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40주년 계기 영화·영상 협력 강화, CNC·국립도서관·기메박물관장 잇단 회동
[KtN 임우경기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문화부 청사에서 카트린 페가르(Catherine Pégard) 프랑스 문화부 장관과 면담했다. 지난 4월 페가르 장관 방한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장관은 9월 양국이 공동의장국으로 개최하는 '뤼미에르 서밋'과 한불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문화·예술·산업 전반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면담의 중심 의제는 영화·영상 분야였다. 두 장관은 9월 양국이 공동의장국으로 여는 영화·영상 정상회담 '뤼미에르 서밋'이 전 세계 영상산업계의 기념비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한 공조와 쌍방향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최 장관은 최근 산업환경 변화로 영화산업이 직면한 여러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고, 페가르 장관도 적극 화답했다.
"지리적으로 멀지만 이웃처럼"… 140주년 맞은 양국 협력
최 장관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 프랑스와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마치 이웃처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어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문화예술 및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양국의 유대를 더 깊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프랑스는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로 수교했고, 올해 140주년을 맞았다. 두 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문화부'를 별도로 두고 문화정책에 비중을 싣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국 협력은 올해 들어 속도를 내 왔다. 4월 3일 방한한 페가르 장관과 최 장관의 첫 면담에서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행사를 중심으로 문화예술·문화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같은 날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한-프랑스 문화·기술 협력 협정' 개정의견서가 교환됐다. 당시 페가르 장관은 이번 개정이 영화·음악·웹툰·e스포츠·도서·패션 등 양국이 강점을 가진 문화산업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이끌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파리 면담은 4월 협정 개정에 이어 9월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후속 일정의 성격을 띤다. 면담 시점은 정부 부처 합동 'K-박람회'가 파리에서 열리는 기간과도 겹쳤다. 문체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보건복지부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16일부터 19일까지 파리에서 '2026 프랑스 K-박람회'를 열었으며, 콘텐츠·음식·뷰티·패션·관광 등 K-컬처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K팝 콘서트와 산업 전시·수출 상담을 망라했다.
CNC·국립도서관·기메박물관장과 잇단 회동
최 장관은 이번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 회장, 국립도서관장, 국립기메동양박물관장 등 대표적 문화기관장들과도 잇따라 만나 양국 간 지속적인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장관 간 합의를 기관 단위 실무 협력으로 잇겠다는 동선이다.
앞선 4월 면담 당시에도 국립중앙도서관이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2011년 최초 체결 이후 첫 개정이 되는 협력 양해각서를 다시 맺고, 전문가 교류와 문화사업 협력, 문헌 자원 공유 등을 담았다.
이번 면담의 기대효과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9월 '뤼미에르 서밋'의 안정적 개최 기반이다. 공동의장국 두 나라 장관이 개최 두 달여 전 직접 만나 공조를 재확인하면서, 행사 의제와 운영을 둘러싼 실무 조율에 추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영화산업 위기 대응의 국제 공조 가능성이다. 최 장관이 제안한 '영화산업 위기 극복 공동 협력'은 OTT 확산과 극장 관객 감소, 제작비 상승 같은 구조 변화에 양국이 함께 대응할 여지를 열어 둔다. 다만 구체적 협력 수단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셋째, 문화산업 전반으로의 협력 확장이다. 4월 협정 개정에서 영화·음악·웹툰·e스포츠·도서·패션이 협력 분야로 명시된 만큼, 영화를 입구로 한 협력이 다른 콘텐츠 분야로 번질 수 있다.
짚어둘 지점도 있다. 첫째, 선언과 성과의 간극이다. 이번 면담은 '협력 강화', '공조 재확인' 같은 의지 표명 중심으로, 구체적 합의문이나 수치화된 사업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9월 정상회담에서 어떤 산출물이 나오는지가 협력의 실질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둘째, 프랑스 측 정책 환경 변수다. 페가르 장관은 2026년 2월 26일 취임해 재임 기간이 길지 않다. 프랑스 내각이 최근 수년간 자주 교체돼 온 점을 고려하면, 장관 개인 간 신뢰에 기댄 협력보다 기관·제도 단위의 협력 틀을 다지는 작업이 더 중요해진다. CNC·국립도서관 등 기관장 회동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셋째, 한불 협력이 한-EU 저작권 공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같은 주 서울에서는 한-EU 저작권 라운드테이블이 열려 AI 시대 K-콘텐츠 보호가 논의됐다. 양자(한-프랑스)와 다자(한-EU) 채널이 동시에 가동되는 흐름은 K-콘텐츠의 유럽 시장 진출과 권리 보호를 동반 추진하려는 정부 기조를 보여준다.
영화·영상 정상회담 '뤼미에르 서밋'은 오는 9월 한국과 프랑스 공동의장국 체제로 열린다.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사업은 양국에서 연중 이어진다. 4월 협정 개정과 9월 정상회담 사이에서 영화산업 공동 대응의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는지, 기관장 회동이 실제 협약으로 이어지는지가 협력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남았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