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 KBH.G서 9월 6일까지…기념품점·대기실·다채널 상영관 잇고 관객의 이동까지 작품에 포함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Kulturstiftung Basel H. Geiger | Kbh.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Kulturstiftung Basel H. Geiger | Kbh.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회화로 이름을 알린 클로이 와이즈(Chloe Wise)가 바젤 개인전 ‘Extrasensory’에 캔버스를 내놓지 않았다. UFO 기념품과 기도초가 놓인 상점, 거울과 조명이 둘러싼 방, 세 면의 대형 스크린이 전시장을 채웠다. 와이즈는 ‘몰입형’이라는 표현 대신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인물과 배경, 소품을 한 폭에 배치하던 방식은 배우의 연기와 영화 세트, 음향, 관객이 머무는 시간까지 받아들였다.

스위스 바젤의 바젤 H. 가이거 문화재단(Kulturstiftung Basel H. Geiger·KBH.G)은 지난 6월 12일 ‘Extrasensory’를 개막했다. 사무엘 로이엔베르거(Samuel Leuenberger)가 기획한 전시는 9월 6일까지 열린다. 와이즈가 스위스 미술기관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으로, 신작 영화 ‘PsyFi*’를 중심으로 설치와 출판물을 함께 구성했다.

입구에는 미술관의 흰 벽 대신 작은 기념품 가게를 닮은 공간이 들어섰다. 낡은 푸른 벽을 따라 종교 이미지와 UFO 사진, 포스터가 붙고, 선반에는 기도초와 묵주, 타로 카드, 외계인 인형과 기념품이 놓였다. 종교용품점과 미국 사막 지역의 관광상품점, 오래된 비디오 가게를 한데 섞은 듯한 구성이다.

관객은 영화 속 인물을 만나기 전에 얼굴이 인쇄된 기도초와 포스터부터 마주한다. 이름과 역할을 알려주는 설명보다 상품의 포장과 진열 방식이 먼저 다가온다. 성인과 영화 출연진, 외계 생명체와 대중문화 이미지는 같은 선반 위에서 비슷한 크기와 형태를 갖는다.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Kulturstiftung Basel H. Geiger | Kbh.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Kulturstiftung Basel H. Geiger | Kbh.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와이즈는 설명하기 어려운 종교적·초자연적 경험이 성경과 묵주, 타로 카드, ‘I want to believe’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 같은 물건을 통해 일상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거대한 우주와 비인간 지성, 신성과 의식에 관한 관념을 처음 접하는 통로가 작고 값싼 기념품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점은 영화를 장식하는 부속 세트가 아니라 전시의 주제를 여는 첫 작품으로 놓였다.

와이즈의 초기 작업에서도 상품과 이미지는 줄곧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음식과 명품 가방의 형태를 섞거나 광고와 패션 사진의 자세를 인물화에 끌어들이면서 욕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뤘다. ‘Extrasensory’에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지보다 무엇을 믿고, 알 수 없는 존재를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이는지에 시선이 놓인다. 소비재를 다뤄온 작업이 종교와 신화, 외계 생명체와 지각의 영역까지 넓어진 셈이다.

상점과 영상 사이에는 짙은 녹색으로 꾸민 원형 공간이 자리한다. 거울 가장자리를 두른 전구와 좌석은 배우의 분장실을 떠올리게 하고, 둥근 벽과 중앙 구조물은 우주선의 객실과 닮았다. 공연을 앞둔 대기실과 폐쇄된 비행체, 예배 공간의 분위기가 한 방 안에 겹친다.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Kulturstiftung Basel H. Geiger | Kbh.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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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서면 영화 속 인물보다 관객의 모습이 먼저 비친다. 상점에서 물건을 구경하던 관람객은 조명과 거울 사이에서 전시 안에 들어온 자신의 몸을 확인한다. 대형 영상을 곧바로 마주하게 하지 않고 성격이 다른 방을 차례로 지나게 하면서 관람 속도도 늦췄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대형 스크린 여러 면에 ‘PsyFi*’가 펼쳐진다. 천사와 초자연적 존재, 기술을 통해 출현한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일곱 인물이 등장한다. 종교와 신화에서 가져온 도상에 20세기 후반 영화와 텔레비전, 패션과 대중문화의 시각적 특징을 섞었다. 어느 인물도 하나의 종교나 신화 속 존재로 고정되지 않는다.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Kulturstiftung Basel H. Geiger | Kbh.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Kulturstiftung Basel H. Geiger | Kbh.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서로 맞닿은 스크린에서는 다른 얼굴과 색채, 움직임이 동시에 이어진다. 왼쪽 인물을 따라가면 오른쪽 화면에서 지나가는 영상을 놓치고, 중앙 화면을 보는 동안 양쪽 인물은 모습을 바꾼다. 관객이 고개와 몸을 움직여도 모든 영상을 한꺼번에 볼 수 없다.

