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제임스 마셜 1997년작 'Past Times', 2018년 소더비서 2,100만달러 거래
작품 가치 상승해도 재판매 수익은 소유자에게…살아 있는 작가와 시장 가격의 분리
앨리샤 키스·스위즈 비츠, Bonhams와 작가 로열티 프로그램 가동

[KtN 임민정기자]한 점의 그림이 2,100만달러에 팔렸다. 작품을 만든 작가는 살아 있었고, 거래 가격은 작가의 이름과 작업이 축적한 가치 위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재판매에서 작가에게 직접 돌아간 돈은 없었다.

케리 제임스 마셜(Kerry James Marshall)의 1997년작 'Past Times'가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2,100만달러에 거래됐을 때 벌어진 일이다. 당시 거래는 살아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작품으로 높은 기록을 세웠지만, 마셜은 해당 재판매의 경제적 성과에 참여하지 못했다.

미술시장의 2차 거래가 품고 있는 오래된 단절이 이 한 번의 거래에 압축돼 있다. 작품은 작가의 작업이지만, 한번 판매돼 소유권이 넘어간 뒤 다시 시장에 나오면 가격 상승의 과실은 작품을 보유한 판매자에게 돌아간다. 작가의 경력과 전시, 비평적 평가, 시장의 수요가 작품 가치를 높여도 재판매 가격과 창작자의 수익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와 스위즈 비츠(Swizz Beatz)가 자신들의 컬렉션인 더 딘 컬렉션(The Dean Collection)을 통해 Bonhams와 손잡은 출발점도 이 대목이었다. 두 사람은 살아 있는 시각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이 경매나 2차 시장에서 다시 거래될 때 그 경제적 상승에서 배제되는 구조에 주목했다.

[미술시장 로열티①] 2,100만달러에 팔린 그림, 작가 몫은 없었다…2차 시장의 오래된 단절. 사진=bonhams1793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술시장 로열티①] 2,100만달러에 팔린 그림, 작가 몫은 없었다…2차 시장의 오래된 단절. 사진=bonhams1793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키스와 스위즈 비츠는 음악 산업 안에서 정반대의 수익 구조를 경험해왔다. 작곡된 음악은 발매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이용되고, 창작자는 그 생애 동안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은 음악에서 익숙한 장기 수익의 개념을 미술품 재판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The Deans’ Choice with Bonhams'를 설계했다.

미술과 음악은 동일한 시장이 아니다. 음악은 복제와 반복 이용을 전제로 유통되고, 미술품은 하나의 물리적 작품이 소유자를 바꾸며 거래된다. 그럼에도 두 시장의 차이는 창작자에게 경제적 권리가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미술품의 가격은 작가와 완전히 분리돼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품의 희소성뿐 아니라 작가의 경력과 미술사적 평가, 전시 이력, 수집가의 관심이 겹치며 가격이 형성된다. 작가가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시장 가격이 크게 오를수록 작품을 이미 보유한 소유자는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작 가치 상승의 중심에 있는 창작자는 재판매가 이뤄지는 순간 거래 밖에 남을 수 있다.

'Past Times'의 2,100만달러 거래가 키스와 스위즈 비츠에게 강하게 남은 이유도 가격 자체보다 이런 관계에 있었다. 높은 낙찰가는 마셜의 작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는지를 보여줬지만, 창작자와 그 가격 사이에는 직접적인 수익 연결이 없었다.

여기에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시간 차이도 존재한다. 작가가 작품을 처음 판매하는 시점에는 지금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이후 작가의 경력이 확장되고 작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같은 작품의 시장 가격은 몇 배, 몇십 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최초 판매 이후 만들어진 가치 상승을 누가 가져가는가는 미술시장의 분배 구조와 직결된다.

작가에게 불리한 것은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이 아니라, 가격 상승이 창작자의 장기적인 경제적 참여와 분리돼 있다는 데 있다. 작품의 시장 가치가 작가의 이름을 따라 상승해도 재판매 수익은 작품의 현재 소유자와 거래를 중개하는 시장 안에서 움직인다.

키스와 스위즈 비츠가 제안한 방식은 이 연결을 다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판매자가 자신의 판매대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작가에게 배분하기로 선택하면 Bonhams가 같은 비율을 추가로 부담하는 구조다.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비용이 아니라 판매자와 경매사가 함께 참여하는 선택형 로열티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변화는 작가를 2차 시장의 외부인이 아니라 거래와 연결되는 이해관계자로 다시 놓는다는 점이다. 작품의 소유권이 바뀌더라도 작품을 만든 사람과 경제적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통로를 만든다.

미술품을 자산으로 보는 시장의 시선도 함께 드러난다. 한 작품이 장기간 보유된 뒤 높은 가격에 매각될 경우 소유자는 작품 가격 상승을 자산 가치 증가로 받아들인다. 이때 상승한 가치 가운데 일부를 창작자와 나눈다는 발상은 작품을 단순한 거래 대상이 아니라 창작자와 시장이 장기적으로 연결된 자산으로 다시 정의한다.

다만 새로운 프로그램이 곧바로 미술시장의 거래 구조 전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The Deans’ Choice with Bonhams'는 판매자가 참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 역시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Bonhams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미국의 미술 경매에서 살아 있는 작가의 재판매 수익 참여를 구체적인 거래 구조 안에 넣었다는 점은 기존의 관행과 다른 출발점을 만든다. 작품 가격이 상승할 때 누가 그 상승의 경제적 결과에 참여할 것인지가 경매 과정의 하나의 선택 항목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앨리샤 키스와 스위즈 비츠가 이 문제에 개입한 위치도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은 미술품을 보유한 컬렉터인 동시에 음악에서 장기 로열티를 경험해온 창작자다. 작품을 사는 사람과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의 경제 구조를 모두 경험한 위치에서 미술품 재판매 이후 끊어지는 창작자의 수익 관계를 문제 삼았다.

2018년 2,100만달러의 'Past Times' 거래와 2026년 11월 시작되는 새로운 로열티 프로그램 사이에는 8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당시에는 기록적인 낙찰가가 미술시장 성장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이번에는 같은 종류의 재판매에서 창작자의 몫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가 거래 구조 안으로 들어왔다.

'The Deans’ Choice with Bonhams'는 2026년 11월 Bonhams의 20·21세기 미술 경매에서 시작된다. 판매자가 로열티 지급을 선택하면 Bonhams가 같은 비율을 더해 살아 있는 작가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2,100만달러까지 올라간 작품 가격과 그 가격에서 단절됐던 작가의 관계를 다시 잇는 첫 시도가 실제 경매장에서 작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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