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체제에서 시작된 국익의 실종

민생엔 '찔끔 추경', 외교엔 '졸속 협상' ? 민주당 ‘대행정부’ 정면 비판 사진=2025 04.16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민생엔 '찔끔 추경', 외교엔 '졸속 협상' ? 민주당 ‘대행정부’ 정면 비판 사진=2025 04.16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6월 조기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는 ‘국익 실종’과 ‘권력 착각’이라는 두 개의 축 위에 놓여 있다.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권한대행 체제는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채 국가 정책의 주요 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과 방위비 분담 협상이라는 중대 사안들조차 정치적 야심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글로벌 AI 격차, 1만 장 추경의 무력함

정부는 12.2조 원 규모의 추경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에 1조 8천억 원을 배정했다. 그 핵심은 GPU 1만 장 확보다. 그러나 이 수치는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실질적 대응력을 상실한 후진적 목표 설정에 불과하다. X.AI는 이미 20만 장 이상의 GPU를 확보했고, 오픈AI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72만 장, 35만 장, 15만 장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목표는 ‘전략’이 아니라 ‘변명’이며, 국가 디지털 주권을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GPU 물량 부족은 단순한 하드웨어 수급 문제가 아니라, AI 학습·추론·배포 전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자부심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허상에 가깝고, 과학기술 투자에 대한 일관성과 집행력 부재는 그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방위비 협상, 정치 이벤트로 전락한 외교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시사 발언이다. 이미 발효된 제12차 한미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유효하며, 국회 비준을 통해 법적 효력을 가진다. 외신 인터뷰를 통해 “명확한 틀이 없다”는 모호한 전제를 깔고 재협상의 여지를 언급한 것은, 법적 권한이 없는 권한대행의 정치적 착각이자 국익에 대한 위험한 도전이다.

최상목 부총리가 “협상 의제에 방위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발언은 외교적 혼선을 넘어 외신을 통한 협상 메시지 노출이라는 치명적 실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대외 협상의 중심에 서고,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략을 공개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

방위비 문제는 단순한 재정 분담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근간이며,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권한대행은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정당성의 부재뿐 아니라, 외교적 전략 부재, 그리고 권력 이양기에 지켜야 할 헌정 질서의 기본 원칙에 대한 무시다.

정략화된 정책, 희미해지는 책임 정치

AI 정책과 방위비 협상은 모두 고도의 전략과 일관된 정책 기조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현재의 권한대행 체제는 이러한 정책 영역을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추경은 정권 유지를 위한 선심성 지출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추경의 대부분은 AI 생태계의 구조 전환이 아닌 단기적 수치에 매몰된 예산 배분에 그치고 있어, 산업 전략의 일관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국정 운영의 본질은 정권 유지가 아니라 국가 비전의 구현에 있다. 정치의 본령은 야욕이 아니라 책임이며, 정책은 정략이 아니라 공공성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치 구조는 모든 것을 권력 투사의 장으로 소모하고 있으며, 권한대행 체제는 그 대표적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주권과 헌정 질서의 회복을 위한 선택

헌정 체계의 복원은 제도 개편이 아니라 태도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가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비상정국이 지속된다면, 국가는 주권의 근거를 잃고 민주주의는 정지하게 된다. 국익보다 권력의 욕망을 우선한 정치의 종착지는 파국 외에 다른 이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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