한 번의 관람으로 영화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는 전시 주제와 맞닿는다. 와이즈는 인간의 감각과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를 직접 재현하기보다 사람들이 만들어온 종교화, 공상과학 영화, 광고, 의상과 기념품을 모았다. 미지의 존재에 관한 완전한 답을 내놓지 않고, 천사와 외계인을 알아보기 위해 인간이 사용해온 익숙한 형상을 나란히 배치했다.

Chloé Wise Takes a Trip Into the Unknown in ‘Extrasensory’. 사진=Logan Whit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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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Fi*’의 인물들은 신성한 존재와 대중문화 속 캐릭터 사이를 오간다. 첫 부분에 등장하는 남성 천사들은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의 천장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출연진의 자세와 분장에는 패션 화보와 영화의 흔적도 함께 남아 있다. 와이즈는 천사와 악마, 외계인을 실제 모습으로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미술관의 종교화, 성서, 공상과학물, 컬트 다큐멘터리, 핼러윈 의상에서 가져온 형상을 한데 섞었다고 설명했다.

세 화면의 움직임과 강한 색채에는 와이즈의 회화에서 보였던 인물 연출이 이어진다. 회화 속 인물은 자연스럽게 포착된 사람이 아니라 자세와 표정, 의상, 배경을 세밀하게 정한 상태로 등장해왔다. 영화에서도 출연자는 본래의 자신보다 천사와 외계인, 악마 같은 역할을 연기한다. 와이즈는 인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모습에 꾸준히 관심을 둬왔다.

영상과 설치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와이즈는 지난 10년 동안 영상과 설치를 계속 제작했지만 회화만큼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젤에서는 회화 뒤에 가려졌던 작업을 전시장 전체 규모로 펼쳤다.

영화 제작에는 약 70명이 참여했다. 혼자 작업실에서 캔버스를 다루던 제작 방식과 달리 배우와 촬영진, 의상·세트·편집 인력이 함께 움직였다. 와이즈도 연출만 맡지 않고 제작의 세부 과정에 관여했다. 인물을 그리는 화가가 실제 사람과 함께 색채와 구도, 움직임을 조정하는 감독의 역할까지 맡은 것이다.

와이즈가 ‘몰입형’이라는 말을 꺼리는 이유도 전시장 구성에서 확인된다. 반 고흐 작품을 벽과 바닥에 확대 투사하는 체험전은 이미 완성된 이미지를 크게 비추는 데서 출발한다. ‘Extrasensory’는 영화와 가구, 조명, 기념품, 음향을 처음부터 함께 제작했다. 관객을 에워싸는 영상의 크기보다 서로 다른 공간이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이어지는 과정에 무게를 뒀다.

관객은 입구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거울을 지나 대형 스크린 앞에 선다. 처음에는 이름 모를 얼굴이었던 기도초의 인물도 영화가 시작되면 천사나 초자연적 존재의 역할을 얻는다. 상영을 마친 뒤 입구로 돌아가면 포스터와 기념품은 영화에서 파생된 상품으로 다시 읽힌다. 같은 인물과 도상을 상품, 공간, 영상에서 되풀이해 만나도록 짠 동선이다.

세 화면과 세 공간은 관람객에게 적지 않은 시간을 요구한다. 한쪽 스크린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영상이 지나가고, 상점의 세부 오브제와 원형 공간까지 살피려면 짧은 방문으로는 부족하다. 불완전한 지각을 전시의 일부로 삼은 구성은 주제와 연결되지만, 반복 관람이 어려운 방문객에게는 인물과 서사의 관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천사와 UFO, 외계인 가면과 기도초처럼 알아보기 쉬운 이미지가 강하게 앞서는 점도 부담으로 남는다. 감각과 언어의 한계를 다룬 논의보다 화려한 분장과 기념품의 유머가 먼저 소비될 가능성이 있다. 대중 이미지가 믿음을 만드는 과정을 다루면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같은 이미지의 흡인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전시다.

전시와 함께 제작한 작가 책은 영문판과 독문판으로 발간된다. 사무엘 로이엔베르거와 와이즈가 공동 편집했으며 과학자와 이론가, 비평가, 예술가와 영매의 글을 240쪽에 담았다. 출판과 유통은 하체 칸츠(Hatje Cantz)가 맡았고, KBH.G 방문객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상영이 끝나면 사라지는 영상의 시간과 전시장 안의 논의를 인쇄물로 남기는 구성이다.

와이즈는 캔버스 대신 영화를 걸어놓는 데 머물지 않았다. 회화에 모이던 인물과 배경, 소품을 상점과 대기실, 다채널 영상으로 나누고 관객이 걷고 머무는 시간까지 작품 안에 넣었다. KBH.G는 9월 5일 사무엘 로이엔베르거의 기획자 해설을 진행하며, ‘Extrasensory’는 이튿날인 9월 6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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