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아일랜드 첫 패션쇼…조나단 앤더슨의 출발지와 디올의 역사를 잇는 목적지형 런웨이
[KtN 박채빈기자]디올(Dior)이 2026년 12월 4일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Dublin)에서 2027 프리폴 컬렉션을 공개한다. 디올이 아일랜드에서 패션쇼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아일랜드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에게는 패션 경력을 시작한 도시에서 여는 첫 디올 런웨이다.
쇼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18세기 건축물인 올드 라이브러리(Old Library)에서 열린다. 아일랜드의 학술·문학 유산을 대표하는 공간과 프랑스 패션 하우스의 프리폴 컬렉션이 만나는 구성이다. 디올은 개최 도시의 문화적 배경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력을 함께 전면에 배치했다.
프리폴 컬렉션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봄·여름과 가을·겨울 사이의 판매 기간을 보완하던 컬렉션이 독립적인 런웨이와 대형 문화행사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정규 패션위크 밖에서 날짜와 장소를 따로 정하고, 도시의 건축과 역사, 인물을 컬렉션 발표에 연결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디올의 더블린 쇼는 12월에 열린다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2027년 프리폴 컬렉션을 2026년 연말에 런웨이로 공개하면서 다음 시즌의 디자인 방향을 앞서 제시한다. 매장 판매를 보완하던 프리컬렉션이 브랜드의 연간 일정에서 앞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목적지형 쇼는 의상 발표와 공간 연출을 하나의 콘텐츠로 묶는다. 패션위크 일정에 포함된 정규 컬렉션과 달리 한 브랜드가 개최지와 발표 시간을 독점할 수 있고, 도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컬렉션 서사에 포함할 수 있다. 더블린에서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역사와 앤더슨의 개인 이력이 디올의 2027년 프리폴을 설명하는 중심 요소가 됐다.
앤더슨은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더블린의 브라운 토머스(Brown Thomas) 백화점에서 일하며 패션업계에 들어섰다. 이후 런던에서 자신의 브랜드 JW 앤더슨(JW Anderson)을 설립했고, 로에베(Loewe)를 거쳐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디올 합류 이후 처음 아일랜드에서 여는 쇼라는 점에서 더블린 일정은 단순한 해외 개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창립 디자이너의 유산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패션 하우스의 운영 방식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력과 문화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디자이너의 출신 지역과 경력, 관심 분야가 컬렉션의 장소와 발표 형식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더블린 쇼는 앤더슨의 개인사를 디올의 공식 일정 안에 편입한 첫 대규모 행사다.
발표 이미지에는 네잎클로버와 무당벌레가 들어갔다. 더블린 출신 패션 편집자 카멜 스노(Carmel Snow)의 문구도 함께 배치됐다. 미국판 ‘하퍼스 바자’ 편집장을 지낸 스노는 1947년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의 첫 컬렉션에 ‘뉴 룩(New Look)’이라는 이름을 붙인 인물이다.
카멜 스노의 이름은 더블린과 디올의 관계를 패션사까지 넓힌다. 앤더슨이 패션 경력을 시작한 도시이자 디올의 대표적인 용어가 탄생하는 데 관여한 편집자의 출생지라는 점이 한 행사 안에 겹쳐졌다. 디올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귀환과 메종의 역사적 기록을 같은 장소에 배치했다.
올드 라이브러리는 예정된 장기 복원 공사를 앞두고 있다. 디올은 복원에 들어가기 전 역사적 건축물 안에서 프리폴 컬렉션을 공개한다. 대학 도서관을 패션쇼 장소로 선택하면서 런웨이의 중심은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건축과 기록, 장소가 지닌 시간성에 놓이게 됐다.
디올의 2027 프리폴 쇼는 프리컬렉션이 더 이상 정규 시즌 사이를 메우는 상품군에 머물지 않는다는 흐름을 드러낸다. 12월의 독립 런웨이, 역사적 건축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개인사가 결합하면서 프리폴은 브랜드의 다음 시즌을 가장 먼저 알리는 행사로 이동하고 있다.
컬렉션의 구체적인 디자인과 무대 구성은 12월 4일 트리니티 칼리지 올드 라이브러리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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