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연대 출범, 국회 입법 추진 본격화… 지역소멸 위기, 이제는 ‘대한민국의 문제
[KtN 임우경기자] "농어촌이 무너지면 도시도 무너집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닙니다. 지역을 살리는 희망의 불씨입니다."
지난 9월 12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추진연대’ 출범식에서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이렇게 말하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국회로 가져왔다. 이날 출범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어민, 시민사회, 정치권 인사 등 약 500여 명이 모여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위기를 논의하고, 이를 타개할 해법으로 ‘농어촌기본소득 전면 실시’를 제안했다.
농어촌기본소득, 왜 ‘지금’인가?
대한민국 농어촌은 그간 국가 근대화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희생을 강요받아 왔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년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사라지고, 청년은 떠나갔다. 이제는 그 현상이 '지방소멸'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됐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농어촌기본소득이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촌 주민들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지역경제의 내수 순환을 활성화하고, 인구 유출을 막으며,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정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후,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었고 그 성과가 알려지면서, 이를 제도화하려는 범국민 연대가 결성된 것이다.
“지역소멸은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추진연대의 입장은 단호하다. “농어촌기본소득이 해결하려는 지역소멸 위기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의 과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당적 입법 추진, 국민 공론화 캠페인, 현장 간담회와 대중적 서명운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출범식 현장에서 발표된 공동대표단은 기본소득운동계, 농민운동계, 정치권 등 각계각층 인사들로 구성되었으며, 김철호 위원장은 “이미 농어촌기본소득법이 발의되었고, 이제는 국민과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다”… 눈물 어린 청년의 공개서한
이날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장면은 전남 완도군 용암리의 전국 최연소 여성 이장 김유솔 씨(29세)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한 순간이었다.
김 이장은 “우리는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병원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학교도 없는 농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백했다. 동시에, "기회와 기반만 마련된다면 청년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농어촌기본소득이 그 마중물이 되어줄 것을 촉구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청년의 호소를 넘어, ‘지방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국가적 아젠다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상징적 발언으로 평가받는다.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 시사
출범식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정치인들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국회의장 우원식은 영상 축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제도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국회가 뒷받침하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농어촌이 회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상징적 발언이 아니라, 실제 정기국회 내 입법 추진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자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농어촌기본소득법은 국회에 이미 발의되었으며, 다가올 정기국회에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30만 원’의 경제학: 단순한 지원금이 아닌 순환의 씨앗
출범식에서 신정훈 위원장이 언급한 30만 원은 시범사업에서 지급된 농어촌기본소득의 평균 액수다. 단순한 현금지원이지만, 소비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순환경제의 고리를 회복시키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농촌은 지금 '소멸지역'으로 불리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기본소득은 소비-매출-고용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다시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권 유지, 귀촌 청년의 정착, 청년 창업의 발판 등 실질적 경제 효과가 관찰되었음을 설명했다.
기본소득, 복지를 넘어 지역재생의 전략으로전통적으로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으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연대 출범에서 확인된 담론은 이를 지역재생 전략, 국가 균형발전 모델, 심지어는 미래 생존 전략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국가 균형발전은 주로 인프라 건설이나 산업 유치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인프라는 유지 비용이 크고, 산업은 쉽게 빠져나간다. 반면, 기본소득은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서, 내수 기반 강화, 지역 공동체 회복, 청년 귀촌 장려 등 다양한 부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촌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이날 출범식을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역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이야기나 통계 수치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이다. 농어촌 주민들은 외면하지 말고 함께하자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지속 가능해지는 길을 찾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응답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