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속으로 스며드는 금빛, 보이지 않는 감각을 기록하다
[KtN 박준식기자] 푸른 심연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 색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안에는 가라앉는 것과 떠오르는 것, 흐르는 것과 정지된 것, 사라지는 것과 남아 있는 것 사이에서 움직이는 흔적이 있다. 허 작가의 The Sea in the Sky 16은 바다와 하늘이라는 두 개의 공간이 서로를 반영하며 하나의 존재로 융합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푸른 화면 위로 금빛 조각들이 점점이 흩어진다. 바다 속에서 떠오르는 부유물처럼, 혹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미세한 별빛처럼 보이는 이 조각들은 존재의 미묘한 흔적을 상징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겨진 잔상처럼, 이 빛들은 응축된 감각과 기억의 파편이 되어 화면 위에 자리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색채의 배치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가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감각을 공간 안에 머물게 함으로써, 허 작가는 사라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의 경계를 탐구한다.
작품명: The Sea in the Sky 16
제작 연도: 2020년
규격: 65 × 92cm
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공간의 이중성 – 허 작가의 철학과 영감
허 작가는 바다와 하늘이라는 이중적 공간을 통해 공간과 깊이, 존재와 부재, 현실과 초월 사이의 흐름을 탐구한다. The Sea in the Sky 시리즈는 바다가 하늘을 반영하고, 하늘이 바다를 담아내는 순간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The Sea in the Sky 16에서는 물과 빛의 움직임이 캔버스 위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화면을 지배하는 짙은 푸름은 바다의 심연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끝없는 하늘의 색을 닮아 있다. 여기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금박 조각들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혹은 바닷속에서 반짝이는 빛의 파편처럼 보인다.
허 작가는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하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The Sea in the Sky 16은 이 변화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공간과 물질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푸른 색채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존재의 공간을 이루는 근원적인 요소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삼키고, 모든 것을 담아내며, 끝없는 깊이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금빛 조각들은 존재의 흔적으로서, 혹은 사라지는 순간 남겨진 기억의 파편으로서 떠다닌다.
색감과 질감, 구도 – 빛과 깊이의 흐름
허 작가는 색과 질감을 통해 단순한 시각적 인상을 넘어, 감각적인 깊이를 만들어낸다.
화면을 압도하는 강렬한 블루는 바다의 심연과 하늘의 무한한 공간을 동시에 상징하며, 관객을 감각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블루의 점진적인 변화는 시간과 에너지가 응축되는 과정을 암시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의 깊이를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하이드로락(Hydrolaque) 기법을 사용하여 표면에 유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했고, 금박은 미세한 반사 효과를 만들어내어 작품에 빛과 공간성을 더한다. 이는 정적인 화면이 아니라, 빛과 시점에 따라 변화하는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며, 감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화면의 상단은 짙은 푸름이 응집된 형태를 보이며, 아래로 갈수록 점점 밝아지는 흐름을 형성한다. 이러한 구도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거나, 혹은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듯한 이중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색면 회화가 아니라, 존재의 흔적과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조형적 실험임을 보여준다.
허 작가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 작가는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공간과 감각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형태는 특정한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과 감각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The Sea in the Sky 16은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며, 물질과 공간, 빛과 색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금박의 존재는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빛과 공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것들의 흔적을 남기는 도구로 기능한다.
이 작품은 또한 허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시간성과 존재의 흔적이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블루의 층위와 흐름은 특정한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감각의 과정을 담고 있다.
갤러리A 전시 – 감각과 공간의 교차점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The Sea in the Sky 16은 이러한 맥락에서 공간과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하늘과 바다, 깊이와 부유감의 경계를 탐구하며 전시의 중심 개념과 연결된다.
푸른 색조와 금박의 대조는 감각과 물질, 보이지 않는 것과 가시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에게 감각적 몰입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색채 연구가 아니라, 공간과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이다.
관객과의 대화 – 감각을 넘어서, 존재의 흔적을 발견하다
푸른 심연 속에서 떠오르는 금빛 조각들은 사라지는 흔적일 수도, 남아 있는 기억일 수도 있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다시금 돌아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경험을 하게 된다.
허 작가의 The Sea in the Sky 16은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과 감각, 기억과 흔적이 교차하는 시각적 기록이며, 관람자가 스스로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이다. 그리고 그 장치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다시금 질문하게 된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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