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두 달 안 돼 무대 워킹 성공…생초보의 도전역사 돋보여
한 수강생 “고목나무에 꽃이 피면 부르는게 값”
진미숙 강사 “수강생에게 값진 경험 안겨주고 싶었다.”
[KtN 조영식기자]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포천의 축제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산면주민자치회가 마련한 ‘2026 다(多)가치 소통과 문화의 만남 축제’는 여느 지역축제와는 조금 달랐다.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 프로그램에 이색적인 ‘시니어 모델 워킹’을 선보이며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무대 위에 오른 모델들의 나이였다.
50대부터 80대까지, 평생 모델과는 거리가 멀었던 지역 주민들이 당당하게 런웨이를 걸었다. 관객들은 나이를 잊은 듯한 자신감 넘치는 워킹과 포즈에 박수를 보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모델 워킹 수업을 시작한 지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산면주민자치회는 올해 처음으로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시니어 모델 워킹 클래스’를 개설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모델 교육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일종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짧은 교육기간에도 수강생들은 기본 워킹은 물론 턴과 포즈까지 익히며 실제 무대에 설 수 있는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단순한 취미교실을 넘어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삶에 새로운 도전과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가 된 것이다.
‘두 달 만의 무대’, 무엇이 가능하게 했나
이 같은 결과의 중심에는 진미숙 강사의 전문적인 지도가 있었다.
가산면주민자치회는 모델 분야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은 진미숙 강사를 초빙했다. 진 강사는 현역 탑 모델로 활동한 뒤 K-모델 클루 협회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시니어 모델 지도자와 모델 워킹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진 강사는 백화점 광고모델은 물론 백화점 문화센터 워킹클래스 강사, 청암예술대학교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모델 경험과 교육 능력을 함께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진 강사의 수업은 단순히 ‘예쁘게 걷는 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바른 자세에서 출발해 걸음걸이와 보폭, 시선 처리, 턴, 포즈, 무대에서의 동선과 표정까지 하나씩 익히게 했다. 짧은 기간 안에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수강생 개개인의 특성과 부족한 부분을 살피며 반복적인 연습을 이끌었다.
강사의 지도에 수강생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한 수강생은 수업이 없는 날에도 아침마다 주변 공원 축구장으로 나가 한 시간씩 워킹과 터닝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워킹을 군인들의 훈련으로 착각해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십니까? 웬 군대 제식훈련을 하시나요?”라고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수강생들의 간절한 열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결국 ‘두 달도 안 된 초보 모델’들이 무대에서 당당하게 워킹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전문적인 지도와 수강생들의 끊임없는 연습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내가 모델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수강생들의 모델 도전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라명화 씨는 “모델은 아주 멋지고 돈 많이 드는 특별한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모델이라니 꿈만 같다”며 “일주일 내내 모델 수업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됐다”고 활짝 웃었다.
임숙경 씨는 “고목나무에 꽃이 피면 부르는 게 값이라는데 시니어 모델 워킹을 하면서 내 삶에 새로운 꽃이 활짝 피는 기분”이라며 “지금까지 많은 취미생활을 해봤지만 모델만큼 보람을 주는 취미는 없었다”고 말했다.
장미숙 씨는 “나이테가 많아지면서 활동이 정체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존감을 갖게 됐다”며 “나이가 들어도 더 아름다울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으며,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미경 씨는 “신체 교정을 위해 참여했는데 신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신체 교정을 넘어 이번 무대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수강생 대표 배학기 씨에게 모델 워킹은 정적인 취미생활에 새로운 움직임을 더하는 일이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정적인 활동을 해왔는데 모델 워킹을 하면서 동적인 활동이 더해져 삶이 아주 조화롭게 이뤄지고 활력이 넘친다”며 “모든 회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무대 워킹을 성공적으로 마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모델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다
가산면 시니어 모델 워킹 클래스가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단순히 주민들이 패션쇼 무대에 섰다는 데 있지 않다.
‘모델은 젊고 특별한 사람들의 영역’이라는 편견을 깨고 평범한 주민들도 노력하면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배우고 연습하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도 만들어졌다.
무대 위에서의 몇 분을 위해 수없이 걷고 또 걸었던 시간은 수강생들에게 단순한 워킹 연습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자세가 달라지고 표정이 달라졌으며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진미숙 강사는 시니어 모델 활동의 효과를 자신감 회복, 자기표현의 새로운 기회, 건강 증진, 사회적 관계 확대, 새로운 목표 설정 등으로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했다.
“우울증을 앓던 분의 자녀가 ‘어머니가 모델 워킹에 참여하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나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제가 힘들어도 다시 강단에 서게 하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무대는 ‘배우는 주민’에서 ‘무대의 주인공이 된 주민’으로의 변화를 보여줬다. 그리고 관객들이 본 것은 모델의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람들의 자신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