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Rollneck™ 협업 뒤 Barn Jacket·니트·셔츠·하의까지 확대
새 디자인을 덧붙이기보다 기존 형태의 비례·질감·착용 순서 조정
9월 15일 27피스 출시…75~650달러, 아카이브가 다시 상품 개발의 출발점으로

[KtN 박인경기자]J.Crew와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두 번째 협업은 ‘새로운 옷’보다 이미 존재해온 옷에서 시작한다. 올해 초 J.Crew의 Rollneck™을 다시 다룬 ‘Rollneck Remix’에 이어 9월 15일에는 Barn Jacket과 니트웨어, 아우터, 셔츠, 하의를 포함한 남녀 27피스 컬렉션이 출시된다. 가격은 75달러에서 650달러다.

이번 협업에서 J.Crew의 아카이브는 과거를 복원하는 자료가 아니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쓰였다. 이름과 기본적인 품목은 남겨두고 소재의 질감, 옷의 길이, 몸에서 떨어지는 정도, 상하의가 만나는 위치를 바꿨다. 오래된 제품을 같은 모습으로 재현하는 복각보다 기존 형태를 다시 배열하는 쪽에 가깝다.

[Eckhaus Latta x J.Crew①] Rollneck에서 27피스로…J.Crew 아카이브, 복각 아닌 ‘재편집’. 사진=Eckhaus Latta and J,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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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브라운과 올리브, 머스터드, 회색, 퍼플은 하나의 색조로 정리되지 않는다. 거친 니트와 매끈한 셔츠, 묵직한 아우터가 서로 다른 표면을 유지한 채 겹쳐지고, 색의 차이보다 소재 사이의 간격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J.Crew가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식 스포츠웨어는 원래 질서가 강한 옷이다. 셔츠와 니트의 길이, 재킷과 팬츠의 비례, 색과 패턴의 조합이 비교적 명확하다. 이번 컬렉션은 그 기본형을 없애지 않으면서 균형을 조금씩 비튼다.

셔츠는 여전히 셔츠이고 니트는 니트다. 변화는 옷 자체보다 옷끼리 만나는 방식에서 생긴다. 짧은 상의와 여유 있는 하의가 이어지고, 재킷과 셔츠의 밑단은 한 선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허리선 역시 전체 실루엣을 단정하게 묶기보다 상체와 하체의 비율을 달리 보이게 한다.

[Eckhaus Latta x J.Crew①] Rollneck에서 27피스로…J.Crew 아카이브, 복각 아닌 ‘재편집’. 사진=Eckhaus Latta and J,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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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를 다시 사용한다는 것은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뜻과 다르다. 옷에는 형태뿐 아니라 입는 방식까지 함께 축적된다. 어떤 셔츠 위에 니트를 겹쳤는지, 재킷을 어느 길이로 입었는지, 팬츠를 몸에 얼마나 가깝게 맞췄는지까지 한 시대의 스타일을 구성한다.

Eckhaus Latta는 J.Crew의 기본 품목을 그대로 남긴 채 그 착용 규칙을 흔든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발명하거나 강한 로고를 덧붙이기보다 이미 익숙한 옷이 다른 비례로 보이도록 조정한다. 변화의 폭은 장식보다 몸과 옷 사이의 거리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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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터드와 브라운, 퍼플, 회색이 이어지는 구성도 같은 성격을 갖는다. 미국식 캐주얼웨어에서 익숙한 색들이지만 배치 방식은 정돈된 프레피 팔레트와 다르다. 비슷한 농도의 색을 한데 묶지 않고 온도와 밝기가 다른 색을 가까이 두면서 각 아이템의 존재감을 분리한다.

이런 방식은 패션산업에서 아카이브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는다. 오래된 제품은 브랜드의 역사를 증명하는 기록인 동시에 다시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디자인 자산이 됐다. 이름과 형태가 이미 소비자에게 축적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처음부터 설명하는 것과 다른 출발점을 갖는다.

