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Be Dumb’ 공연 몇 시간 전 SS27 공개…콘서트 티켓 관객까지 패션위크 현장으로 불러들인 A$AP Rocky의 AWGE
[KtN 박인경기자]A$AP Rocky의 AWGE가 파리 패션위크 기간 아코르 아레나(Accor Arena)에서 SS27 컬렉션 ‘ANTI WAR GLOBAL ECONOMICS’를 공개했다. 같은 날 이곳에서는 A$AP Rocky의 ‘Don’t Be Dumb’ 월드투어 공연이 열렸다. 콘서트 티켓을 가진 관객은 공연 몇 시간 전 같은 아레나에서 AWGE 런웨이를 먼저 관람했다. 패션쇼와 콘서트를 하루 일정 안에 겹쳐 놓으면서 음악 팬까지 컬렉션 공개 현장에 들어오게 한 방식이다.
패션위크 런웨이는 통상 바이어와 미디어, 업계 관계자와 초청 고객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AWGE는 공연 티켓을 구매한 관객에게 쇼를 열었다. A$AP Rocky의 음악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먼저 AWGE의 옷을 보고, 몇 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음악과 패션을 별개의 행사로 떼어놓기보다 하나의 방문 경험 안에 배치했다.
AWGE는 2014년 A$AP Rocky가 만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서 출발했다. 파리에서 정식 런웨이를 선보인 것은 2024년 ‘American Sabotage’부터다. 2025년에는 ‘Obligatory Fashion’으로 SS26을 발표했고, SS27 ‘ANTI WAR GLOBAL ECONOMICS’까지 파리 런웨이를 이어왔다. 음악 주변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에서 시즌 컬렉션을 정기적으로 내놓는 패션 사업으로 범위를 넓힌 흐름이다.
이번에는 컬렉션 발표 장소까지 음악 활동과 맞물렸다. 공연을 위해 이미 관객이 모이는 아레나를 패션쇼 현장으로 사용했고, 공연 티켓을 패션쇼 입장과 연결했다. 패션과 음악이 협업 상품이나 캠페인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일정과 공간 자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결합의 강도가 높아졌다.
아코르 아레나의 규모는 옷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객석과 대형 스크린, 공연 조명이 있는 공간에서는 작은 디테일보다는 길이와 색, 실루엣이 먼저 들어온다. 긴 트렌치코트와 레더 케이프, 후드와 베일, 전술 조끼와 넓은 카고 팬츠처럼 멀리서도 윤곽이 분명한 옷이 반복됐다. 레드와 네온 그린, 짙은 네이비와 블랙처럼 강한 색도 큰 공간에서 쉽게 읽혔다.
런웨이와 콘서트 무대를 모두 염두에 둔 듯한 옷도 적지 않았다. 금색 장식이 촘촘하게 들어간 군악대형 재킷, 얼굴을 덮는 그래픽 베일, 긴 레더 아우터는 일반적인 일상복보다 무대에서 강하게 들어오는 형태다. 반면 셔츠와 타이, 수트 팬츠와 트렌치코트, 보머와 카고 팬츠처럼 익숙한 품목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SS27의 옷은 테일러링과 군복, 스트리트웨어를 한 착장 안에서 자주 맞붙였다. 타이를 맨 셔츠 위에 전술 조끼를 올리고, 정장형 팬츠에는 기능복 디테일을 더했다. 후드는 수트 안으로 들어갔고, 카고 팬츠와 재킷에는 군복에서 익숙한 포켓과 스트랩이 반복됐다. 반듯한 남성복과 전술복의 거친 구조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컬렉션명 ‘ANTI WAR GLOBAL ECONOMICS’와 군사 이미지의 관계는 이후 별도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만, 첫인상에서는 군복과 권력의 상징을 패션 무대로 끌어온 방식이 강하게 남는다. 전술 조끼와 가스마스크를 연상시키는 아우터, 군악대형 재킷과 탄약 상자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 이어졌다. 제목은 반전을 내세우지만 시각적으로는 전쟁과 군사 장비의 기호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여성복도 같은 무대 안에 들어왔다. 슬리브리스 미니드레스와 짧은 스커트, 몸에 붙는 프린트 톱이 수트와 군복형 아우터 사이에 배치됐다. AWGE를 남성 스트리트웨어와 A$AP Rocky 개인의 옷차림에만 묶지 않고 남녀 컬렉션으로 넓히는 흐름이 분명해졌다.
