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직전 보존된 레슬리 카바르가의 북미 홍보 원화…픽셀로 태어난 게임 캐릭터, 45년 만에 비디오게임 미술품 경매 최고가 경신

[KtN 임민정기자]1981년 닌텐도의 아케이드 게임 '동키콩(Donkey Kong)'을 미국 시장에 소개하기 위해 제작된 홍보 원화가 32만9400달러에 낙찰됐다. 게임 속에서 '점프맨(Jumpman)'으로 불렸던 마리오의 초기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한때 폐기될 예정이었던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이 45년 만에 공개 경매에 등장해 비디오게임 원화의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10월 28일 미국 랜드리 팝 옥션(Landry Pop Auctions)이 진행한 '점프맨: 아이콘의 시작(Jumpman: The Beginning of an Icon)' 경매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레슬리 카바르가(Leslie Cabarga)의 'Donkey Kong North American Arcade Flyer Original Art'가 당초 추정가 10만~15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됐다.

세로 약 50㎝, 가로 42㎝의 원화에는 나무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동키콩과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폴린(Pauline), 철골 구조물을 올라가는 점프맨이 등장한다. 분홍색 철골과 푸른색 바닥, 굴러 내려오는 나무통을 대각선으로 배치해 게임의 진행 방식과 세 캐릭터의 관계를 한 장의 그림에 담았다.

1981년 '동키콩'은 닌텐도가 북미 아케이드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카바르가의 원화는 당시 제한된 픽셀로 표현됐던 게임 속 인물들을 선명한 색채와 과장된 표정, 역동적인 신체 동작을 가진 만화적 캐릭터로 옮겼다. 마리오가 독립적인 게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기 전,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소개됐던 초기 시각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레슬리 카바르가(Leslie Cabarga)의 1981년작 'Donkey Kong North American Arcade Flyer Original Art'. 닌텐도 아케이드 게임 '동키콩'의 북미 홍보용 원화로, 동키콩과 폴린, 마리오의 초기 캐릭터인 점프맨이 등장한다. 원화는 2026년 10월 28일 미국 랜드리 팝 옥션에서 32만9400달러에 낙찰됐다.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레슬리 카바르가(Leslie Cabarga)의 1981년작 'Donkey Kong North American Arcade Flyer Original Art'. 닌텐도 아케이드 게임 '동키콩'의 북미 홍보용 원화로, 동키콩과 폴린, 마리오의 초기 캐릭터인 점프맨이 등장한다. 원화는 2026년 10월 28일 미국 랜드리 팝 옥션에서 32만9400달러에 낙찰됐다.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동키콩은 그림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갈색 털로 덮인 거대한 몸을 앞으로 숙이고 두 손으로 나무통을 들어 올린 자세다. 굵은 팔과 넓은 어깨, 바깥으로 벌어진 다리가 몸의 무게를 강조한다. 눈썹은 안쪽으로 깊게 모여 있고, 입술 사이로 드러난 이빨과 얼굴 주변에 흩어진 땀방울은 분노와 다급함이 뒤섞인 표정을 만든다.

동키콩의 오른쪽 뒤편에는 금발의 폴린이 서 있다. 한 손을 이마에 대고 다른 팔을 뒤로 뻗은 채 몸을 기울이고 있다. 분홍색 드레스는 허리 아래에서 크게 흔들리고,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도 몸의 움직임을 따라 펼쳐진다. 두 인물의 체격과 자세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동키콩의 둥글고 육중한 몸과 폴린의 가늘고 길게 뻗은 신체가 좁은 공간에 나란히 배치돼 있다.

그림 아래쪽에는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를 입은 점프맨이 등장한다. 검은 콧수염과 커다란 코, 흰 장갑과 검은 신발을 가진 인물이다. 한쪽 팔을 높이 들어 올리고 반대쪽 다리를 굽힌 채 철골 위를 이동하고 있다. 점프맨을 향해 여러 개의 나무통이 굴러 내려오고, 일부 나무통에는 노란색과 주황색 불꽃이 날카롭게 뻗어 있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높이에 배치돼 있다. 동키콩과 폴린이 서 있는 최상단에서 점프맨이 위치한 아래쪽까지 분홍색 철골 구조물이 비스듬히 이어지고, 그 사이에 나무통과 사다리가 놓여 있다. 그림의 공간 구성은 게임의 이동 경로와 장애물을 그대로 반영한다. 점프맨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과정과 동키콩이 나무통을 굴려 방해하는 상황이 한눈에 읽힌다.

