은 무엇을 남겼나: 효과와 우선순위의 논쟁
분담률 논쟁은 정책 자체의 정당성 논쟁과 분리되지 않는다. 2025년 12월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사용처 제한이 느슨해 유흥성 소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결식아동 급식비 등 더 시급한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2026년 청년기본소득 예산 614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은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치며 전액 복원됐다.
성남시는 2021년 경기연구원 정책효과 분석에서 사용처의 73.1%가 식료품비 등 단기 소비였고 자기계발 비중은 11.2%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9월 7일 성남시의회를 통과한 청년기본소득 조례안에 재의를 요구했다. 2027년 사업 시행 시 연 60억 원가량의 시비가 필요하다는 추산도 함께 제시했다.
반대로 경기연구원의 2020년 사전·사후 비교 연구는 수급자 1만1천335명을 분석해 삶의 질 등 여러 영역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핵심은 어느 한 연구가 정책의 성패를 완전히 판정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단기 소비 진작, 지역화폐 사용, 심리적 안정, 구직·자기계발, 청년 빈곤 완화 가운데 무엇을 정책의 핵심 성과로 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합의가 없으면 재정위기 국면에서 청년기본소득은 가장 먼저 “효과 대비 비용”의 잣대를 받게 된다. 반대로 사업을 지속하려면 보편 지급의 상징성만이 아니라, 지역경제 효과와 청년의 삶에 미친 변화를 더 투명하고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같은 경기도민인데 왜 100만 원이 달라지나
2026년 현재 청년기본소득은 성남·고양을 제외한 29개 시·군에서 약 11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두 도시의 이탈 배경은 같지 않다. 성남은 정책 효과와 우선순위를, 고양은 재정 부담과 예산 확보 문제를 각각 앞세웠다. 그러나 도비 분담률이 30% 수준까지 낮아지면 다른 시·군에서도 비슷한 선택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기본소득 양극화’의 우려는 이 지점에서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 재정 여력이 있는 시·군은 자체 재원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재정이 취약한 곳은 축소·유예·중단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나이, 같은 경기도 거주 요건을 갖춘 청년이 어느 시·군에 사느냐에 따라 연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받을지 결정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사업 규모를 유지한 채 분담 비율만 시·군에 넘기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광역정책의 이름은 유지되지만,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에서만 작동한다면 정책의 보편성은 사실상 약화된다.
더 넓게 보면 이 사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광역정부와 기초정부 사이의 역할 분담을 묻는다. 정부는 8월 2027년 청년정책 예산을 43조3천억 원으로 늘리고 혼인지원금과 아이맞이지원금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7개 시·도의 2026년 청년정책은 1천563개 사업, 6조3천532억 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11만5천380명, 8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앙의 청년정책 예산 확대와 지방 대표 청년정책의 재원 불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대비는 정책 체계의 균열을 보여준다.
일정은 촉박하다. 경기도는 11월 초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고, 도의회는 11월부터 12월까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예산을 확정한다. 고양시는 그보다 앞서 자체 2027년 예산안에 청년기본소득 시비를 얼마로 반영할지 판단해야 한다.
변 의원은 청년기본소득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려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측 가능성은 선언으로 생기지 않는다. 도비 분담률, 차등보조의 적용 기준, 소급분 처리 원칙, 시·군별 사업 유지 여부가 예산 편성 이전에 분명해져야 한다. 고양상담소의 면담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12월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답을 요구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