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2,000만 시대의 수요가 국토부·국가유산청·문체부를 움직였다…한옥체험업 열풍의 그늘과 김포 모델이 채우는 빈칸
[KtN 임우경기자] 정책은 트렌드를 뒤따랐다. 2025년 방한 외국인 1,893만 명은 코로나 이전 최고치를 8.2% 넘어선 기록이었고, 2026년 1분기 증가율 13.7%가 유지되면 연간 2,300만 명대에 이른다. 소비 양상도 바뀌었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 결제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5년 1인당 총소비는 83% 늘었지만 건당 지출은 줄었다. 기성 기념품 대신 개인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K-라이프스타일 소품을 여러 번 사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획일화된 호텔 대신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비일상적 공간에 지갑을 여는 흐름이 한옥 숙박의 높은 객단가를 떠받친다.
한국관광학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26 관광 트렌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인구 소멸 지역을 살리는 '재생형 관광', 뷰티·의료와 연계한 '통합형 웰니스', 콘텐츠와 관광과 커뮤니티를 묶는 'K-팬덤 경제'. 한옥은 이 세 키워드가 교차하는 드문 자산이다.
국토부 — 한옥을 지방 소멸 대응 카드로
2026년 1월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은 이 수요에 대한 공급 측 응답이다. 국토부는 K-콘텐츠 인기로 한옥 명소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고택과 빈집을 카페·숙소·주말주택으로 고쳐 쓰려는 수요가 급증한 점을 배경으로 명시했다. 목표는 한옥으로 '가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중소도시'를 만들어 균형성장을 이끄는 것이다. 한옥이 문화정책이 아닌 국토정책의 언어로 호명된 셈이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사람이다. 국토부는 한옥 설계·시공관리자 100명을 길러내는 양성 과정에 국비 3억 원을 투입한다. 2011년 이후 배출된 1,580명이 설계공모 당선과 시공 수주, 해외 수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옥 수요를 받아낼 전문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다음은 산업의 구조다. 설계부터 부재 제작·유통, 기술 교육, 시공, 유지보수까지 한곳에서 이어지는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조립식(모듈러) 한옥과 자재 표준화 연구로 한옥의 가장 큰 진입장벽인 건축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한옥 통계를 바로잡고 한옥 등록제를 확산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한옥을 장인의 영역에서 산업의 영역으로 옮기겠다는 뜻이다.
지역 단위에서는 지방 소도시에 한옥마을 1곳을 시범 조성하고 한옥형 디자인 특화명소를 늘린다. 이는 국정과제인 '지역 명소 조성'과 직접 맞물리며, 인구 감소 지역에 관광객이 머물 이유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이 내용은 모두 올해부터 5년간 적용되는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담긴다.
최아름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한옥을 "선조들의 삶의 여유와 철학이 녹아있는 건축자산"으로 규정하며 한옥이 명소이자 일상 공간이 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문체부 — 보존에서 브랜드로
국가유산청은 2026년을 K-헤리티지 세계화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개발과 조화로운 보존, K-헤리티지 세계화, 100조 원 산업 육성이 3대 목표다. 예산은 1조 4,9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7억 원 늘었다. 7월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는 162개국 3,140명이 참석했고 대한민국관에 열흘간 13만 7천여 명이 다녀갔다. 하반기에는 '부산 선언'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2027년 '부산 포럼'을 정례화하며 한지 등 추가 등재를 추진한다. 2025년 궁·능 관람객은 1,781만 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여권투어·미디어아트 등 관광 브랜드 사업과 상설 체험 프로그램이 확대된다.
문체부 2026년 관광 업무보고는 '오직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K-컬처'를 방한관광의 핵심에 놓고 지역 방한 거점 조성, 글로벌 고소득층 대상 고급 관광상품 개발을 과제로 제시했다. 세 부처의 언어는 다르지만 방향은 하나다. 한옥과 유산을 '보존할 것'에서 '팔 수 있는 것'으로 옮기는 것이다.
시장 — 한옥체험업 열풍과 그 그늘
민간은 정책보다 빨랐다. 한국관광공사 세이프스테이 등록 숙소 1,205곳 중 한옥은 657곳으로 54%를 차지한다. 신규 등록 한옥체험업소는 2023년 388곳, 2024년 245곳, 2025년 341곳으로 확대 추세다. 한옥체험업은 관광진흥법상 실거주 의무가 없고 숙박업 신고 없이 등록만으로 운영되며 내·외국인을 모두 받을 수 있어, 법률 컨설팅 업계는 한옥을 "가장 부가가치 높은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로 부른다. 북촌·서촌 한옥 스테이의 수익률에 법인과 전문 운영사가 몰리는 이유다.