1981년 '동키콩' 북미 홍보 원화 전체. 분홍색 철골 구조물과 푸른색 바닥, 굴러 내려오는 나무통을 대각선으로 배치해 게임의 이동 경로와 충돌을 표현했다. 카드보드에 잉크와 에어브러시로 배경을 제작하고, 투명 아세테이트 필름에 아크릴로 채색한 캐릭터와 장애물을 겹쳐 완성했다. 크기 약 50×42㎝.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981년 '동키콩' 북미 홍보 원화 전체. 분홍색 철골 구조물과 푸른색 바닥, 굴러 내려오는 나무통을 대각선으로 배치해 게임의 이동 경로와 충돌을 표현했다. 카드보드에 잉크와 에어브러시로 배경을 제작하고, 투명 아세테이트 필름에 아크릴로 채색한 캐릭터와 장애물을 겹쳐 완성했다. 크기 약 50×42㎝.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분홍색 철골은 작품의 공간을 지탱하는 중심 구조다.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하게 이어지는 구조물은 서로 평행하게 놓인 여러 층의 바닥과 교차한다. 철골 내부에는 삼각형 지지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고, 파란색 바닥에는 밝고 어두운 사선이 교차하며 깊이를 만든다.

수직으로 건물을 쌓아 올리는 일반적인 건축 묘사와 달리 철골의 기울기를 과장한 구도다. 동키콩이 서 있는 곳에서 점프맨이 이동하는 아래쪽까지 대각선이 이어지고, 나무통은 구조물의 경사를 따라 굴러 내려온다. 건물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캐릭터의 움직임과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공간으로 표현됐다.

색채 역시 실제 건축물의 재현보다 캐릭터와 구조물의 구분에 집중한다. 철골에는 선명한 분홍색을, 바닥에는 청록색에 가까운 파란색을 사용했다. 짙은 회색과 검은색으로 처리한 왼쪽 공간은 밝은 구조물의 윤곽을 강조한다. 오른쪽 벽면에는 분홍색에서 보라색과 회색으로 이어지는 명암이 퍼져 있어 인물들의 강한 윤곽선과 대비된다.

철골과 인물의 색채는 서로 연결되면서도 구분된다. 폴린의 드레스는 철골과 같은 분홍색 계열이지만 밝기와 색의 농도를 달리해 신체의 형태를 드러낸다. 점프맨의 빨간 모자와 바지는 푸른색 바닥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고, 동키콩의 갈색 몸은 밝은 배경과 맞닿으면서 크고 둥근 형태를 유지한다.

각 인물의 표정은 굵은 윤곽선과 과장된 이목구비로 이루어져 있다. 동키콩의 두꺼운 눈썹과 커다란 입, 폴린의 가늘게 올라간 눈과 벌어진 입술, 점프맨의 둥근 코와 검은 콧수염이 서로 다른 성격을 구분한다. 작은 홍보 인쇄물에서도 인물의 감정과 역할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한 1980년대 초반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의 특징이다.

레슬리 카바르가의 '동키콩' 홍보 원화 상단 부분. 나무통을 들어 올린 동키콩과 몸을 뒤로 기울인 폴린이 등장한다. 동키콩의 굵은 팔과 드러난 이빨, 폴린의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분홍색 드레스가 대조를 이룬다. 굵은 윤곽선과 과장된 표정에는 미국 고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조형적 특징이 반영돼 있다.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레슬리 카바르가의 '동키콩' 홍보 원화 상단 부분. 나무통을 들어 올린 동키콩과 몸을 뒤로 기울인 폴린이 등장한다. 동키콩의 굵은 팔과 드러난 이빨, 폴린의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분홍색 드레스가 대조를 이룬다. 굵은 윤곽선과 과장된 표정에는 미국 고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조형적 특징이 반영돼 있다.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동키콩의 얼굴에는 여러 방향의 짧은 선이 집중돼 있다. 눈썹과 눈꺼풀, 입 주변의 주름이 굵은 검은색으로 표현됐고, 밝은 갈색 얼굴과 짙은 갈색 털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놓여 있다.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자세는 상체를 크게 부풀려 보이게 한다. 얼굴 주변에 그려진 작은 땀방울은 무거운 나무통을 들어 올린 동작에 긴박함을 더한다.

