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감각의 물결, 푸른 심연 속에서 피어나다

허은선 작가. 작품명: Butterflies in the Stomach 12(21-1)제작 연도: 2021년규격: 50 × 50cm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1,560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허은선 작가. 작품명: Butterflies in the Stomach 12(21-1)제작 연도: 2021년규격: 50 × 50cm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1,560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깊고도 고요한 푸름 속에서 미세한 흔적이 떠오른다. 금빛의 작은 입자들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듯 흩어지며, 흐릿한 곡선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흐름을 암시한다. 정적이면서도 생동하는 이 장면은, 마치 한순간의 감각이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허 작가의 Butterflies in the Stomach 12(21-1)은 감정과 감각이 어떻게 형태를 가지며, 그 흔적이 어떻게 공간 속에 남아 있는지 탐구하는 작품이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배 속의 나비)’라는 표현은 긴장과 설렘,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감정을 뜻한다. 허 작가는 이 감각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며, 보이지 않는 감각의 미세한 떨림을 푸른 심연 속에서 떠오르는 금빛 조각으로 형상화했다.

작품 속 움직임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각이 지나간 후 남겨진 흔적과 잔상의 형태로 드러난다. 이는 곧 시간과 감정이 하나의 공간 속에서 어떻게 응축되고 흔적으로 남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품 개요

작품명: Butterflies in the Stomach 12(21-1)

제작 연도: 2021년

규격: 50 × 50cm

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1,560

 

감각의 조각들 – 작품의 철학과 영감

허 작가는 “감각은 순간적으로 스치지만, 흔적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감각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와 경험이 어떻게 기억과 흔적으로 전환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시리즈는 우리가 인지하는 감각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작품에서 푸른 색조는 감각의 심연을,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미묘한 흔적과 금박의 입자들은 내면의 떨림이 남긴 잔상을 의미한다.

허 작가는 감각의 순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감각이 지나간 이후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물리적인 형태로 규정될 수 없는 감정의 파동과 떨림을, 화면 속에서 보다 정제된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색감과 질감, 구도 – 감각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허 작가는 색과 질감을 통해 단순한 조형적 실험을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회화적 접근법을 선보인다.

▶색감: 화면을 지배하는 깊은 블루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의 공간이며, 존재가 흔적으로 남는 장소다. 이는 우리의 내면에서 감각이 일어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환기시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감각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질감: 하이드로락(Hydrolaque) 기법을 사용하여 표면에 미세한 입체감을 부여했고, 금박이 빛을 반사하며 감각의 움직임을 암시한다. 금박은 빛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며, 이는 감각이 머물다 사라지는 속성을 반영한다.

▶구도: 화면의 왼쪽을 따라 흐르는 유동적인 곡선은 감각의 경로를 나타낸다. 그 주변에 흩어진 금빛 조각들은 마치 감각의 흔적처럼 퍼져 있으며, 이는 감정이 일정한 리듬을 따라 움직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조형적 탐구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이 어떻게 흔적으로 남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임을 보여준다.

허 작가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 작가는 "우리는 감각을 인지하는 순간에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그 감각은 흔적으로 남아 존재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업은 감각을 물질화하는 과정이며, Butterflies in the Stomach 12(21-1)은 그러한 철학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금박을 활용한 방식은 물질적인 동시에 비물질적인 요소를 포함하며, 물리적인 흔적과 보이지 않는 감각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감정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그것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허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감각과 흔적의 관계를 탐구하는 실험적 접근의 일부이며, 시각적 형태를 통해 감각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갤러리A 전시 – 감각과 공간의 교차점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12(21-1)은 이러한 맥락에서 감각과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푸른 색조와 금박의 대조는 감각과 물질, 보이지 않는 것과 가시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감각이 물리적인 흔적으로 남는 방식을 실험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감각의 시각화라는 전시의 개념과 조화를 이룬다.

이 작품은 단순한 색채 연구가 아니라, 공간과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이다.

관객과의 대화 – 감각을 넘어서, 존재의 흔적을 발견하다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푸른 색의 공간 속에서 떠오르는 금빛 조각들은, 마치 우리가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일어나는 감각적인 반응과도 같다. 그것은 물리적인 실체일 수도, 혹은 사라지는 흔적일 수도 있다.

허 작가의 Butterflies in the Stomach 12(21-1)은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과 감각, 기억과 흔적이 교차하는 시각적 기록이며, 관람자가 스스로의 감각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이다.

그리고 그 장치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느꼈던 감각과 그것이 남긴 흔적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