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러스크병원 서형선 센터장, 물리치료 기준 변화 짚어…재활 현장은 통증 부위보다 몸의 연결을 본다
[KtN 임우경기자]팔을 들어 올릴 때 팔 근육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깨와 날개뼈, 목과 등, 허리와 골반이 함께 반응한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무릎만 일하지 않는다. 발목과 발바닥, 허벅지와 엉덩이, 골반의 균형이 함께 작동한다. 통증은 한 부위에서 느껴지지만, 몸은 여러 관절과 근육이 이어진 상태로 움직인다.
수지 러스크병원 서형선 센터장은 물리치료의 기준이 특정 근육 강화에서 몸 전체의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팔 근육, 허벅지 근육, 허리 근육처럼 특정 부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놓였다면, 지금은 해당 근육이 실제 움직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까지 살핀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근육 하나를 잘 강화시킬까, 이런 기준으로 봤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까라는 걸로 느끼고 있어요.”
물리치료를 떠올릴 때 통증 부위에 직접 처치를 하는 장면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 치료, 무릎이 아프면 무릎 치료, 손목이 저리면 손목 치료를 기대한다. 그러나 재활치료실에서 마주하는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 부위의 통증은 다른 부위가 대신 버티는 과정에서 시작될 수 있고, 오래 반복된 생활습관은 체형을 바꾼 뒤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서 센터장은 생활 패턴이 무너지면 체형이 무너지고, 체형 변화가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래 앉는 자세, 한쪽으로 기대는 습관, 스마트폰을 보는 방식, 공부하거나 일할 때의 몸 기울기가 반복되면 몸은 해당 자세에 맞춰 변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불편감으로 지나가지만, 시간이 쌓이면 통증으로 굳어질 수 있다.
어깨 통증이 있다고 어깨만 움직여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팔을 들 때 날개뼈가 함께 움직이는지, 등이 굳어 있지는 않은지, 목이 과하게 긴장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허리 통증도 허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었는지, 체중이 어느 다리에 더 실리는지, 발목과 무릎이 걷는 동안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2026년 재활의료 체계도 기능 회복과 사회 복귀를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3월부터 2029년 2월까지 운영될 제3기 재활의료기관 71개소를 지정했다. 재활의료기관은 발병이나 수술 뒤 장애를 줄이고 조기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능 회복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설명된다.
재활의료기관 지정 기준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인력과 물리·운동·작업치료실, 일상생활동작 훈련실 같은 시설 요건이 포함됐다. 제3기 재활의료기관에는 집중재활치료료, 통합재활기능평가료, 지역사회연계료, 방문재활 등이 적용된다. 재활이 병원 안 치료에 머물지 않고 생활 복귀와 지역사회 연결까지 다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 흐름도 물리치료의 역할을 넓히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고,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으로 집계됐다. 오래 사는 사회에서는 수명뿐 아니라 앉기, 서기, 걷기, 일상 동작을 유지하는 기능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건강관리 흐름도 병원 안 치료에서 생활 속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2026년 건강 키워드로 거론되는 ‘건강지능’은 건강 정보를 많이 아는 능력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이해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능력에 가깝다. 물리치료 역시 치료실 안에서 통증을 낮추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세와 움직임, 운동 방식, 회복 습관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커진다.
치료실에서 한 번 통증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자가 통증이 생긴 이유를 이해하고, 줄여야 할 자세와 다시 배워야 할 움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통증이 줄어도 같은 생활습관이 반복되면 몸은 다시 같은 방향으로 무너질 수 있다. 물리치료가 생활 동작을 함께 다루는 이유다.
서 센터장은 환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엑스레이를 함께 보며 어느 부위가 불편한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치료할지, 어떤 근육을 강화하고 어떤 자세를 조심해야 하는지 설명하면 환자가 더 잘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치료사의 판단을 환자가 이해해야 치료실 밖의 시간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엑스레이를 보고 설명을 하고 환자한테 설명을 드리면… 어떤 근육을 좀 강화를 하고 어떤 자세는 조심을 해 주세요, 이렇게 설명을 하고 들어가니까 환자분들도 훨씬 수용하는 게 빠르죠.”
물리치료의 무게가 움직임 전체로 옮겨간다는 말은 치료사가 더 많은 정보를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통증 부위, 자세, 근력, 보행, 일상 습관, 직업적 동작, 운동 습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환자 역시 치료실에서 배운 운동을 따라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몸이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는지 이해해야 한다.
사무직 환자의 목과 어깨 통증은 몸의 연결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래 앉아 모니터를 보고, 스마트폰을 내려다보고, 손목을 굽힌 채 마우스를 오래 쓰면 통증은 목과 어깨, 손목 가운데 한 곳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부담이 시작된 곳은 한 부위로만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 서 센터장은 손목터널증후군처럼 보이는 손 저림도 실제로는 팔이나 목에서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통증을 느끼는 곳과 부담이 시작된 곳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재활치료실에서 확인하는 내용은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어느 근육이 약한지에서 멈추지 않는다. 해당 근육이 어떤 동작에서 쓰이는지, 다른 부위가 대신 일하고 있지는 않은지, 환자의 일상과 운동에서 같은 부담이 반복되는지까지 살핀다. 근육 하나를 강화하는 치료에서 움직임 전체를 회복하는 치료로 기준이 옮겨가는 배경이다.
정보가 많아진 환경도 치료실을 바꾸고 있다. 검색과 영상으로 통증 정보를 찾아보고 내원하는 환자가 늘었다. 많이 알고 오는 일은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정보를 적용하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치료사는 환자가 가져온 정보를 무조건 부정하기보다, 검사 결과와 움직임, 통증 양상을 바탕으로 다시 설명해야 한다.
서 센터장은 환자가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치료사의 판단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객관적 자료만으로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환자 이야기를 듣고, 계속 배우고,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리치료의 최신 흐름은 장비나 기술의 이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재활 장비와 운동 분석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몸을 보는 기준의 이동이다. 통증 부위만 보던 방식에서 움직임의 연결을 보는 방식으로, 치료실 안 처치에서 생활 속 움직임 관리로, 특정 근육 강화에서 효율적인 움직임 회복으로 재활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몸은 연결돼 움직인다. 통증도 그 연결 속에서 나타난다. 서형선 센터장이 말하는 물리치료의 변화는 그 연결을 다시 보는 일이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서 출발하되, 몸이 움직이는 방식까지 확인하는 것. 재활 현장의 기준은 근육 하나에서 움직임 전체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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