남녀 복식의 구분도 느슨해졌다. 타이와 수트, 전술 조끼가 스커트와 만나고, 팬츠 위에는 랩 형태의 하의가 겹쳐졌다. 박서는 허리 위로 여러 겹 드러났고, 보머 재킷에서 가져온 형태는 비대칭 하의로 변형됐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없앤다는 선언보다 서로 다른 복식의 부품을 바꿔 끼우는 방식에 가깝다.
아레나라는 장소에서는 이런 변형이 더 크게 보인다. 관객과 모델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허리의 작은 디테일보다는 겹쳐진 층과 색의 차이, 긴 아우터와 짧은 미니의 대비가 먼저 잡힌다. AWGE는 여러 겹의 옷을 허리와 상체에 쌓고, 반대로 짧고 몸에 붙는 착장을 사이사이에 배치해 무대의 리듬을 바꿨다.
이번 쇼에는 AWGE 의류만 등장하지 않았다. 새 Straycat 스니커즈와 네이비 Puma Suede가 공개됐고, Ray-Ba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A$AP Rocky가 새 에비에이터 프레임과 컬러 프레임을 함께 선보였다. Christian Louboutin과 군용 부츠도 런웨이에 사용됐다. 의류와 신발, 아이웨어가 여러 브랜드와 연결된 채 하나의 쇼 안에 놓였다.
AWGE의 사업 성격도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단일 패션 브랜드의 시즌 발표라기보다 A$AP Rocky의 음악과 패션, 디자인 활동이 한 장소에서 교차하는 형태다. 콘서트 관객은 AWGE 컬렉션을 먼저 보고, 런웨이에서는 Puma와 Ray-Ban 등 다른 상품군까지 함께 접한다. 같은 날 이어지는 공연까지 포함하면 한 사람의 활동을 중심으로 여러 소비 영역이 맞물린다.
협업의 비중이 커질수록 AWGE 자체 컬렉션이 어떤 옷으로 기억되는지도 중요해진다. SS27에서는 테일러링과 군복, 스트리트웨어의 혼합이 그 역할을 맡았다. 트렌치와 타이, 전술 조끼와 카고, 긴 레더 아우터와 짧은 미니가 반복되면서 AWGE가 시즌 컬렉션에서 쌓으려는 옷의 방향을 분명하게 남겼다.
2024년 ‘American Sabotage’에서 시작된 파리 런웨이가 2025년과 2026년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일회성 프로젝트와 거리를 만든다. 시즌 단위의 컬렉션을 반복하고 남녀 의류와 슈즈, 아이웨어까지 범위를 넓히면서 AWGE는 음악가의 부가 사업이라는 틀보다 패션과 문화 콘텐츠를 함께 다루는 조직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코르 아레나에서 열린 SS27은 그 변화가 가장 크게 드러난 자리였다. 공연 티켓을 가진 관객을 패션쇼에 먼저 들이고, 같은 장소에서 몇 시간 뒤 콘서트를 이어가며 패션위크와 투어 일정을 한데 묶었다. 음악 팬과 패션 관객을 분리하지 않고 한 공간에서 만난 것이다.
AWGE가 파리에서 넓힌 것은 런웨이의 크기만이 아니다. 음악 공연을 보러 온 관객에게 시즌 컬렉션을 먼저 제시하고, 패션쇼 안에는 여러 협업 상품을 함께 배치했다. 세 번째 파리 런웨이를 맞은 SS27은 A$AP Rocky의 음악과 AWGE의 패션이 별개의 일정으로 움직이기보다 같은 관객과 같은 장소를 공유하는 단계까지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