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임민정기자]셰익스피어는 영국 문학의 이름이 됐고, 비틀즈는 영국 대중문화의 상징이 됐다. 태어난 집과 공연장, 악보와 음반, 사진과 기록까지 문화유산의 일부가 됐다. 그런데 뱅크시(Banksy)가 등장하면 영국의 표정은 복잡해진다.

런던 왕립재판소 외벽에 작품을 남기면 세금을 들여 지운다. 워털루 플레이스에 조각을 세우면 다시 세금을 들여 지킨다. 경찰 초소에 피라냐를 그려놓으면 구조물째 떼어낸 뒤 박물관으로 보낸다. 작가는 한 사람인데 작품의 신분은 훼손물, 공공미술, 박물관 전시품으로 갈린다. 셰익스피어가 이 광경을 봤다면 희극 한 편의 소재로 삼았을 법하다.

2025년 9월 왕립재판소 외벽에 등장한 작품에는 법복과 가발을 쓴 판사가 바닥에 쓰러진 시위자를 의사봉으로 내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왕립재판소는 보호 대상 건축물이다. 공공기관은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작품을 제거하기로 했고, 페인트 제거와 경비 등에 8만5300파운드를 썼다. 작품을 사들이거나 보존하기 위해 쓴 돈이 아니라 뱅크시를 지우기 위해 투입한 세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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