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의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트롱프뢰유와 레이저 가공으로 달라진 의복의 표면
캐시미어로 재현한 데님부터 흙이 튄 듯한 고무 장식까지… 소재의 실제 성질과 겉모습을 분리한 디자인
[KtN 박인경기자]파란색 데님 재킷과 팬츠에 비에 씻겨 내려간 듯한 흔적이 남았다. 짙은 남색은 곳곳에서 옅어지고, 밝은 무늬는 불규칙하게 번져 있다. 회색 스웨트셔츠처럼 보이는 옷은 가죽으로 만들고, 데님처럼 보이는 수트에는 캐시미어를 사용했다. 옷의 겉모습을 보고 짐작한 소재와 실제 제작에 사용한 재료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에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비와 흙, 마모와 변색을 소재 가공과 문양으로 옮겼다. 'Whatever the Weather'를 주제로 기능성 아우터와 작업복을 구성하면서 젖은 듯한 광택과 오래 입어 바랜 색상, 흙이 튄 흔적까지 의복의 표면에 적용했다.
프랑스어로 눈속임을 뜻하는 트롱프뢰유(trompe-l'œil)는 이번 컬렉션을 구성하는 주요 기법이다. 본래 회화에서 실제 사물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표현을 가리키며, 패션에서는 프린트와 직조, 소재 가공으로 다른 재료나 의복의 형태를 재현하는 데 사용된다.
가죽에 스웨트셔츠 원단의 질감을 만들고, 캐시미어를 데님처럼 직조하는 방식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관과 실제 재료의 차이를 이용한다. 일반적인 스웨트셔츠와 가죽 의류는 착용감과 무게, 관리 방법이 다르지만 표면을 비슷하게 처리하면 멀리서 보았을 때 같은 종류의 옷처럼 인식될 수 있다.
기존 소재를 값비싼 재료로 바꾸는 것과 소재의 외관까지 속이는 작업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가죽 재킷은 보통 가죽 특유의 광택과 조직을 드러내지만, 루이비통은 가죽을 사용하면서도 평범한 회색 운동복의 질감을 재현했다. 고가 소재의 특징을 과시하는 대신 다른 재료의 외관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짙은 블루 재킷은 어깨에서 소매까지 여유롭게 내려오고, 표면에는 빛을 받아 밝아지는 부분과 어둡게 남는 부분이 나타난다. 재킷 안쪽의 밝은 셔츠에는 작은 무늬가 반복되며, 베이지 팬츠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넓은 폭을 유지한다. 서로 다른 광택과 색상의 옷을 겹쳐 입은 구성이다.
푸른색 재킷과 밝은 팬츠는 소재의 차이를 드러내는 조합이기도 하다. 빛을 반사하는 재킷은 상체의 주름과 굴곡이 두드러지고, 밝은 팬츠는 비교적 부드럽게 내려오면서 하체의 부피를 만든다. 같은 넉넉한 실루엣이라도 소재가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옷의 윤곽이 달라진다.
루이비통은 이번 컬렉션에서 은색 코팅을 적용해 비에 젖은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데님 재킷을 선보였다. 옷이 실제로 젖은 상태가 아니어도 특정한 광택과 색상 변화를 통해 물기가 남아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데님은 면사를 능직으로 짜 만든 직물이다. 일반적으로 청색 실과 밝은 실의 교차, 세탁과 마찰로 인한 색의 변화가 표면에 나타난다. 여기에 코팅을 적용하면 빛을 반사하는 정도가 달라지고, 기존 데님과 다른 질감을 만들 수 있다.
비에 젖은 듯한 외관은 방수 성능과 구별된다. 표면에 광택을 만드는 코팅과 실제 빗물의 침투를 막는 가공은 목적과 성능이 다를 수 있다. 젖은 상태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의류가 반드시 방수 기능을 갖춘 것은 아니다.
