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소비자 신뢰, 셀프 개정… 흔들리는 금융 리더십의 민낯
성과로 포장된 연임, 묻혀버린 책임의 무게
[KtN 박준식기자] 하나금융지주가 2025년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함영주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역대 최대 실적”과 “사상 최고 주가 경신”이라는 회추위의 평가가 앞세워졌지만, 이번 결정은 실적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윤리적·제도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채용비리 유죄 판결, 소비자 피해를 초래한 파생결합펀드 사태, 그리고 지배구조 규정 셀프 개정까지, 하나금융의 연임 결정은 그 자체로 금융사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채용비리 유죄, ‘지속가능한 리더십’의 결격 사유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당시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부당하게 합격시키고, 성별 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으며, 만일 유죄가 확정되면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유력 금융지주 수장이 언제든 임기를 중단해야 할 수 있는 구조는, 금융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당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닌, 금융기관의 공정성과 신뢰를 정면으로 훼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DLF 사태와 감독 실패, 신뢰를 저버린 내부통제
함 회장은 하나은행 대표이사 재임 시기였던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당시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비록 이후 법원 판결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지만, 구조적 판매 실패와 소비자 피해는 명백히 남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역시 “중대한 부실 감독 책임이 있다”며 함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는 국제 투자자들조차 국내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리더십 정당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셀프 개정과 무기명 투표, 지배구조의 왜곡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내부 규정을 개정해 함 회장이 만 70세가 되는 시점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그는 2027년 3월까지만 재임이 가능했지만, 개정으로 인해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셀프 개정 비판을 받을 방식으로 연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언급했지만, 하나금융은 회추위 무기명 투표라는 절차적 포장을 통해 연임을 강행했다. 회장의 이해관계를 보장하기 위해 조직의 지배구조 원칙이 희석된 셈이다.
금융사 리더십, 누구를 위한 지속 가능성인가
금융사의 리더십은 단기 실적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조직의 윤리적 책임, 공정한 절차,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신뢰 회복은 리더십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함 회장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과 리스크는 단순한 인사 이슈가 아니라, 국내 금융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구조적 신호다. 특히 채용비리 피해자와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KtN 리포트
“성과는 책임을 덮을 수 있는가?”,
“규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금융사의 신뢰는 어떻게 회복되는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하나금융의 선택은 분명한 시험대에 올랐다. 셀프 개정과 사법 리스크를 안은 리더의 연임은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말의 무게를 되묻게 만든다. 금융사 리더십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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