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 3일 개막… 1973년 비디오아트, 2026년 K-미디어아트로 부활

백남준아트센터, 서울디자인재단과 MOU… 백남준 20주기에 용인 미술관을 나와 서울 도심으로
서울라이트 최초 ‘음악 반응형’ 파사드… 13일까지 11일간, 매일 밤 전면 무료

 /사진=DD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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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 오후 7시 30분, 어둠이 깨졌다 음악이 시작되자 건물이 반응했다.

3일 저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222m 비정형 외벽에 불이 들어왔다. 화면을 가로지른 것은 로큰롤과 탭댄스, 한국의 부채춤, 북을 치는 나바호족 인디언의 몸짓이 초 단위로 교차하는 영상. 1973년 백남준이 12인치 CRT 브라운관 안에 담았던 〈글로벌 그루브〉가, 53년 만에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곡면 건축의 표면 전체로 확장된 순간이었다.

이날 개막한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은 13일(일)까지 11일간 이어진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는 국립한글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연간 테마는 ‘데이브레이커(DAYBREAKER)’, 가을 시즌 주제는 한국 문화의 원형과 창조성을 조명하는 ‘K-Original Light’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관람료는 전면 무료다.

 /사진=서초88 블로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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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무대, 레이저와 전통연희가 먼저 올랐다 첫 무대는 오후 7시 30분 《K-Original Light》 개막 퍼포먼스였다. 윤제호의 레이저·전자음·AI 영상·조명에 소경진의 전통연희·타악, 안상화의 안무와 댄스무아의 무용이 결합한 20분 공연이다.

이어 오후 8시부터는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IDIOTAPE)이 어울림광장에서 《The Break Point》를 여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40분간 선보였다. 강렬한 신디사이저와 드럼이 파사드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흔들었다.

 남은 일정도 촘촘하다. 4일(금)과 5일(토)은 시온(SION), 6일(일)과 12일(토)은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 11일(금)과 13일(일)은 소울스케이프(SOULSCAPE)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개막일 이디오테잎을 제외한 공연은 모두 오후 8시 20분부터 9시까지다. /사진=DD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남은 일정도 촘촘하다. 4일(금)과 5일(토)은 시온(SION), 6일(일)과 12일(토)은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 11일(금)과 13일(일)은 소울스케이프(SOULSCAPE)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개막일 이디오테잎을 제외한 공연은 모두 오후 8시 20분부터 9시까지다. /사진=DD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남은 일정도 촘촘하다. 4일(금)과 5일(토)은 시온(SION), 6일(일)과 12일(토)은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 11일(금)과 13일(일)은 소울스케이프(SOULSCAPE)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개막일 이디오테잎을 제외한 공연은 모두 오후 8시 20분부터 9시까지다.

“틀어놓는 영상”이 아니라 “연주되는 영상”

이번 시즌의 결정적 차이는 하나로 요약된다. 매일 다른 화면이 나온다. 

백남준아트센터와의 공동연구를 기반으로 미디어아트 레이블 버스데이(VERSEDAY)가 제작한 《The Break Point》는 〈글로벌 그루브〉(1973)와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영상 클립·푸티지를 원재료로 삼는다.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로 영상의 색과 형태, 움직임을 자유롭게 변형하며 관객이 이미지 창작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던 작가다.

기존 파사드가 ‘상영’이었다면, 'The Break Point'는 ‘연주’다. 같은 작품을 두 번 봐도 같은 장면은 볼 수 없다. /사진=DD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존 파사드가 ‘상영’이었다면, 'The Break Point'는 ‘연주’다. 같은 작품을 두 번 봐도 같은 장면은 볼 수 없다. /사진=DD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버스데이는 이 실험정신을 오늘의 기술로 옮겼다. DJ의 음악에 파사드 영상이 실시간 반응하는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완성된 영상을 상영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음악 공연과 미디어아트가 실시간 연동되는 형식을 처음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성은 미디어파사드 7분, 실시간 퍼포먼스 40분.