루이비통의 소재 실험은 날씨에 대응하는 의류와 날씨의 흔적을 재현하는 의류를 함께 다룬다. 바람과 비를 막기 위한 외피가 있는가 하면 비에 젖거나 흙이 묻은 상태를 옷의 표면에 남기는 제품도 있다. 기상 환경을 기능적으로 다루는 방식과 시각적인 문양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한 컬렉션에 놓였다.
밝은 블루 셔츠와 베스트에는 작은 무늬가 반복된다. 셔츠의 칼라와 소매가 베스트 밖으로 드러나고, 베스트의 앞면은 허리 위쪽에서 끝난다. 하의에는 장식이 거의 없는 베이지 팬츠를 선택해 상체와 하체의 밀도를 달리했다.
무늬가 반복되는 상의를 겹쳐 입으면 단색 셔츠와 베스트를 조합했을 때보다 시각적인 정보가 많아진다. 비슷한 색상과 문양을 사용하면 두 벌의 옷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인상을 만들 수 있고, 서로 다른 크기의 무늬를 사용하면 옷 사이의 경계가 뚜렷해진다.
퍼렐 윌리엄스는 이번 컬렉션에서 직물의 조직과 프린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셔츠와 니트웨어, 데님에 문양을 넣고, 일부 의복에서는 멀리서 보았을 때 소재 자체의 질감처럼 느껴지도록 가공했다.
무늬와 소재의 조직은 서로 다르다. 직조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양은 실의 교차와 조직에 따라 표면의 높낮이가 달라질 수 있지만, 프린트는 직물 위에 색과 형태를 입히는 방식이다. 두 방법은 겉으로 비슷한 무늬를 만들더라도 실제 촉감과 표면 구조에서 차이가 생긴다.
패턴을 가까이 살펴보는 일은 소재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표면에 인쇄된 그림인지, 실을 서로 다르게 짜서 만든 조직인지에 따라 문양이 옷에 남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번 컬렉션의 소재 실험에서도 프린트와 직조, 코팅과 레이저 가공이 각각 다른 역할을 맡는다.
상체에 작은 무늬를 집중한 착장은 단색 의류를 주로 입는 사람도 활용할 수 있다. 베스트와 셔츠를 모두 무늬가 있는 제품으로 선택하기 부담스럽다면 한쪽에만 패턴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단색으로 정리할 수 있다. 어깨와 가슴이 작은 체형에서는 밝은 색의 반복 문양이 상체의 면적을 넓혀 보이게 할 수 있다.
옅은 블루 데님 재킷에는 밝은 무늬가 넓게 퍼져 있고, 팬츠에도 비슷한 표면 처리가 이어진다. 재킷은 허리 부근에서 끝나며 팬츠는 신발 위로 내려올 만큼 넉넉하다. 상하의의 색상과 패턴이 연결되면서 한 벌의 데님 작업복처럼 구성됐다.
루이비통은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에 모노그램 서플러스 브뤼(Monogram Surplus Brut)를 적용했다. 데님과 안감에 문양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듯한 깊이를 만들고, 비에 씻긴 듯한 색상 변화를 활용했다. 모노그램의 윤곽을 균일하게 반복하는 대신 색의 농도와 표면의 질감을 달리한 것이다.
일반적인 모노그램 패턴은 일정한 간격과 크기로 반복되는 특징을 갖는다. 문양의 위치와 색상 대비가 분명할수록 표면에서 쉽게 구분된다. 서플러스 브뤼는 색상이 옅어지는 효과와 입체적인 질감을 사용해 문양이 드러나는 정도를 조절한다.
바랜 데님은 오랫동안 착용하거나 세탁하면서 만들어지는 색의 차이를 떠올리게 한다. 무릎과 허벅지, 팔꿈치처럼 마찰이 잦은 부분은 원단의 색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 패션에서는 실제 오랜 사용을 거치지 않아도 워싱과 탈색, 가공을 통해 비슷한 외관을 제작한다.
