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 깃든 회복의 흔적, 푸른 심연 위에 남겨진 금빛 유적

허은선 작가. 작품명: Resilience 3 - Au-delà de l'hiver제작 연도: 2021년규격: 60 × 60cm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허은선 작가. 작품명: Resilience 3 - Au-delà de l'hiver제작 연도: 2021년규격: 60 × 60cm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깊은 푸름 속에서 바람의 흐름이 감지된다.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화면을 스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 힘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 그 아래 놓인 금빛 조각들은 한때 단단했던 존재의 일부이자, 시간 속에서 해체되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흔적이다. 허 작가의 Resilience 3 - Au-delà de l'hiver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의 회복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Au-delà de l'hiver'—프랑스어로 '겨울 너머'라는 뜻을 지닌 이 제목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닌, 극복과 생존,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존재에 대한 시각적 은유다. 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모든 존재가 겪는 소멸과 재생의 과정을 담아내며, 폐허 속에서도 남겨진 흔적이 새로운 의미로 피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품 개요

작품명: Resilience 3 - Au-delà de l'hiver

제작 연도: 2021년

규격: 60 × 60cm

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사라짐과 남겨짐 – 작품의 철학과 영감

허 작가는 단순한 형상의 재현이 아닌, 존재가 소멸한 이후에도 남겨진 흔적이 어떻게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는지 탐구해왔다. Resilience 시리즈는 인간과 자연이 겪는 변화와 상처, 그리고 그 이후에 맞이하는 회복과 재생의 과정을 담아낸 연작이다.

이 작품에서는 두 개의 시각적 요소가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면 위쪽에서 부드럽게 흩어진 푸른 흔적은 시간과 감각의 흐름을 상징한다. 반면, 아래쪽에 자리한 금빛 조각들은 한때 단단한 형태를 이루었지만, 부서지고 남겨진 흔적으로 보인다.

허 작가는 이 조각들을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품고 있는 잔해로 해석한다. 금박으로 표현된 이 조각들은 과거의 흔적이지만, 화면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으며, 부서진 이후에도 강한 존재감을 유지한다. 이것은 상처 이후의 회복, 그리고 시간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의미를 상징한다.

이러한 해석은 ‘겨울 너머’라는 제목과도 연결된다. 겨울은 혹독한 시간이지만, 그 이후에는 반드시 새로운 시작이 찾아온다. 허 작가는 소멸과 재생, 상실과 희망이 공존하는 풍경을 이 작품 속에 담아냈다.

색감과 질감, 구도 – 흐름과 흔적의 공존

허 작가는 색과 질감을 통해 단순한 조형적 미학을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회화적 접근법을 선보인다.

▶색감:

화면을 지배하는 깊은 블루는 침묵과 응축된 시간, 그리고 감각의 공간을 형성한다. 이는 허 작가의 대표적인 색채 기법으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시간의 층위를 형성하는 요소다.

▶질감:

하이드로락(Hydrolaque) 기법을 활용하여 표면에 유동적인 흐름을 부여했고, 금박은 빛의 반사에 따라 변화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화면은 정적인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느낌을 준다.

▶구도:

왼쪽에서부터 시작되는 푸른 흐름은 바람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 아래 자리한 금빛 조각들과 대비된다. 이 두 요소는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조형적 탐구를 넘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라진 것과 남겨진 것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실험적 시도임을 보여준다.

허 작가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 작가는 "존재의 본질은 단단한 형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남겨지는 흔적 속에서 발견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름과 변화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Resilience 3 - Au-delà de l'hiver에서는 이러한 철학이 더욱 강조된다. 금박으로 표현된 잔해들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사라진 것들의 기억과 흔적이다.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푸른 움직임은 시간과 감각의 층위를 더하며, 관객들에게 잊혀진 것들이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상실이 현재의 의미를 형성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으며, 이것은 단순한 미학적 접근이 아니라 시간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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