그렇다고 과거의 인기 제품을 그대로 다시 파는 것만으로는 새 컬렉션이 되기 어렵다. 협업 디자이너가 개입하는 지점은 기존 제품을 어느 정도까지 바꿔도 원래 브랜드의 기억이 남는지를 조정하는 데 있다.

Barn Jacket과 Rollneck™은 바로 그런 경계에 놓인 제품이다. J.Crew라는 이름과 연결된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소재와 길이, 주변 아이템의 조합이 달라지면 같은 이름이 다른 시대의 옷처럼 읽힌다.

[Eckhaus Latta x J.Crew①] Rollneck에서 27피스로…J.Crew 아카이브, 복각 아닌 ‘재편집’. 사진=Eckhaus Latta and J,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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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니트와 짙은 적갈색 계열을 함께 둔 조합에서는 하나의 완성된 색보다 재료가 만나는 경계가 먼저 살아난다. 전체를 매끈하게 통일하기보다 니트의 두께와 표면, 주변 소재의 차이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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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하의와 브라운 계열 상의가 만나는 구성 역시 상하의를 같은 무게로 맞추지 않는다. 한쪽의 길이나 볼륨이 더 크게 남으면서 몸의 비율도 균일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클래식 스포츠웨어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잘 맞는 옷’의 감각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 균형을 조금씩 어긋나게 만든다.

아카이브 협업의 흥미로운 부분은 새로움의 기준을 바꾼다는 데 있다. 패션에서 새 디자인은 흔히 이전에 없던 형태를 만드는 일과 연결되지만, 오래된 제품을 다른 길이와 소재, 다른 착용 순서로 다시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새로운 상품은 만들어진다.

J.Crew와 Eckhaus Latta의 협업도 이 경계에서 움직인다. 완전히 새로운 옷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의 옷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차이를 디자인의 종류보다 사용 방식에서 만든다.

[Eckhaus Latta x J.Crew①] Rollneck에서 27피스로…J.Crew 아카이브, 복각 아닌 ‘재편집’. 사진=Eckhaus Latta and J,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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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을 둘러싼 공간도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 꽃무늬와 줄무늬 벽지, 패브릭 가구, 침실과 거실 같은 오래된 생활 공간에 옷이 놓이고, 재킷과 니트, 슈즈는 완벽하게 정리된 상품 진열보다 실제로 입고 벗는 과정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한다.

루나 콘테(Luna Conte)가 촬영하고 브렛 밀스포(Brett Milspaw)가 모션 디렉션을 맡은 캠페인은 하우스파티를 배경으로 삼았다. 아티스트와 운동선수, 음악가, 학자 등이 한 공간에 모이고 동일한 컬렉션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착용한다. 아카이브가 고정된 과거의 스타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현재 생활 속에서 다시 조합되는 옷이라는 성격을 강화한다.

올해 초 Rollneck™ 한 제품에서 시작된 협업이 27피스로 넓어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량 증가보다 범위의 변화를 보여준다. 니트 한 벌의 형태를 변주하는 데서 재킷과 셔츠, 하의까지 연결되면서 개별 제품보다 하나의 옷장을 다시 구성하는 작업에 가까워졌다.

패션 브랜드의 아카이브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기 위한 장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 팔렸던 제품명과 형태, 소비자가 기억하는 이미지는 다시 디자인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과거를 버리는 대신 이미 축적된 기억을 다시 배열하는 방식이다.

Eckhaus Latta x J.Crew의 27피스 컬렉션은 9월 15일 출시된다. Rollneck™과 Barn Jacket은 이전의 이름을 유지하지만 옷의 비례와 질감, 서로 만나는 방식은 달라졌다. 이번 협업에서 J.Crew의 아카이브는 과거를 그대로 되살리는 장소보다, 오래된 옷을 다시 현재의 상품으로 만드는 재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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