루이비통이 적용한 빗물 자국과 색상 변화도 처음부터 계획한 표면이다. 옷을 오래 입어서 자연스럽게 생긴 흔적과 제작 단계에서 만든 흔적은 형성 과정이 다르다. 사용의 흔적을 닮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실제 사용된 시간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데님의 색상이 고르게 남아 있지 않으면 같은 옷에서도 부분마다 밝기와 질감이 달라진다. 팔과 몸통, 허벅지와 무릎에 불규칙한 무늬가 배치되면서 몸의 윤곽이 단순한 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밝은 무늬가 넓게 퍼진 데님은 신체의 볼륨을 직접 강조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허벅지의 특정 부분에만 밝은 색이 집중되면 그 부분이 더 두드러질 수 있지만, 상하의 전체에 무늬가 분산되면 시선도 여러 방향으로 이동한다.
상체와 하체의 굴곡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넉넉한 데님 재킷과 팬츠의 조합이 어울린다. 반대로 몸의 비례를 분명하게 정리하고 싶은 사람은 재킷과 팬츠 가운데 한쪽을 단색으로 선택하면 패턴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다.
짙은 블루 데님 셔츠는 어깨와 가슴 부분의 색상이 비교적 선명하고, 소매 끝으로 내려갈수록 갈색 기운이 더해진다. 팬츠 역시 일부 구간에서 색상이 달라진다. 같은 블루 계열의 상하의를 맞췄지만 표면이 균일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데님의 부분적인 색상 변화는 햇빛과 세탁, 마찰에 노출된 옷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사용으로 생기는 마모는 착용자의 움직임과 생활환경에 따라 불규칙하게 나타나지만, 의류 제작에서는 색을 빼거나 더하는 가공으로 특정한 상태를 재현할 수 있다.
컬렉션에는 레이저로 모노그램을 새긴 데님 작업복도 포함됐다. 레이저 가공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 원단 표면의 색이나 조직에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자수처럼 실을 추가하지 않고도 문양을 만들 수 있으며, 설정한 위치에 반복적인 패턴을 적용할 수 있다.
레이저 가공과 워싱은 모두 데님의 외관을 바꿀 수 있지만 원단에 작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워싱에서는 물과 세제, 물리적인 마찰 등을 활용할 수 있고, 레이저는 국소적인 열과 에너지로 표면을 처리한다. 원단의 종류와 가공 조건에 따라 색상 변화와 촉감, 내구성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오래된 듯한 데님을 만드는 방식이 반드시 실제로 오래 입은 데님보다 자원을 적게 사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정별 에너지와 물 사용량, 화학물질 처리와 제품 수명 등을 함께 살펴야 환경적인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겉으로 낡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재활용이나 지속가능한 소재라고 해석하기도 어렵다.
짙은 블루와 갈색을 섞은 데님은 깨끗한 인디고 색상의 제품보다 오래 입은 듯한 인상을 만든다. 흰색 백팩을 함께 들면 밝은 가방과 거칠게 처리한 옷의 차이가 커지고, 검은색 가방을 선택하면 전체적인 색채가 더 차분해질 수 있다.
데님 상하의를 같은 계열로 맞추는 스타일은 의복의 형태가 넉넉할수록 몸을 크게 감싸는 효과가 나타난다. 어깨가 좁은 사람은 셔츠의 어깨선과 소매 폭으로 상체에 여유를 더할 수 있고, 키가 아담한 사람은 셔츠 밑단과 팬츠의 허리 위치를 조절해 상하체의 비례를 정리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회색 상의 아래로 선명한 블루 색상이 드러난다. 목에는 흰색 셔츠 칼라가 놓였고, 회색 팬츠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넓게 내려온다. 상하의를 비슷한 회색으로 연결하면서 허리 부근에 파란색을 배치해 색상의 경계를 만들었다.