그늘도 같은 자리에 있다. 호텔업계 전문지는 국가가 밀어주는 한옥체험업 열풍이 품질 관리 없는 양적 팽창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옥이 정책과 산업, 자산의 언어로 번역될수록 한옥이 본래 무엇이었는지를 말하는 언어는 얇아진다. 1부에서 윤혜진 대표가 던진 "지금의 재산성으로 이야기하는 집의 의미와는 아주 다르다"는 말이 다시 소환되는 지점이다.
수요는 움직였다, 이해는 아직이다 — 김포 모델이 채우는 세 층위
김포문화재단 '모담도담 예술 한옥 나들이'는 예산도 규모도 크지 않다. 회차당 10명, 무료, 여섯 번의 목요일 저녁. 그러나 위 정책들이 놓치기 쉬운 세 가지를 채운다.
첫째, 이해의 층위다. 국토부 인재 양성이 한옥을 '짓는 사람'을 기른다면 이 프로그램은 '읽는 시민'을 기른다. 세이프스테이의 657개 한옥에 묵는 외국인이 처마가 왜 그 길이인지, 담이 왜 낮은지, 기와가 왜 오행의 '금'인지 알게 된다면 그 하룻밤의 가치는 달라진다.
둘째, 세대의 층위다. 영유아·초등·중장년 3개 트랙이 같은 한옥에서 운영된다. 한옥에서 살아본 마지막 세대의 구술 기억이 '할머니 품 같은 집'이라는 아이의 문장과 한 공간에서 만난다. 국가유산청이 확대하는 '상설 체험 프로그램'이 참고할 만한 설계다.
셋째, 창작의 층위다. 기와에 도깨비를 빚는 워크숍은 K-민속을 소비 대상에서 창작 소재로 되돌린다. 케데헌 이후 국내 업계가 절감한 '우리 도상을 우리가 먼저 만들지 못했다'는 반성에 대한 풀뿌리 차원의 응답이다.
한옥, 집을 다시 묻다: 트렌드가 정책을, 정책이 시장을 — 순환 구조의 빈칸
2026년 한옥 담론은 트렌드가 정책을 끌어내고 정책이 시장을 키우는 순환 구조에 들어섰다. 방한 수요와 K-콘텐츠가 국토부의 한옥 활성화와 국가유산청의 100조 목표를 이끌어냈고, 그 정책은 다시 한옥체험업과 K-헤리티지 IP 산업을 확대한다. 이 순환은 강력하지만 한 가지를 전제로 한다. 한옥과 도깨비가 '왜' 가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짓는 사람, 파는 브랜드, 묵는 손님은 늘고 있지만 이해하는 시민을 기르는 정책은 아직 얇다.
K-민속의 IP화는 원형 보존과 긴장 관계에 있다. 형상이 고정되지 않은 한국 도깨비의 본질은 대량 캐릭터화와 충돌할 수 있으며, '나만의 터주신' 같은 참여형 모델은 원형의 다양성을 지키면서 확산하는 대안이다. 그리고 집값이 삶의 척도가 된 시대에 한옥은 '거처로서의 집'을 상기시키는 거의 유일한 건축 언어다. 중장년 인문예술 프로그램이 한옥을 매개로 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은 프로그램이 큰 정책에 착지하는 경로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이 관람 공간에서 교육·창작·아카이브 거점으로 확장되면, 국토부의 '한옥형 디자인 특화명소'와 국가유산청의 '상설 체험 프로그램' 정책이 지역 단위에서 착지할 접점이 생긴다. 참가자의 구술 기록과 터주신 작품은 김포문화재단 역사문화 아카이브의 콘텐츠로 축적될 수 있고, 세대별 3트랙 모델은 전국 지역문화재단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저비용·고밀도 설계다.
방한 외국인 2,000만 시대에 '한옥을 설명할 수 있는 시민'은 그 자체로 관광 수용태세이자, 한옥체험업의 양적 팽창을 질적 성장으로 바꾸는 토대다.
현장이 정책에 묻는다 — 100조 뒤에 '왜'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시리즈를 관통하는 발견은 '작은 프로그램이 큰 정책의 빈칸을 채운다'는 것이다. 흙집을 직접 짓는 강사, 진짜 기와를 손에 쥐게 하는 작가, 자기 삶을 위해 도깨비를 빚는 중장년이 만든 여섯 번의 저녁은 K-한옥 정책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지점을 미리 보여준다.
아쉬움도 있다. 6회 동일 구성의 원데이 형식은 심화 과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참가자가 만든 작품과 이야기가 지역 아카이브나 정책 자료로 연결되는 경로가 아직 없다. 국토부의 시범 한옥마을 조성과 국가유산청의 체험 프로그램 확대가 이런 풀뿌리 인문 프로그램과 만나는 접점을 설계한다면, K-헤리티지 100조 시장이라는 숫자 뒤에 '왜'를 아는 사람들이 남을 것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