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얼굴·지문·계좌가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기억과 기록, 관계와 책임으로 완성되는 ‘들쥐’의 존재론

[KtN 신미희 · 박준식기자]문재는 자기 이름을 알고 있다. 얼굴과 몸도 그대로이며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기억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은행은 지문을 받아들이지 않고, 집과 전화번호는 다른 사람의 정보로 바뀐다. 문재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같은 얼굴의 인물까지 나타난다. 살아 있다는 사실과 사회가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서로 갈라진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한 사람의 삶이 얼굴과 기억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시대를 파고든다. 금융계좌와 주거 기록, 전화번호와 생체정보, 직업과 인간관계가 결합돼야 사회적 존재가 성립한다. 여러 정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일상은 멈춘다. 모든 정보가 다른 사람을 가리키면 원래 주인은 자기 삶의 침입자로 밀려난다.

문재가 되찾아야 하는 대상은 이름과 재산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가 문재를 진짜로 인정하도록 기록을 복원해야 하고, 오랫동안 끊어 놓았던 관계도 다시 연결해야 한다. 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과거의 책임까지 자기 생애 안에 놓아야 한다.

구독자 전용 기사 입니다.
회원 로그인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