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심연 속, 떠오르는 금빛의 흔들림
[KtN 박준식기자] 깊은 푸름 속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 마치 바다 깊숙한 곳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기류처럼, 화면을 가로지르는 유동적인 흔적은 형체 없는 감각의 존재를 증명한다. 그 안에서 조용히 반짝이는 금빛 입자들은 감각이 물질화되는 순간을 암시하며, 시각적으로 가장 섬세한 균형을 이룬다.
허은선의 Butterflies in the Stomach 15(21-4)은 단순한 색과 질감의 탐구가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시도이다. "배 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닌다"는 의미의 영어 관용구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긴장과 기대, 불안과 환희가 공존하는 내면의 감각을 푸른 심연 속에서 떠오르는 금빛 흔적으로 표현한다.
작품명: Butterflies in the Stomach 15(21-4)
제작 연도: 2021년
규격: 50 × 50cm
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감각의 형상화 – 작품의 철학과 영감
허은선의 회화는 단순한 형태의 탐구를 넘어, 보이지 않는 감각과 정서의 시각적 구현을 목표로 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색과 형체는 구체적인 대상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매개체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시리즈는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각적 떨림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긴장된 순간, 기대감에 차오르는 순간, 혹은 불안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허은선은 푸른 색채와 금박의 대비를 활용했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15(21-4)에서 화면을 가로지르는 곡선은 감각의 흐름을 나타내며, 그 위에 떠오르는 금빛 조각들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떨림을 상징한다. 금박은 가벼우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가지며, 보는 위치와 빛의 반사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허은선 작가는 "감각은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그 흔적은 지속된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감각이 공간 속에서 흔적으로 남는 과정이며,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감각의 기억을 저장하는 시각적 장치이다.
색감과 질감, 구도 – 감각이 움직이는 방식
허은선의 작업에서 색과 질감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주요한 도구다.
화면을 지배하는 깊은 블루는 고요함과 심연을 상징하는 동시에, 감정과 감각이 응축된 공간을 형성한다. 차분한 색조이지만, 금박이 섞인 작은 움직임들은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깊이 속에서 감각이 꿈틀대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이드로락(Hydrolaque) 기법을 사용하여 표면에 미세한 질감과 광택을 부여했다. 이는 빛의 반사에 따라 다르게 보이며,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변화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화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흐름은 물리적인 선이 아니라, 감각적인 에너지가 확산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금빛 입자들은 이 흐름을 따라 산발적으로 흩어지지만, 동시에 하나의 방향성을 이루며 감각적 균형을 형성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색면 회화가 아니라, 감각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회화적 실험임을 증명한다.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은선은 "감정은 형태가 아니라 흐름 속에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형태는 고정되지 않으며, 시간과 빛, 그리고 감각적인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15(21-4)은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대표적인 작업으로, 형태가 없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금박을 활용한 방식은 물질적인 동시에 비물질적인 요소를 포함하며, 물리적인 흔적과 보이지 않는 감각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색채와 질감의 실험이 아니라, 존재의 흐름을 탐구하는 방식이며, 허은선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형상 이전의 상태를 포착하는 회화적 접근법의 일부다.
갤러리A 전시 – 감각과 존재의 흔적을 시각화하다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15(21-4)은 이러한 맥락에서 감각과 존재의 흔적을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푸른 색채와 금박의 조화는 감각과 물질, 보이지 않는 것과 가시적인 것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며, 전시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감각의 시각화라는 전시의 개념과 조화를 이룬다.
감각과 감정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을 실험한 작품으로, 보는 이들에게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색채 연구가 아니라, 공간과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이다.
관객과의 대화 – 감각을 넘어서, 존재의 흔적을 발견하다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푸른 색의 공간 속에서 떠오르는 금빛 조각들은, 마치 우리가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일어나는 감각적인 반응과도 같다. 그것은 물리적인 실체일 수도, 혹은 사라지는 흔적일 수도 있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다시금 돌아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경험을 하게 된다.
허은선의 Butterflies in the Stomach 15(21-4)은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과 감각, 기억과 흔적이 교차하는 시각적 기록이며, 관람자가 스스로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이다. 그리고 그 장치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다시금 질문하게 된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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