폴린은 동키콩의 몸 뒤쪽에 놓여 있지만 얼굴과 신체의 윤곽이 가려지지 않는다. 길게 흐르는 금발은 보라색 벽면과 대비되고, 분홍색 드레스는 허리 아래에서 날카로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진다. 가느다란 다리와 발끝이 드러난 구두,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은 동키콩의 굽힌 무릎과 큰 발에 비해 훨씬 가볍게 표현됐다.

나무통을 들어 올린 동키콩의 팔은 둥근 곡선을 이루고, 폴린의 몸은 반대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뻗는다. 두 인물의 움직임이 서로 엇갈리면서 작품 상단에는 시각적인 긴장이 형성된다. 입과 눈, 손의 움직임을 크게 표현한 방식은 미국 고전 애니메이션의 표현 관습과 닿아 있다.

카바르가는 197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러스트레이션과 출판 디자인 작업을 이어왔다. 1920~1930년대 애니메이션과 만화에도 관심이 깊었으며, 1976년에는 플라이셔 스튜디오(Fleischer Studios)의 역사를 다룬 'The Fleischer Story'를 출간했다. 플라이셔 스튜디오는 베티 붑(Betty Boop)과 뽀빠이(Popeye) 등 미국 초기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제작한 회사다.

1981년 닌텐도의 광고대행사 덴쓰(Dentsu)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동키콩' 원화에는 고전 만화의 과장된 인물 표현이 반영됐다. 둥근 손과 발, 커다란 코, 굵은 눈썹을 사용해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신체의 움직임을 크게 표현해 이야기를 전달했다.

점프맨의 초기 모습에서도 카바르가의 해석이 나타난다. 게임 속 인물은 제한된 픽셀로 구성돼 있었지만 홍보 원화에서는 얼굴과 옷, 손과 발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콧수염과 모자, 멜빵바지라는 기본 특징은 유지하면서 눈썹과 코, 팔다리의 비례를 확대했다.

'동키콩' 홍보 원화에 등장하는 점프맨(Jumpman)의 모습.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 파란색 상의, 흰 장갑을 착용한 캐릭터로, 이후 마리오(Mario)라는 이름으로 발전했다. 주변의 나무통과 불꽃, 사다리와 철골 구조물은 1981년 아케이드 게임의 이동과 장애물 회피 방식을 담고 있다.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동키콩' 홍보 원화에 등장하는 점프맨(Jumpman)의 모습.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 파란색 상의, 흰 장갑을 착용한 캐릭터로, 이후 마리오(Mario)라는 이름으로 발전했다. 주변의 나무통과 불꽃, 사다리와 철골 구조물은 1981년 아케이드 게임의 이동과 장애물 회피 방식을 담고 있다. 사진=Landry Pop Auctions·Nintendo of Americ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점프맨은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인 채 한쪽 손을 위로 뻗고 있다. 팔꿈치를 굽힌 왼팔과 들어 올린 오른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은 두 다리가 인물의 움직임을 만든다. 커다란 신발과 둥근 장갑은 팔다리의 끝부분을 강조하고, 빨간색 의상은 파란색 철골 바닥에서 명확하게 구분된다.

현재 널리 알려진 마리오의 모습과 비교하면 의상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카바르가의 점프맨은 빨간 모자와 빨간 멜빵바지에 파란색 상의를 입고 있다. 이후 마리오의 대표적인 복장으로 정착한 빨간 상의와 파란 멜빵바지의 조합과 색의 배치가 다르다. 그러나 큰 코와 검은 콧수염, 모자와 장갑, 작은 몸통은 이후에도 이어지는 캐릭터의 기본적인 형태다.

