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기억이 흐르는 순간, 존재는 스스로를 증명한다
작품명: In the Beginning 8
[KtN 박준식기자] 한순간, 푸른 파동이 공간을 가른다. 기원과 현재, 형체와 무형이 공존하는 경계가 드러난다. 허은선의 In the Beginning 8은 창조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을 포착하는 회화적 선언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형상이 아니다. 그것은 탄생과 흐름, 그리고 사라짐을 동시에 포함하는 시간적 층위이며, 세계가 형성되는 원초적 순간을 담아낸 흔적이다. 푸른 색조와 금박의 조합은 빛과 그림자, 물질과 에너지가 교차하는 시공간을 암시하며, 관람객을 창조의 근원으로 이끈다.
작품명: In the Beginning 8
제작 연도: 2021년
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창조와 흐름의 미학 – 작품의 철학과 영감
허은선의 예술은 고정된 형상의 재현이 아니다. 오히려 형상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과정 자체를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In the Beginning’ 시리즈는 그 연장선에서 존재의 기원을 탐구하며, 그 시작과 끝이 하나의 연속된 과정임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작품군이다.
In the Beginning 8은 특히 경계의 유동성에 주목한다. 작품에서 푸른 흐름이 흰 공간을 가로지르지만, 이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그것은 하나의 고정된 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해체되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 이는 물리적 세계에서 관찰되는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푸른 색조가 화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구도는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며, 흰 공간과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흔적은 생성과 소멸의 교차점이다. 물질은 응축되고 확산되며, 그 과정 속에서 존재의 본질이 드러난다.
허은선은 작품을 통해 "존재란 언제나 흐름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무르지 않는 자연의 원리, 그리고 인간 내면의 끊임없는 변화가 이 작품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물질과 빛이 만들어낸 역동성 – 색감, 질감, 구도 분석
허은선은 색과 질감을 단순한 조형적 요소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한다.
▶색감: 푸른 색조는 작품의 중심적인 요소다. 그러나 이 푸름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태초의 기억을 함축하는 상징적 요소로 작용한다. 깊고도 투명한 푸른 색채는 바다와 하늘, 우주를 연상시키며, 이는 곧 생명과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한다.
▶질감: 금박을 혼합한 표면은 빛과 시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며, 일정한 형태를 부정한다. 이는 존재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철학을 반영하는 동시에, 빛과 어둠의 상호작용을 통해 회화적 입체감을 형성한다.
▶구도: 화면 왼쪽에서 시작된 푸른 흐름이 점차 옅어지며 오른쪽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은 물리적 경계를 넘어 확장하는 에너지를 시각화하며, 존재와 비존재의 공존을 암시한다.
특히, 금박의 사용은 빛과 물질의 경계를 흐리게 하면서도, 그 자체로 강한 물성을 지닌다. 금박은 시각적으로는 가벼우면서도, 그 표면에 내재된 반사 효과를 통해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조형적 장식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경계를 표현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허은선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은선 작가는 “존재는 언제나 흐름 속에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흐름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의식이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작품 속 흐름은 물리적이면서도 정신적이다. 그것은 대자연의 움직임을 연상시키지만, 동시에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감각적인 파동이기도 하다. 허은선의 작업 방식은 형태 이전의 상태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물질이 생성되기 전의 흔적을 기록하는 회화적 탐구를 지속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기존의 구상 회화나 단순한 추상 미술과는 차별화된다. 허은선은 형태를 구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려 한다. 그것은 정적인 이미지를 넘어, 시간과 에너지가 응축된 ‘과정’으로 존재한다.
갤러리A 전시에서의 의미 – 창조적 탐구의 중심
갤러리A에서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In the Beginning 8은 전시 전체의 흐름 속에서 가장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이 작품은 창조의 순간과 변화를 상징하며, 관람객들이 존재의 기원을 다시금 사유하게 만든다.
전시된 다른 작품들이 인간과 자연, 시간과 기억을 연결하는 흐름을 형성한다면, In the Beginning 8은 그 시작점으로서 기능한다.
푸른 색조와 금박의 질감은 전시의 테마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감각적으로도 강렬한 중심축을 형성한다.
허은선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미적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객이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촉매제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지를 질문하는 하나의 장치다.
관객과의 대화 – 시공간을 넘어선 감각적 체험
이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관객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의 푸른 심연 속에서 우리는 ‘태초의 기억’을 발견하며, 개인적인 경험과 우주적 차원의 기억을 연결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색과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기원의 기억이며,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의 흔적이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허은선의 In the Beginning 8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다. 그것은 관객과의 대화이며, 우주적 기원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하나의 문이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오롯이 감상자의 몫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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