기존 파사드가 ‘상영’이었다면, 《The Break Point》는 ‘연주’다. 같은 작품을 두 번 봐도 같은 장면은 볼 수 없다.

파사드에 오르는 작품은 백남준에 그치지 않는다. 유영국의 산과 색채를 빛의 리듬으로 확장한 《내 안의 산을 찾아서》(권하윤·6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시조집 『청구영언』의 한글 노랫말을 디지털 패턴으로 재구성한 《말이 빛나는 밤》(투그레이·4분), DDP 365라이트 데뷔작인 윤제호의 레이저아트 《미래의 빛, 시간의 울림을 통과하다》(10분)가 회차마다 순환한다.

백남준 20주기, 미술관이 도심으로 걸어 나왔다 올해는 백남준 타계 20주기다. 지난 3~5월 과천 호반아트리움의 20주기 특별전 《STILL LIVE – 살아 있는 시간》처럼, 인공지능과 초연결 사회를 배경으로 백남준을 재호출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경기 용인에 자리한 백남준아트센터는 소장과 연구의 중심이지만 관객 도달 범위에는 지리적 제약이 있다. 이번 협력은 소장 자원과 아카이브 연구는 지역 미술관이, 관객 접점과 플랫폼은 서울의 거점 문화공간이 담당하는 기능 분업형 모델이다. /사진=DD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기 용인에 자리한 백남준아트센터는 소장과 연구의 중심이지만 관객 도달 범위에는 지리적 제약이 있다. 이번 협력은 소장 자원과 아카이브 연구는 지역 미술관이, 관객 접점과 플랫폼은 서울의 거점 문화공간이 담당하는 기능 분업형 모델이다. /사진=DDP,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번 사례는 결이 다르다. 작품을 미술관 안에서 보여주는 대신, 미술관이 도심으로 나왔다.

경기 용인에 자리한 백남준아트센터는 소장과 연구의 중심이지만 관객 도달 범위에는 지리적 제약이 있다. 이번 협력은 소장 자원과 아카이브 연구는 지역 미술관이, 관객 접점과 플랫폼은 서울의 거점 문화공간이 담당하는 기능 분업형 모델이다. 센터가 서울디자인재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백남준 비디오 아카이브 연구를 토대로 협업을 이어온 배경이다.

‘예술과 기술로 함께하는 미술관’을 비전으로,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동시대와 연결하는 ‘유산 공동체’와 ‘초연결성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확장을 2026년 기관 의제로 내건 센터의 선언이 콘텐츠로 구현된 첫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3 아날로그를 222m 곡면에 올린다는 것

기술적으로 이 작업은 확대가 아니라 번역이다. 4:3 저해상도 아날로그 신호를 비정형 곡면 222m에 투사하는 순간 해상도와 색역, 프레임, 화면비 전부가 재해석 대상이 된다. 원작의 거친 주사선 미감을 살릴지, 현대적 선명도를 택할지에 따라 작품의 정체성이 달라진다. 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저작권 관리자이자 아카이브 연구 기관인 미술관뿐이다.

그래서 이번 협업의 성격은 단순 대여가 아닌 공동 연구·공동 제작으로 규정된다. 여기서 축적된 기준은 향후 국내 아날로그 비디오아트 복원·전시의 참조 사례로 남을 수 있다.

“백남준이 DJ와 만났다”… 222m DDP 외벽, 오늘 밤 ‘악기’가 됐다  /사진=경기문화재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백남준이 DJ와 만났다”… 222m DDP 외벽, 오늘 밤 ‘악기’가 됐다  /사진=경기문화재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빛 축제 뒤의 숫자, ‘야간경제’

낭만적인 빛 축제 이면에는 냉정한 정책 목표가 놓여 있다.

