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미재미술관 초대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점으로…’ (2025.4.1–4.27)
[KtN 임민정기자] 윤시현 작가의 초대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점으로…』가 2025년 4월 1일부터 27일까지 설미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설치, 조형적 실험을 아우르며 “푸가(fugue)”라는 구조 속에서 생명의 반복과 진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윤 작가는 이를 “생명 진화를 의미하는 생명의 노래”라 설명하며, 점의 축적과 반복이 만들어내는 우주적 질서를 화폭에 새겨 넣는다.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갈아낸 종이 입자를 캔버스에 부착하고, 그 위에 수십 차례 롤러로 겹쳐 칠하는 방식은 물성과 행위의 리듬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반복의 물리성은 회화 행위가 아닌 일종의 생물학적 형성 과정처럼 다가온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나 스크린 기반 예술과 달리, 물성의 촉각성과 수작업의 시간성을 동반한 결과물이다.
현대미술 속 리듬의 미학: 푸가(Fugue)로 확장된 회화
현대미술에서 '푸가'는 단순한 음악적 구조를 넘어, 복잡성과 변주의 구조적 비유로 기능한다. 윤 작가는 이 개념을 회화적 언어로 전환한다. 반복되는 점은 생명의 최소 단위를 상징하고, 이들의 리듬은 마치 진화를 닮은 유기적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지 시각적 질서가 아닌, 시간과 생명의 구조를 은유하는 것이다.
점묘적 기법과 레이어링의 밀도는 '보이는 것 너머'를 사유하게 한다. 무수한 점들 사이에서 감상자는 ‘우주적 거리감’과 ‘세포 단위의 근접성’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감각적 모순의 접점을 견고하게 구축한다.
K-ART와 물성 회화의 회귀: 기술 시대의 역방향 제안
디지털 기반의 생성형 이미지, NFT 중심의 비물질화가 지배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윤시현 작가의 작업은 '물성 회화'의 회귀를 제안한다. 그녀의 작업은 회화가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사유의 장이며, 그 표면에 쌓인 시간과 물질이 동시대적 감각에 저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0년대 들어 아시아 미술시장에서는 초현대회화(Ultra-Contemporary Paintin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국 작가들의 경우, 전통 회화의 깊이를 새롭게 해석하며 글로벌 미술계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윤 작가의 작업은 그 흐름과 맞물려 있으며, K-ART의 철학적 확장을 시사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점으로…’에서 관찰된 회화의 새로운 감각
전시 공간 구성 역시 주목할 만하다. 깊이 있는 코발트 블루와 아이보리 톤의 벽면, 다채로운 점군(點群)으로 구성된 작업들은 ‘질서 속 혼돈’의 감각을 강화하며, 관람자는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감각적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전시 제목이자 대표작인 '푸가' 시리즈는, 반복과 중첩이 시각적 리듬을 이루는 동시에 ‘우주의 고요함’과 ‘생명의 격동’을 동시에 담아낸다.
윤 작가는 “나는 별의 물질로부터 왔기에 그 근원을 알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한마디는 이번 전시의 근간이자 그녀의 작업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시선이다. 인간, 자연, 우주라는 범주의 분리를 넘어서는 윤 작가의 시도는, 현대 회화가 여전히 사유와 감각을 아우를 수 있는 매체임을 입증한다.
반복의 언어로 구축된 K-ART의 미래 가능성
윤시현 작가의 작업은 개인적 사유에서 출발하지만, 그 미적 구조와 형식은 동시대 K-ART가 어떻게 ‘감각적 깊이’와 ‘철학적 확장’을 동시에 시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점’이라는 단위의 철학화, 물질의 감각화, 우주의 언어화는, 기술의 시대를 역행하는 중요한 미술적 전략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K-ART가 전통과 물성을 바탕으로 한 동시대 미술의 방향성에 여전히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윤 작가의 시도는 과시적 스펙터클보다는 축적된 감각의 미세한 울림에 집중하며, 회화가 지닌 내면의 힘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전시명: 윤시현 초대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점으로…》
기간: 2025년 4월 1일 ~ 4월 27일
장소: 설미재미술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위곡리)
운영시간: 10:00~18:00 / 월요일 휴관
이번 전시는 '점'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를 통해 생명과 우주의 구조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드문 경험을 제공한다. 윤시현 작가는 회화라는 오래된 언어를 통해 동시대 감각을 반추하고, K-ART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조용하지만 강한 언어로 응답하고 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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