점프맨 주변의 나무통은 노란색과 주황색 불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원형으로 표현한 나무통의 양 끝에는 어두운 갈색을 사용해 깊이를 주고, 금속 띠에는 푸른 회색을 더했다. 통 아래로 이어지는 흰색 곡선은 바닥과의 마찰과 회전 방향을 표현한다. 정지된 이미지 안에 이동과 충돌의 순간을 겹쳐 놓은 구성이다.

작품 오른쪽 아래에는 카바르가의 서명이 남아 있다. 인물과 구조물은 굵은 선으로 분명하게 구분되지만 배경에는 에어브러시 특유의 부드러운 명암이 적용됐다. 선과 색면, 흐릿한 음영을 함께 사용해 상업 인쇄물에 필요한 선명함과 공간의 입체감을 결합했다.

원화는 제작 재료와 작업 방식에서도 당시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카드보드 위에 잉크와 에어브러시로 배경을 만들고, 투명한 아세테이트 필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인물과 나무통을 겹쳐 완성했다.

배경과 캐릭터를 서로 다른 층으로 나누는 방식은 아날로그 인쇄 제작 과정에서 활용됐다. 배경의 명암과 구조물을 먼저 제작하고, 인물의 선과 색채를 별도로 그린 뒤 겹쳐 최종 이미지를 구성했다. 수정과 인쇄를 고려한 제작 방식으로, 컴퓨터 그래픽이 보편화되기 이전 상업미술의 물리적인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카바르가의 작품에서는 두 제작층의 차이가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배경의 분홍색과 회색은 경계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반면, 동키콩과 점프맨, 폴린의 윤곽은 선명하게 유지된다. 철골과 캐릭터의 명확한 형태 위로 에어브러시의 부드러운 색채가 겹쳐지면서 인쇄용 일러스트레이션 특유의 깊이와 질감이 형성됐다.

닌텐도가 '동키콩'을 개발하던 1981년은 북미 아케이드 사업의 방향을 새롭게 정하던 시기였다. 앞서 출시한 우주 슈팅 게임 '레이더 스코프(Radar Scope)'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쌓였고, 기존 아케이드 기기를 활용한 새로운 게임 개발이 추진됐다.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Shigeru Miyamoto)는 기존 슈팅 게임과 다른 구조의 게임을 구상했다.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조작해 장애물을 피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여성을 구출하는 방식이었다. '동키콩'은 캐릭터의 역할과 행동을 결합한 게임으로 제작됐으며, 닌텐도가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1981년 '동키콩'에 등장한 점프맨은 이후 마리오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의 유래로 알려진 인물은 당시 닌텐도 미국 법인이 사용하던 창고의 건물주 마리오 시갈(Mario Segale)이다. 1982년 '동키콩 주니어(Donkey Kong Jr.)'를 거치며 마리오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고, 1983년 '마리오 브라더스(Mario Bros.)', 1985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로 이어졌다.

초기 마리오의 외형은 아케이드 게임의 제한된 그래픽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작은 크기의 인물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코와 콧수염을 크게 표현하고, 머리카락 대신 모자를 사용했다. 몸의 움직임을 구별하기 위한 멜빵바지도 캐릭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카바르가는 게임 속 점프맨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인쇄물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켰다. 몸의 비례와 손발의 크기를 과장하고, 표정과 동작을 더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마리오가 게임 밖의 인쇄 매체에서 독립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의 작업이다.

'동키콩' 원화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데에는 닌텐도 미국 법인에서 근무했던 도나 다부스(Donna Darbous)의 보존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사무실 확장 과정에서 버려질 예정이던 제작 원화들을 발견한 다부스는 상사의 허락을 받아 여러 작품을 보관했다.

당시 다부스는 닌텐도의 광고와 홍보, 패키지 제작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젤다의 전설', '테트리스' 등의 미국 시장 홍보에 참여했고, NES와 슈퍼 닌텐도, 게임보이 등 주요 제품의 홍보물 제작에도 관여했다.

