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rade ‘Nonhuman Life’, 기능보다 먼저 보이는 도시의 옷차림
[KtN 신미희기자]P.Andrade의 ‘Nonhuman Life’는 바이오미미크리라는 개념으로 소개되지만, 실제 컬렉션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곤충의 형상이나 생물학적 구조가 아니다. 스트라이프 셔츠와 타이, 테일러드 팬츠, 로퍼로 구성된 차림이다. 이 조합은 실험실이나 자연 환경보다 사무실과 거리의 풍경에 가깝다. ‘Nonhuman Life’는 미래의 생명체를 상상하기보다 도시에서 통용되는 복장 규범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테크웨어는 기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방수와 내구, 투습은 디자인의 전면에 배치됐고, 옷은 점점 장비에 가까워졌다. 외형만으로도 성능을 설명하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P.Andrade의 이번 컬렉션은 그 흐름에서 한 발 물러난다. 광택은 거의 사라졌고, 색감은 베이지와 올리브, 블랙 중심으로 정리됐다. 기능은 외형에서 주장되지 않는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차분한 업무복에 가깝다. 성능을 과시하지 않는 대신, 형식을 앞세운 선택이다.
셔츠와 타이가 다시 등장한 배경은 분명하다. 고프코어 이후 기능 중심 스타일은 빠르게 소모됐다.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만족시키겠다는 서사는 반복되며 긴장감을 잃었다. 테크웨어가 일상복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된 결과다. P.Andrade는 그 지점에서 방향을 틀었다. 기능을 전면에 배치하는 대신, 업무복의 언어를 먼저 불러오고 기술은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테크웨어를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되돌리려는 판단으로 읽힌다.
재킷에서도 같은 태도가 반복된다. 라펠과 여밈은 유지되지만 구조는 느슨하다. 전통적인 수트처럼 완결된 형태라기보다 긴장이 풀린 상태에 가깝다. 클래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권위를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는다. 해체라는 표현보다는 완화와 조정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수트가 지닌 상징성을 유지한 채, 일상에서 부담 없는 밀도로 낮춘 방식이다.
모듈러 요소는 컬렉션 전체에서 가장 판단이 갈리는 지점이다. 가슴 앞 플랩과 분리된 패널은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 사용 장면을 쉽게 떠올리기는 어렵다. 장비로서의 효율보다는 형식적 장치에 가깝다. 기능을 수행한다기보다 기능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수준에 머문다. 테크웨어가 패션 영역으로 이동할 때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한계가 이 지점에서 확인된다.
아우터 역시 같은 방향에 놓여 있다. 봉제와 절개는 정교하지만 성능을 주장하지 않는다. 방수나 투습을 암시하는 시각적 장치는 최소화됐다. 기술을 드러내지 않는 최근 디자인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옷 자체만으로 기술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기능은 설명으로 보완되고, 외형은 끝까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이 컬렉션이 상정한 착용자는 명확하다. 야외 활동이나 퍼포먼스 환경보다 도시의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사람이다. 셔츠와 타이를 유지한 채 날씨 변화에 대응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의 모습에 가깝다. 출근복으로 보기에는 개성이 강하고, 기능복으로 보기에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이 애매한 위치가 ‘Nonhuman Life’의 현재 좌표다.
바이오미미크리는 시각적으로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딱정벌레의 외골격이나 구조적 형상을 즉각적으로 연상하기는 어렵다. 과장된 상징을 피했다는 점에서는 성숙한 선택이지만, 콘셉트가 설명에 의존한다는 한계도 함께 남는다. 이미지 자체만으로 완결되는 패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P.Andrade의 이번 컬렉션은 문제작이라고 부르기에는 안전한 범위에 머물러 있다. 동시에 최근 테크웨어 디자인이 이동하고 있는 방향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사례다. 장비를 닮은 옷에서 벗어나, 도시의 복장 규범 속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다. 클래식을 버리지 않고 기능을 숨기는 선택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테크웨어가 다시 셔츠를 입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확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