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과 일의 재정의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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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 ‘덜 일하고 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는 이제 한 세대의 유별난 바람이 아니다. 2025년, MZ세대는 노동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고강도 근무와 소진의 악순환 속에서, ‘노동을 인생의 중심으로 삼지 않겠다’는 선언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딜로이트가 전 세계 44개국 M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5 글로벌 서베이』는 Z세대와 밀레니얼이 일과 삶의 균형, 유연한 근무 방식, 정신 건강, 조직에 대한 충성 개념 등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충분히 벌지 않아도 된다” — 삶의 균형이 최우선 과제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39%, 밀레니얼의 34%는 “현재 직장에서 퇴사를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낮은 급여보다 ‘지속 가능한 업무 환경 부족’, ‘정신 건강 악화’, ‘삶의 여유 부족’ 등이 우선순위로 꼽혔다.

MZ세대는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질이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 속에서, 스스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Z세대의 60%는 “일보다 개인의 시간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고 답했으며, 밀레니얼의 절반 이상은 ‘초과 근무가 나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응답했다.

유연근무는 ‘혜택’이 아닌 ‘기준’이 되었다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일의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5년 현재, MZ세대는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이 없으면 지원조차 고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Z세대의 55%, 밀레니얼의 52%는 “원격 근무나 유연근무가 가능하지 않다면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더 이상 사무실 출근은 ‘노동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핵심은 ‘성과 중심의 근무 방식’이며, 이는 평가체계, 조직문화, 리더십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Z세대는 유연근무제를 ‘특권’이 아닌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조직에 대해선 거리두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정신 건강은 ‘복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척도

MZ세대는 정신 건강을 개인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조직이 구성원의 정신적 안정과 정서적 소진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간주한다.

Z세대의 46%, 밀레니얼의 39%는 ‘업무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답했으며, 정신 건강 관련 지원 프로그램이나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기업은 피하고 있었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를 조직 내에서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관리자와의 정서적 신뢰,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충성의 개념이 바뀌었다 — ‘나를 소모하지 않는 조직에 머문다’

MZ세대는 조직에 헌신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헌신이 일방적이지 않기를 바란다.

Z세대는 ‘조직의 가치가 나의 가치와 맞을 때’, ‘내 목소리가 존중받을 때’,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때’ 충성심을 느낀다. 반면, 장시간 노동과 일방적인 성과 압박, 정체된 문화는 ‘정서적 이직’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다.

조직은 구성원의 시간을 존중하고, 개인의 삶을 조직 성과보다 열등한 가치로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 충성은 강요가 아닌 설계에서 비롯된다.

‘워라밸’은 끝났다 — ‘삶 중심 설계’의 시대

이제 MZ세대에게는 워라밸이라는 단어조차 구식처럼 느껴진다.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니라, 삶을 기준으로 일의 방식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축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4일제, 자율 근무제, 업무 공유제, 시즌 오프제 등은 일과 삶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삶의 방식임을 보여주는 구조적 실험이다.

MZ세대는 일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보다, 삶 속에서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는다. 그 과정에서 조직은 스스로를 ‘인간 중심의 시스템’으로 재편하지 않으면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