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보다 앞선 감정의 층위
[KtN 임우경 · 박준식 기자]오늘날 동시대 미술은 감정의 경험을 중시한다. 작품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대상으로 남지 않고, 관람자의 정서를 자극하고 교감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홍설 작가(Hongseol)의 회화와 설치 작업은 이러한 변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감정을 유기적 형상과 색채로 번역하는 과정은 단순한 이미지 창조가 아니라, 감정 자체의 구조를 탐구하는 미학적 실험으로 해석된다.
국제 보고서 The Art Market in 2024는 미술시장이 점차 “작가의 내러티브와 감정적 진정성을 소비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기록했다. 이어서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24는 경험 중심의 작품 소비, 여성 작가의 성장, 아시아 미술의 확대를 주요 동향으로 제시했다. 홍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언어 이전의 감정을 시각화하며, 동시대 미술의 담론에 설득력 있게 들어간다.
감정의 씨앗에서 출발한 언어 이전의 탐구
홍설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감정의 씨앗(The Seed of Emotion)〉은 언어화되지 않은 감정의 발아 과정을 담는다. 화면 중앙의 유기적 형상은 씨앗, 자궁, 심해 생물, 혹은 인체의 기관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형상은 감정의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상징한다.
감정은 형태를 갖추기 전에도 이미 존재한다. 화면 속 주름과 결, 색의 번짐은 감정이 내부에서 서서히 자라나는 과정을 은유한다.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지만, 시각적 리듬과 유기적 패턴은 감정의 맥박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홍설 작가는 감정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다루며, 언어 이전 단계의 감각적 흐름을 화폭에 담는다.
감정의 시냅스와 관계의 본질
〈감정의 시냅스(Synapse of Emotion)〉는 두 개체가 맞닿는 순간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형상이 대면하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실핏줄 같은 선들이 감정의 흐름을 전달한다. 화면은 신경계의 확장을 연상시키며, 감정이 언어 없이도 어떻게 교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홍설 작가의 접근은 단순히 두 존재의 접촉을 묘사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관계 그 자체가 감정의 전달 구조로 기능한다는 점을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관람자는 화면을 통해 긴장, 떨림, 교류의 흔적을 직관적으로 감각하게 된다. 언어를介在하지 않아도 감정은 충분히 존재하며, 전달될 수 있다는 인식이 조형 언어로 구현된 것이다.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24는 젊은 컬렉터들이 감정적 경험과 서사적 공명을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홍설 작가의 회화는 관람자에게 언어 이전의 감정을 체험하게 하며, 보고서가 제시한 현상과 교차한다.
언어 이전의 미학과 동시대성
홍설 작가의 탐구는 단순히 개인적 경험의 반영이 아니다. 감정을 언어 이전의 차원에서 시각화하는 방식은 동시대 미술이 중시하는 ‘체험의 미학’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The Art Market in 2024는 미들마켓 컬렉터가 작품 선택에서 “감각적 몰입과 감정적 진정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장식적 가치나 투자적 측면을 넘어, 작품이 제공하는 체험의 질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홍설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업은 감정을 언어 이전의 흐름으로 제시함으로써, 관람자에게 몰입적 경험을 제공한다.
유기적 형상의 상징성
홍설 작가의 화면에는 씨앗, 촉수, 세포, 자궁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상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형상들은 특정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과 생명의 구조를 은유하며, 신체와 감정의 관계를 탐구하는 조형적 실험으로 읽힌다.
곡선과 주름, 반복적 리듬은 감정의 유동성과 변화무쌍한 성격을 드러낸다. 홍설 작가에게 감정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형되는 흐름이다. 관람자는 이를 통해 감정을 하나의 구조적 체계로 바라보게 된다.
매체의 확장과 감각의 다층성
홍설 작가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도자기 작업은 흙의 물성을 통해 감정의 기억을 물질로 구현한다. 향 작업은 후각을 자극하며 무의식적 차원의 감정을 불러낸다. 디지털 영상은 화면 속 형상을 움직이며 감정의 생명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확장은 감정이 단일한 언어에 갇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촉각, 후각, 시각을 아우르는 다중 감각적 실험은 감정의 언어 이전 층위를 다차원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미술시장이 ‘몰입적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은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24에도 기록되어 있다. 홍설 작가의 매체 확장은 이 흐름과 호응하며, 감정의 미학을 한층 입체적으로 확장시킨다.
K-아트와 언어 이전의 감정
한국 미술은 최근 국제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아시아 미술의 성장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자리잡고 있다. 홍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K-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한 감정의 탐구는 언어 이전의 보편적 정서로 확장되며, 동양적 사유와 교차한다. 이는 서구 컬렉터가 아시아 미술에서 찾는 심리적 깊이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비전공 여성 작가로서의 위치는 다양성과 새로움을 중시하는 시장의 요구와 부합한다.
감정은 언어 이전에도 존재한다
홍설 작가(Hongseol)의 작업은 감정이 언어 이전에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씨앗, 시냅스, 유기적 형상은 감정의 근원적 구조를 드러내며, 관람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마주한다.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은 현재의 미학으로 이어지고, 오늘의 작업은 K-아트가 미래에 펼쳐낼 가능성을 예고한다. 국제 미술시장은 이제 단순한 형식적 완성도를 넘어, 감정과 경험이 교차하는 작품을 필요로 한다. 홍설 작가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며, 언어 이전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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