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공간의 진화

T1, 中 TES 제압 e스포츠 월드컵 초대 우승…'MVP' 페이커 "팀원·팬들 덕분" 사진=2024.07.08 ewc_e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T1, 中 TES 제압 e스포츠 월드컵 초대 우승…'MVP' 페이커 "팀원·팬들 덕분" 사진=2024.07.08 ewc_e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정석헌기자] 2025년 중국 e스포츠 산업은 더 이상 ‘게임’이라는 단일 항목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를 비롯한 도시의 중심에는 이제 ‘e스포츠 호텔’이 있다. 정교하게 세팅된 좌석과 헤드셋, 몰입형 조명, 그리고 침대와 결합된 게이밍룸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Z세대의 사회적 허브로 기능한다. 경기장도, 카페도, 파티룸도 되는 공간. 중국은 지금 e스포츠를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e스포츠, 체육정책이 만든 ‘정식 산업’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2003년 11월 e스포츠를 99번째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승인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며 글로벌 무대에 진입했고,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인 <왕자영요>와 <화평정영>이 정식 종목에 포함되었다.

중국은 이 과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2024년에는 e스포츠 경기장에 관한 국가 표준을 제정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e스포츠 코치 직무 표준을 도입하며 게임 산업 전반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했다. 이러한 조치는 e스포츠 구단 운영과 선수 경력 관리, 교육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며 산업의 전방위적 정비를 가능하게 했다.

중국 정부는 e스포츠를 '공공문화서비스 체계'의 일부로 편입하며, 기존의 영화관, 체육관과 같은 위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각 성과 도시 정부는 e스포츠 중심지를 지정해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항저우는 이를 국제 애니메이션·e스포츠 도시로 특화시키고 있다.

산업 규모, 다시 반등…275억 위안의 회복

2021년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던 중국 e스포츠 산업은 2024년 275억 6,800만 위안 규모로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콘텐츠 라이브 스트리밍 분야는 전체 매출의 80.84%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유지했다. 팬들은 더우위(斗鱼), 후야라이브(虎牙直播), 콰이서우(快手), 더우인(抖音)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경기와 개인 방송을 소비하며, 스트리밍은 이미 ‘콘텐츠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e스포츠 구단의 총매출은 17억 5,600만 위안으로 전체 산업의 6.37%에 불과하지만, 대회 상금, 스폰서십, 굿즈 판매, 스트리밍 등 수익원 다각화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스트리머 겸 선수의 개인 브랜드화 전략은 기업 스폰서십 유치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며, 인플루언서와 프로게이머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e스포츠 호텔’이라는 새로운 공간 전략

중국의 e스포츠 공간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은 ‘e스포츠 호텔’이다. 2017년 등장한 이 호텔 형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되었고, 2024년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약 800만 명이 방문했다. 일일 평균 투숙률은 81.97%를 기록했으며, 춘절 연휴 예약률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검은 신화: 오공> 출시 직후에는 다인실이 전량 매진되기도 했다.

이 호텔은 전통적인 침대 중심 객실이 아닌 ‘플레이룸 중심 구조’로 설계되며, 숙박이라는 기능보다 커뮤니티, 체험, 실시간 콘텐츠 소비라는 감각적 경험에 집중한다. 일부 브랜드는 스크립트 킬 게임, VR 아레나, 팀별 대전 인프라까지 갖추며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e스포츠 호텔은 대학 캠퍼스 인근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1990~2000년대 출생자의 이용 비율이 70%를 넘으며, 젊은 세대의 ‘오프라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열거나 대회 관람을 겸해 함께 머무르는 새로운 여가 방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e스포츠 산업이 단지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의 경계는 흐려지고, 라이프는 플랫폼화된다

중국 e스포츠 산업은 더 이상 단일한 콘텐츠 산업이 아니다. 스트리밍, 호텔, 굿즈, 사교 공간, 교육 시스템, 지역 축제까지 e스포츠는 복합적인 소비 생태계로 작동한다. 특히 상하이, 베이징, 청두와 같은 메가시티에서는 오프라인 대회의 개최가 지역 브랜드 전략과 결합되어 도시의 정체성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이는 플랫폼화된 라이프스타일로서의 e스포츠를 의미한다. 게임은 ‘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는 방식’이 되고, 숙박은 ‘잠을 자는 기능’이 아니라 ‘몰입을 위한 구조’로 진화한다. 중국은 이를 제도, 콘텐츠, 공간 전략으로 정교하게 조직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단순한 산업 통계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라이프 트렌드로 읽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