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rade ‘Nonhuman Life’, 구조를 말하지만 구조로 설득되지 않는 옷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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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신미희기자]P.Andrade의 ‘Nonhuman Life’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외골격이다. 딱정벌레의 신체 구조, 보호와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한 외피의 논리가 컬렉션의 출발점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 착장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외골격이라는 단어가 즉각적으로 연상되지는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단단한 보호 구조보다 절개와 패널이 추가된 테일러링에 가깝다.

외골격은 명확한 기능적 전제를 가진 구조다.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내부를 보호하며, 동시에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설계가 기본 조건이다. 자연계에서 외골격은 생존 장치로 작동하며, 장식적 여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Nonhuman Life’의 실루엣이 이러한 조건을 얼마나 충족하는가에 있다. 컬렉션에 적용된 패널과 분절 구조는 시각적으로 구조적 인상을 주지만, 보호 장치로 작동한다는 근거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재킷과 아우터에 적용된 절개선은 신체를 감싸는 구조라기보다 신체 위에 배치된 형상에 가깝다. 패널은 몸의 굴곡을 따라 밀착되기보다 형태를 분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외골격이 본래 담당하는 보호 기능보다는 구조를 연상시키는 조형 장치로 읽힌다. 기능적 구조라기보다는 구조를 닮은 디자인 요소에 가까운 접근이다.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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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의 확장 방식도 제한적이다. 어깨와 등판, 관절 부위에서 과장된 볼륨이나 단단한 쉘 구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테일러드 재킷의 틀 안에서 패널을 추가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실험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낮춘 선택으로 보인다. 외골격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기존 복식 언어를 유지한 채 구조 이미지를 차용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이 지점에서 ‘Nonhuman Life’는 분명한 경계에 도달한다. 외골격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면서도 외골격처럼 보이지 않는 옷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과도한 구조 실루엣은 일상복으로 작동하기 어렵고, 일상복의 틀을 유지하면 구조적 설득력이 약해진다. P.Andrade는 일상성 쪽에 무게를 두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실루엣은 낯설지 않고, 외골격이라는 개념은 설명의 영역에 머문다.

절개와 분절은 움직임을 보조하기보다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관절 부위의 설계 역시 기능적 계산보다는 형태적 균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호와 유연성이라는 외골격의 핵심 논리는 옷의 구조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다. 구조는 주장되지만, 착용을 통해 입증되지는 않는다.

이 선택은 컬렉션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Nonhuman Life’는 생존 장비를 제작하려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기능 실험보다는 디자인 실험에 가깝다. 외골격은 기술적 설계라기보다 서사를 구성하는 언어로 작동한다. 옷의 실루엣은 외골격을 구현하기보다 외골격이라는 개념을 연상시키는 데서 멈춘다.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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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웨어의 역사에서 구조적 실루엣은 이미 반복돼 왔다. 하드 쉘 아우터, 군복에서 파생된 보호 구조, 산업 안전복의 패널 설계는 모두 기능을 전제로 한다. 그에 비해 P.Andrade의 접근은 훨씬 조심스럽다. 보호를 위한 구조가 아니라, 구조 이미지를 패션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로 인해 착용 안정성은 확보된다. 과도한 볼륨이나 강한 쉘 구조가 없기 때문에 일상복으로서의 장벽은 낮다. 동시에 외골격 개념이 지닌 급진성은 상당 부분 희석된다. 구조적 실험보다는 형태적 암시에 머무는 결과다.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실험의 강도가 낮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실루엣이 안전지대에 머물면서 컬렉션은 큰 거부감 없이 읽힌다. 반대로 외골격이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기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보호와 생존, 구조라는 키워드는 설명에서 강조되지만, 옷의 형태는 해당 무게를 끝까지 떠안지 않는다. 외골격은 기능이 아니라 이미지의 층위에서 소비된다.

‘Nonhuman Life’의 외골격 실루엣은 실패라기보다 절충의 결과다. 기능성과 일상성 사이에서 선택한 균형점이다. 다만 해당 균형은 기능 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는다. 구조를 말하지만, 구조로 설득하지는 않는다. 외골격은 옷을 지탱하는 뼈대라기보다 컬렉션을 설명하는 언어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