회색은 스웨트셔츠와 니트웨어, 수트에 두루 사용되는 색상이다. 같은 색이라도 면 저지와 울, 캐시미어와 가죽은 실제 촉감과 주름, 움직임에서 차이가 크다. 멀리서 비슷하게 보이는 의류가 착용했을 때 서로 다른 형태를 만드는 이유다.
루이비통은 이번 컬렉션에서 가죽을 회색 스웨트셔츠 원단처럼 보이도록 가공한 트롱프뢰유 저지(Trompe L'Oeil Jersey)를 선보였다. 특수한 프린트 기법으로 일반적인 스웨트셔츠의 외관뿐 아니라 표면의 촉감까지 닮도록 처리했다. 지퍼가 달린 후디와 키폴 50(Keepall 50), 스피디 30(Speedy 30), 트랙 백팩(Track Backpack)에 적용한 기법이다.
일반적인 저지 소재는 실을 고리 형태로 연결한 편성 구조를 활용한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늘어나거나 접히기 쉬워 편안한 일상복과 운동복에 널리 사용된다. 가죽은 동물의 원피를 가공한 소재로, 두께와 가공 방식에 따라 부드러움과 신축성, 무게가 달라진다.
가죽에 저지의 겉모습을 만든다고 소재의 물리적인 성질까지 완전히 같아지지는 않는다. 스웨트셔츠처럼 보이는 가죽 제품은 일반적인 니트 원단과 관리 방법도 다르다. 겉모습과 실제 재료를 구분해야 착용감과 보관, 세척 방법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다.
캐시미어로 만든 수트를 데님처럼 보이게 한 작업도 같은 원리다. 캐시미어는 부드럽고 가는 섬유를 활용하는 고급 의류 소재이며, 데님은 면을 중심으로 능직 구조를 사용하는 직물이다. 겉모습이 비슷하더라도 무게와 촉감, 드레이프(drape), 보관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이번 컬렉션은 평범한 면 소재처럼 보이는 고급 가죽과 데님처럼 보이는 캐시미어를 통해 소재의 외관과 실제 가치를 분리했다. 옷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친숙한 소재처럼 인식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제작 방식을 사용한 제품이다.
이러한 디자인에서는 소재를 구별하는 안목도 중요해진다. 옷의 색상과 형태가 비슷하더라도 원단의 조직과 촉감, 가공 방식에 따라 실제 품질과 관리 조건은 달라진다. 시각적인 인상만으로 소재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2026년 9월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7'은 미적 취향과 감식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안목자본'을 10대 소비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소재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실제 재료와 제작 방식, 착용감을 구분하는 판단은 패션 소비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다만 고가 소재를 알아보는 능력만으로 안목을 평가할 수는 없으며, 자신의 생활과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일까지 포함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은색 니트 상의에는 밝은 색의 장식적인 문양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됐다. 어두운 바탕 위로 작은 형태들이 흩어져 있고, 베이지 팬츠는 장식 없이 길게 내려온다. 상체의 복잡한 문양과 하의의 단순한 색상 차이가 뚜렷하다.
루이비통은 이번 컬렉션에서 모노그램 플라워 필드(Monogram Flower Field)라는 문양도 활용했다. 꽃 형태의 모티프를 위장무늬처럼 배열해 플리스와 패딩 셔츠, 코튼 데님 팬츠 등에 적용했다. 꽃무늬와 카무플라주(camouflage)의 구성을 결합한 방식이다.
꽃무늬는 일반적으로 장식적인 성격이 강하고, 카무플라주는 주변 환경과 시각적으로 섞이도록 고안된 패턴에서 출발했다. 두 문양은 사용 목적이 다르지만 작은 형태를 반복하거나 불규칙하게 흩어 놓는다는 조형적 공통점이 있다.