서울라이트 DDP는 2019년 출발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형 건축물 3D 맵핑 디스플레이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고,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4년 연속 석권했다. 지난해 방문객은 192만 명이었다.

서울시는 올해 이 행사를 DDP·남산·광화문·한강을 축으로 한 ‘서울형 야간경제’ 거점 전략에 명시적으로 결합했다. 근거 데이터도 제시된다. 서울AI재단이 2024년 DDP에서 열린 7개 문화행사의 전·중·후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행사 기간 DDP 내부 상권 매출은 평균 12.2%, 동대문 전체 상권 매출은 평균 10.8% 증가했다. 올해 1월 전국 676명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9.8%(472명)가 DDP 방문 후 주변 상권을 이용했다고 답했고, 소비 항목은 식음료 37.4%, 전시·문화 16.9%, 의류·패션 15.3% 순이었다. 지난 카운트다운 행사 전후 인근 상권의 야간 유동인구는 동시간대 평균 대비 559.2% 늘었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동대문 일대 140여 곳이 참여하는 할인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미디어아트가 도시의 소비 곡선을 움직이는 인프라로 계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개막이 예술사적 사건과 도시 경제정책이 같은 무대에서 겹친 장면인 이유다.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로 영상의 색과 형태, 움직임을 자유롭게 변형하며 관객이 이미지 창작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던 작가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로 영상의 색과 형태, 움직임을 자유롭게 변형하며 관객이 이미지 창작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던 작가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확장인가, 소비인가 박수만 보내기에는 짚어야 할 대목도 있다. 첫째는 스펙터클화다. 백남준의 비디오 실험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일방성을 해체하려던 비판적 기획이었다. 그 작업이 도시 마케팅용 대형 볼거리로 전환되는 순간 비판성이 장식으로 소비될 위험이 따른다.둘째는 관람 조건이다. 파사드 관람은 군중과 소음, 이동 속에서 이뤄진다. 원작이 요구한 집중적 응시와는 다른 감각 환경이며, 더 많은 관객이 곧 더 깊은 감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셋째는 지역 형평성이다. 용인 소재 미술관의 콘텐츠가 서울에서 소비되고 성과 데이터도 서울에 귀속되는 구조라면, 경기 지역 문화 인프라로 환류되는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세 지적은 행사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확장의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다르다.

9월 13일 소등, 그다음이 관건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과제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아카이브 연구의 기록화다. 이번 재매개 과정의 색보정·해상도·화면비 판단 기준을 연구보고서로 공개하면 향후 비디오아트 복원·전시의 실무 표준이 될 수 있다. 다음은 관객 데이터의 공동 활용이다. DDP 관람객 가운데 얼마가 이후 백남준아트센터를 찾는지 추적하는 연계 지표가 있어야 ‘열린 미술관’ 담론이 검증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된다. 마지막은 협업 구조의 상설화다. 리옹 빛의 축제나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처럼 도시 축제가 지역 미술관·아카이브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은 매년 새 협약을 체결하는 단발성 구조보다 콘텐츠 축적에 유리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공간 미디어아트’ 지원 사업 등 공공 프로그램과의 연계도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모여 있는 ‘경기뮤지엄파크’ 모델은 공간의 통합적 운영을 통해 대중성과 공공성을 아우르려는 방향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모여 있는 ‘경기뮤지엄파크’ 모델은 공간의 통합적 운영을 통해 대중성과 공공성을 아우르려는 방향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백남준은 1973년에 이미 위성과 텔레비전으로 연결된 전 지구적 감각의 동시성을 상상했다. 2026년 DDP에서 그의 영상이 DJ의 비트에 반응해 매일 다른 표정을 지을 때, 관객이 목격하는 것은 회고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질문이다. 남은 과제는 그 질문이 열흘 뒤 소등과 함께 꺼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한편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은 13일까지 DDP 전면부 및 어울림광장 일대에서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무료로 열린다. 프로그램별 세부 일정과 관람 안내는 DDP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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