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녀 채용, 선관위 비리, 정치 시스템의 침묵… 신뢰는 무너졌고 분노는 구조화됐다
[KtN 김 규운기자] 청년들에게 정치란 ‘기회의 균형’이자 ‘공정한 경쟁’이라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연쇄적으로 파기되고 있다. 검찰총장 자녀의 채용 특혜 의혹, 선거관리위원회의 가족 채용 비리, 외교부의 이례적 공고 변경, 그리고 재난 대응에서의 무기력한 리더십. 이 일련의 사건들은 청년들에게 단 하나의 메시지를 보낸다.
“공정은 선택적이며, 그 선택은 당신이 아니다.”
청년 세대는 단지 분노하지 않는다. 이제는 체념하고, 이탈한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정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명제조차 더 이상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가장 예민한 수용자는 바로 청년층이다.
“아빠가 스펙이다”… 공정은 이름만 남았다
검찰총장의 자녀가 외교부 정규직 채용에 합격한 과정을 두고, 자격 미달, 공고 변경, 경력 인정 기준 완화 등 명백한 ‘맞춤형 채용’ 정황이 드러났다. 한정애 외통위원은 이를 “경력 워싱의 대표 사례”로 규정하며, 채용 자격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기관 내부의 유연한 해석을 통해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비리’가 아니다. 국가의 공적 채용 시스템에 대한 청년층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흔드는 사건이다. 실제로 청년 커뮤니티와 면접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스펙은 역시 아빠”라는 조롱 섞인 비아냥이 일상적으로 퍼지고 있다. 채용 공정성은 이제 실체 없는 이상이 됐고, 제도는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회피의 대상이 되었다.
‘백 없는 게 죄’가 된 사회
2024년 초, 선거관리위원회의 가족 채용 비리가 알려졌을 때, 청년 세대는 분노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백 없는 게 죄”라는 자조와 침묵이 댓글란을 메웠다. 공공기관의 채용 시스템이 법과 규정이 아닌 내부 네트워크와 권력 구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은, 단지 행정의 문제를 넘어 ‘정치 시스템 전체의 정당성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가 책임지지 않고, 헌법기관이 결정을 미루며, 검찰이 권력을 수호하고, 채용 과정에서 스펙보다 배경이 앞선다면, 공화국의 작동 원리는 이미 바뀐 것이다. 그 어떤 제도적 슬로건도, ‘기회의 평등’이라는 말도 청년들에게 더는 설득력이 없다.
구조화된 분노, 정치 이탈의 기점이 되다
청년층은 단순한 유권자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시대의 가치를 감지하고, 공정의 무너짐에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지금 그 반응은 ‘저항’이 아니라 ‘이탈’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20대 남성의 정치 냉소화”, “청년층 무당층 증가”는 단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그 자체에 대한 신뢰 붕괴의 신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소와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청년층에게 다음의 질문을 남겼다. “왜 누구는 아무리 기소되어도 무죄고, 누구는 아무리 무죄를 받아도 계속 기소되는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세대에 정치가 답할 수 있는가
정의의 붕괴는 법으로만 다스릴 수 없다. 정치 시스템은 그 자체로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는 제도’다. 지금 이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은 오히려 청년층 사이에서 현실과 가장 먼 가치로 회자된다. 산불 추경조차 미루는 정부, 자격 미달을 인정하지 않는 외교부, 선고를 지연시키는 헌법재판소는 모두 그 신뢰 붕괴의 증인들이다.
이제 정치가 회복해야 할 것은 표심이 아니다. 정치라는 제도 자체의 정당성, 그 토대 위에서 작동하는 정의, 공정, 신뢰—그 모든 것의 복원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시대의 유권자는 더 이상 ‘정당’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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