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술·자본과 한국의 제조업, 남미의 자원·시장을 연결한 7박 11일…달라진 국가 위상은 계약 조건과 국내 부가가치로 증명

[KtN 박준식기자]9,500억달러.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숫자다. 삼성전자·브로드컴의 2,000억달러, SK와 글로벌 빅테크의 7,500억달러를 합친 향후 5년간 반도체 공급·파운드리 협력 규모다. 청와대 환산으로 약 1,375조원에 이른다. 이어진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방문에서는 희토류·구리·리튬, 원유, 자유무역협정이 정상외교의 의제로 묶였다. 미국의 기술과 자본, 한국의 제조업, 남미의 자원과 시장을 하나의 산업지도 위에 올려놓은 순방이었다.

9,500억달러의 성격부터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국내 공장에 새로 투입되는 자본이 아니라 반도체 공급과 생산 협력의 예상 합계다. 주문이 확정되고 제품이 인도되면 기업 매출이 되고, 공장과 장비 증설은 별도의 설비투자로 잡힌다. 숫자를 투자 유치액으로 부풀릴 이유도, 협력의 가치를 낮춰 볼 이유도 없다. 장기 수요가 확보되면 반도체 기업은 업황 변동의 위험을 덜고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수 있다. 공급 계약은 수출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의 연쇄 수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경제효과의 출발점이 된다.

7월 24일 샌프란시스코 회동에는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혹 탄(Hock Tan)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 대통령과 삼성전자·SK·현대자동차그룹·네이버 경영진을 한자리에서 만난 사실은 한국 제조업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말해준다. 첨단 메모리와 대규모 양산능력을 빼고는 미국의 AI 확장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한국은 시장을 찾아가는 판매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생산계획을 함께 논의하는 공급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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