루이비통은 꽃의 윤곽을 반복하면서도 일정한 간격의 단순한 패턴으로만 정리하지 않았다. 문양을 여러 방향으로 배치하고 바탕색과의 대비를 조절해 의류의 표면을 구성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모티프가 하나의 큰 장식으로 놓이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작은 무늬가 반복되는 검은색 상의는 패턴이 넓은 면적에 사용돼도 색상의 부담이 크지 않다. 베이지 팬츠와 조합하면 상체의 문양이 강조되지만 전체적인 색상은 차분하게 유지된다. 평소 단색 니트와 셔츠를 즐겨 입는 사람도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체형에 따라 작은 문양이 주는 효과도 달라진다. 가슴과 어깨 주변에 밝은 장식이 많이 배치되면 상체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어 보일 수 있고, 어두운 바탕이 넓게 남아 있으면 문양이 만드는 부피감은 줄어든다. 옷의 크기뿐 아니라 문양의 밀도와 위치가 상체의 비례에 영향을 준다.
짙은 블루 상의에는 밝고 어두운 무늬가 불규칙하게 퍼져 있다. 팬츠에도 같은 계열의 패턴이 이어지고, 하의는 신발 윗부분을 덮을 만큼 넓게 내려온다. 상의와 팬츠를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하면서 몸 전체에 색의 농도가 다른 부분이 나타난다.
카무플라주 계열의 문양은 본래 사람이나 사물을 주변 환경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개발됐다. 군복과 야외 활동복에 사용되던 무늬는 이후 스트리트 패션과 스포츠웨어, 고급 패션으로 확장됐다. 실제 위장 기능과 별개로 불규칙한 문양 자체가 패션의 특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노그램과 카무플라주를 결합하는 작업에서는 브랜드를 식별하는 문양과 형태를 분산시키는 무늬가 함께 사용된다. 모노그램은 일정한 형태를 반복해 브랜드의 특징을 드러내지만, 위장무늬는 경계를 흐리고 여러 형태를 섞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짙은 블루와 회색 계열의 무늬는 일반적인 녹색·갈색 카무플라주와 다른 인상을 만든다. 상하의를 비슷한 색으로 통일하면 신체의 윤곽보다 의복 전체의 형태가 먼저 드러나고, 밝은 가방을 사선으로 걸치면 몸통에 새로운 경계선이 생긴다.
패턴이 많은 옷은 반드시 체형을 크게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문양의 크기와 명암 차이, 바탕색의 비율에 따라 시선이 분산되거나 특정 부위에 집중될 수 있다. 넉넉한 팬츠와 패턴 상의를 함께 입는 사람은 허리선과 바지 밑단을 조절해 의복의 부피를 정리할 수 있다.
선명한 무늬를 즐기는 사람은 상하의를 같은 패턴으로 맞춰 입을 수 있지만, 차분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사람은 패턴 팬츠에 단색 상의를 선택하는 방식이 어울린다. 가방과 신발의 색을 줄이면 의복의 문양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두운 아우터의 뒷면에는 밝은 모노그램 계열의 문양이 흩어져 있다. 인물과 배경이 흐릿하게 처리돼 옷의 세부적인 형태는 약해지고, 어두운 바탕 위에 놓인 장식적인 부분이 상대적으로 밝게 드러난다.
모노그램은 루이비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양이다. 1896년 조르주 비통(Georges Vuitton)이 고안한 모노그램 캔버스는 알파벳과 꽃을 닮은 형태를 반복하는 구성으로 발전했다. 여행용 트렁크에서 출발한 문양은 가방과 의류, 신발과 장신구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모노그램을 일정한 크기의 반복 문양으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레이저로 새기거나 색상을 옅게 만들고, 자수와 입체적인 표면 처리를 통해 문양이 드러나는 정도를 달리했다.