다부스가 보관한 작품에는 1981년 '동키콩' 홍보 원화와 초기 닌텐도 캐릭터의 제작 이미지가 포함돼 있었다. 오랫동안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던 원화들은 이후 생활용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발견됐다. 카바르가의 작품은 커피 테이블의 서랍에 보관돼 있었으며, 다부스가 체코 여행 중 수집한 오래된 석판화들과 함께 남아 있었다.

1980년대 닌텐도의 상업 홍보에 사용된 그림이 원본 상태로 보존됐다는 사실은 작품의 제작 시기와 출처를 설명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대량 인쇄된 게임 포스터와 광고 전단은 여러 장이 남을 수 있지만, 실제 인쇄에 사용된 제작 원화는 보존 상태와 소장 경위에 따라 희소성이 달라진다.

비디오게임 수집시장에서는 오랫동안 게임기와 카트리지, 패키지의 보존 상태가 중요한 거래 기준이었다. 최근에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제작한 캐릭터 원화와 콘셉트 아트, 광고·패키지 일러스트레이션의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복제된 상품뿐 아니라 캐릭터의 초기 형태와 제작 과정을 담은 원본 자료가 별도의 수집 대상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2023년 1월 미국 헤리티지 옥션(Heritage Auctions)에서는 1989년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의 오리지널 패키지 원화가 6만3000달러에 거래됐다. 일러스트레이터 로버트 플로르차크(Robert Florczak)가 제작한 유화로, 미국 배우 케빈 닐런(Kevin Nealon)이 작품 속 악역 자파르(Jaffar)의 모델로 참여했다.

'페르시아의 왕자' 원화는 게임 패키지에 사용된 상업 회화가 독립적인 미술품으로 거래된 대표적인 기록이다. 2026년 '동키콩' 원화의 낙찰가는 당시 거래액의 약 5.2배에 이른다. 공개 경매에서 거래된 비디오게임 오리지널 아트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으로 기록됐다.

같은 경매에서는 1985년 무렵 제작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마리오와 루이지 오리지널 프로덕션 아트가 1만7080달러에 낙찰됐다. 사전 추정가 4000~6000달러를 웃돈 결과다. 1985년 출시된 NES용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카트리지 가운데 보존 등급 8.0을 받은 제품은 3만4160달러에 거래됐다.

카바르가의 '동키콩' 원화는 같은 경매에서 거래된 마리오와 루이지 제작 원화보다 약 19배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캐릭터의 제작 시기와 상업적 사용 이력, 원본의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 결과다.

1981년의 '동키콩'과 1985년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사이에는 게임 디자인과 캐릭터 이미지의 변화가 놓여 있다. 점프맨은 단순한 이동 동작과 제한된 픽셀로 이루어진 아케이드 게임의 주인공에서 출발해 마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독립적인 캐릭터로 발전했다. 이후 게임 시리즈의 확장과 함께 이미지도 정교해지고, 복장과 색채, 얼굴의 비례가 일정한 형태로 정착됐다.

카바르가의 원화에는 마리오의 디자인이 정착되기 전 모습이 남아 있다. 붉은색 멜빵바지와 푸른색 상의, 커다란 코와 콧수염, 과장된 점프 동작은 1981년의 시각적 특징이다. 동키콩과 폴린의 모습에도 당시 미국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던 표현이 반영돼 있다.

분홍색 철골과 파란색 바닥, 굴러 내려오는 통은 게임 속 공간을 인쇄용 그림으로 재구성한 요소다. 에어브러시로 처리한 배경과 아세테이트 필름에 그린 캐릭터의 결합은 1980년대 초반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의 제작 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원화의 조형적 특징과 물리적 제작 방식은 게임 이미지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과정을 함께 설명한다.

10월 28일 경매에서 32만9400달러에 거래된 작품은 1981년 미국 시장에 '동키콩'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홍보 원화다. 폐기 대상에서 보존된 뒤 수십 년 동안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었고, 2026년 공개 거래를 통해 비디오게임 미술품의 새로운 가격 기록을 세웠다. 마리오의 초기 캐릭터 디자인과 닌텐도의 북미 사업, 아날로그 상업미술의 제작 방식이 한 장의 원화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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