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발언·유죄 판결 포함한 회고전 추진…홀로코스트 추모일과 겹친 멧 갈라 일정에 반발 확산
[KtN 임민정기자]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2027년 봄 코스튬 인스티튜트 전시 ‘John Galliano: Horizons’를 발표 한 달 만에 철회했다.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반유대주의·인종차별 발언과 프랑스 법원의 유죄 판결은 기획 단계부터 전시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갈리아노의 과거를 알고도 개인 회고전과 멧 갈라를 함께 추진한 메트의 승인 과정에 비판이 집중됐다.
메트는 2026년 7월 31일 전시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전시 기간은 2027년 5월 9일부터 2028년 1월 9일까지였다.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컬렉션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와 지방시, 크리스찬 디올,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발표한 작업까지 약 40년의 경력을 다룰 예정이었다.
의상과 액세서리, 스케치, 토일(toile), 리서치 북, 기록물도 전시 목록에 포함됐다. 코스튬 인스티튜트는 갈리아노 작품을 보유한 기관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1984년 졸업 컬렉션부터 2024년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저널 컬렉션까지 주요 작업을 한자리에서 소개할 수 있는 소장 기반이다.
생존 디자이너를 다루는 코스튬 인스티튜트 개인전은 1983년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2017년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에 이어 세 번째가 될 예정이었다. 메트 개인전과 멧 갈라 주제 선정은 갈리아노에게 패션사적 지위를 부여하는 행사로 받아들여졌다.
갈리아노는 2011년 파리의 한 술집에서 반유대주의적 폭언을 하는 영상이 공개된 뒤 디올에서 해임됐다. 프랑스 법원은 인종·종교·민족·출신을 근거로 한 공개 모욕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2014년에는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스틱 디렉터로 패션계에 복귀했다. 2024년까지 약 10년 동안 재직하며 컬렉션을 발표했다.
메트는 갈리아노의 혐오 발언과 경력 단절을 회고전 안에서 직접 다룰 계획이었다. 전시는 ‘Bearings’, ‘Horizons’, ‘Atlas of Transformation’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 부분인 ‘Bearings’에는 갈리아노의 경력과 당시의 역사·문화적 상황을 연결한 연대기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2010년과 2011년의 반유대주의·인종차별·아시아계 비하 행위, 디올과 자신의 브랜드에서 해임된 과정, 파리 법원의 유죄 판결도 연대기에 포함됐다. 중독 치료와 패션계 복귀 과정도 함께 다루도록 짜였다.
앤드루 볼턴(Andrew Bolton) 코스튬 인스티튜트 수석 큐레이터는 갈리아노의 창작 성과와 과거 행동,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함께 다루겠다고 밝혔다. 추락과 복귀만으로 경력을 정리하지 않고 기억과 경험, 역사적 환경에 따라 작품 평가가 달라지는 과정을 살피겠다는 구상이었다.
맥스 홀라인(Max Hollein) 메트 관장 겸 최고경영자도 갈리아노의 작업을 역사·문화·윤리적 환경과 함께 다루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메트는 갈리아노의 혐오 발언과 유죄 판결을 알고 있었고 관련 내용을 전시 구성에 반영했다.
반발은 전시보다 멧 갈라 일정에서 먼저 커졌다. 2027년 멧 갈라 개최 예정일이었던 5월 3일 저녁은 홀로코스트 추모일 욤 하쇼아(Yom HaShoah)가 시작되는 시점과 겹쳤다.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갈리아노를 주제로 한 행사가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열리도록 일정이 잡혔다.
전시 개막일은 멧 갈라보다 엿새 뒤인 5월 9일이었다. 갈리아노의 혐오 발언과 유죄 판결을 다루는 전시보다 갈리아노의 디자인을 드레스 코드로 재현하는 레드카펫 행사가 먼저 열리는 순서였다.
뉴욕시의회 의장 줄리 메닌(Julie Menin)은 홀라인 관장과 볼턴 수석 큐레이터, 메트 이사인 안나 윈투어(Anna Wintour)에게 전시 개최에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대인 사회에서도 반대가 이어졌다. 일부 기부자는 전시가 진행되면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메트 경영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전시 준비는 세부 제작 단계까지 진행돼 있었다. 전시장과 개최 일정, 세 부분으로 나눈 구성안이 확정됐고 별도의 전시 디자인 업체도 참여했다. 볼턴이 집필하는 도록은 메트가 발행하고 예일대 출판부가 국제 유통할 예정이었다.
메트는 8월 31일 전시 철회를 발표했다. 홀라인 관장은 갈리아노와 논의한 끝에 전시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전시가 불러온 고통과 우려를 인정하며 철회를 지지했다. 박물관이 어려운 역사를 엄정하고 솔직하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윈투어는 갈리아노의 철회 결정을 “매우 용기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갈리아노와 메트를 모두 지지한다는 뜻도 밝혔다.
갈리아노는 유대인과 아시아계 공동체에 준 상처에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전시나 제도적 인정, 한 번의 공개 행동만으로 속죄가 완성되지 않으며 경청과 배움, 지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리아노를 둘러싼 논쟁이 메트를 곤란하게 하거나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작업을 가리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메트는 전시 승인에 참여한 인사와 사전 협의 범위를 밝히지 않았다. 욤 하쇼아와 겹친 멧 갈라 일정이 정해진 과정과 피해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한 시점도 공개하지 않았다.
갈리아노 전시를 위해 준비하던 작품 대여와 전시 디자인, 도록 출판 계약의 처리 결과도 공개되지 않았다. 메트는 2027년 봄 대체 전시와 멧 갈라 주제를 추후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