색상이 바랜 모노그램은 새 제품의 균일한 표면과 다른 인상을 만든다. 문양이 또렷하게 반복되는 제품에서는 브랜드의 형태가 먼저 드러나지만, 일부가 흐려지거나 다른 색과 겹치면 표면의 질감과 색상 변화가 강조된다.
패션사진에서 초점을 흐리는 방식은 문양을 바라보는 경험에도 영향을 준다. 선명한 사진에서는 봉제와 패턴의 형태를 비교할 수 있지만, 윤곽이 흐려지면 색상과 빛의 대비가 먼저 남는다. 실제 의복의 표면 처리와 사진 촬영에서 발생한 흐림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루이비통의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에는 표면의 마모와 보수 흔적을 장식으로 활용한 의류도 포함됐다. 비바람에 닳은 옷을 수선한 듯한 색색의 모노그램 스티치를 후드 재킷과 지퍼가 달린 니트에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감추거나 정리하는 수선 흔적을 의복의 장식으로 옮긴 방식이다.
흙이 튄 듯한 효과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파란색 데님 재킷과 LV 트레이너(LV Trainer), LV 레인저(LV Ranger) 신발에는 부드러운 고무 소재를 분사해 진흙 자국처럼 보이는 표면을 만들었다. 흙이 실제로 묻은 제품이 아니라 가공을 통해 오염된 듯한 외관을 재현한 것이다.
진흙 자국은 원래 야외 활동이나 이동 중 생기는 흔적이다. 신발과 옷에 흙이 묻으면 세척해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의도적으로 남긴 고무 장식은 옷의 외관을 구성한다. 일상에서 없애려는 오염의 형태가 제작 단계에서 만들어진 장식으로 바뀌었다.
옷을 오래 사용한 듯한 워싱과 찢어진 데님, 일부러 남긴 봉제선은 현대 패션에서 이미 익숙한 기법이다. 이번 컬렉션의 젖은 데님과 고무로 만든 진흙 자국 역시 이러한 흐름과 연결된다. 다만 물과 흙, 수선의 흔적을 날씨라는 주제 아래 여러 소재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구성의 범위가 넓어졌다.
소재의 착시는 실제 관리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겉으로 회색 스웨트셔츠처럼 보여도 가죽 제품이라면 가죽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고, 데님처럼 보이는 캐시미어 수트는 일반적인 청바지처럼 세탁하기 어렵다. 고무 장식이 더해진 신발이나 코팅된 데님도 표면 가공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의류를 선택할 때는 시각적인 질감과 실제 소재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 옷이 낡아 보인다고 사용 수명이 길다는 뜻은 아니고, 비에 젖은 듯한 광택이 난다고 방수 성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같은 색상과 문양을 사용하더라도 섬유의 성질과 가공 방식에 따라 착용감과 관리 조건이 달라진다.
퍼렐 윌리엄스의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은 소재 자체를 바꾸는 작업과 표면에 다른 재료의 흔적을 만드는 작업을 함께 사용했다. 가죽은 회색 스웨트셔츠를 닮았고, 캐시미어는 데님처럼 직조됐다. 은색 코팅과 레이저 가공은 물에 젖거나 색이 바랜 듯한 외관을 만들었으며, 고무 장식은 흙이 튄 자국을 재현했다.
데님과 니트웨어, 가방과 신발에 적용한 표면 처리에는 서로 다른 제작 기술이 사용됐다. 같은 색상의 옷도 소재와 가공 방식에 따라 달라지고, 고급 재료를 사용한 의류가 반드시 고급스러운 광택이나 단정한 외관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루이비통은 'Whatever the Weather'에서 날씨에 노출된 옷의 흔적을 새 제품의 디자인으로 옮겼다. 비를 맞고 흙길을 걷고 오래 입으면서 생길 법한 자국이 코팅과 프린트, 레이저와 고무 가공으로 제작됐다. 의복의 소재와 겉모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구성 속에서 원단의 실제 성질과 착용감, 관리 방식까지 살펴보는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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