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계에 드리우는 정치화 리스크
[KtN 박준식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내 정치지형을 급격히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백악관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기술기업의 경영자라는 정체성을 넘어, 정치 메시지의 유통자이자 정보 플랫폼의 통제자로 기능하고 있다. X(구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는 머스크의 발언은 더 이상 개인 의견이 아니다. 백악관의 보수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정치화된 자본'의 목소리다.
공공성과 중립성을 잃은 플랫폼
2025년 5월 1일, 머스크는 “불법 이민자가 가족 앞에서 미국인을 살해했다”는 선동적 게시물을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유포했다. 이 게시물은 검증되지 않은 혐오 콘텐츠였으며, “민주당이 수천만 명의 이민자를 절차 없이 받아들였다”는 극단적 정치 발언과도 결합돼 있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기조와 정확히 호응하는 메시지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은 사실상 미국 보수 정권의 정치적 수사를 민간 경로를 통해 증폭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과거 기업가는 정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왔다. 그러나 머스크는 플랫폼 소유자라는 위치를 활용해 정치 메시지를 여과 없이 반복 노출시키고 있으며, 정보 확산의 알고리즘조차 그의 손에 달려 있다.
‘정치가 된 자산가’가 만들어낸 권력 구조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단지 정치적 입장 표명을 넘어서, 자산 가치와 정책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태양광과 배터리 사업의 비전을 말하면서 “장기적으로 지구의 90% 전력이 태양광과 배터리로 대체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수치는 기술적 검증보다 투자자 유도와 여론 동원에 초점을 맞춘 구호에 가깝다. 특히 미국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 연방 조달 정책이 그의 기업들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는, 해당 발언이 사실상 정책 방향과 투자 흐름을 좌우하는 ‘정치적 가격 신호’로 기능하게 된다.
머스크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인물이 아니다. 플랫폼을 통해 여론을 설계하고, 그 여론을 통해 정책을 견인하며, 정책을 통해 자산 가치를 재구성하는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으로 이 구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머스크는 그 핵심 축이다.
한국 산업계에 드리우는 정치화 리스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테슬라와의 긴밀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머스크가 통제하는 X 플랫폼이 미국 정치의 확성기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 역시 의도치 않게 정치적 정렬 구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 경쟁, 글로벌 ESG 규범, 외교적 균형이 중첩되는 산업 환경에서, 머스크 개인의 정치 발언과 행정 권력의 결합은 ‘정치 오염된 공급망’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낳고 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사업 전략 차원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평판, 외교 전략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층적 문제다.
머스크는 '기업가'가 아니라 '민간 권력 복합체'
머스크는 기술과 자본을 넘어, 정치와 정보의 접점을 지배하는 복합 권력자다. X 플랫폼을 통해 발화되는 메시지, 테슬라를 통한 자산 구성, 스페이스X와 연계된 국가 전략 사업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그가 설계한 구조는 정보, 자산, 정책이 하나의 루프 안에서 순환하며, 머스크 자신을 중심으로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 산업계는 머스크라는 개인을 기술 파트너로만 인식할 수 없다. 정치화된 자본, 규제 없는 정보 확산, 신념 기반의 자산 운영이라는 삼중 구조 속에서, 머스크 현상은 ‘독립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해야 할 구조적 위험’이다. 공급망, 투자 전략, 기업의 공공성과 외교 감수성까지 고려한 다층적 대응 체계가 절실하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